[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유럽 고속철도는 프랑스TGV・독일ICE・이탈리아ES・스페인AVE 등 다양
[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유럽 고속철도는 프랑스TGV・독일ICE・이탈리아ES・스페인AVE 등 다양
  • 편집국
  • 승인 2019.01.2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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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1981년 최고시속 260km로 신칸센을 압도하는 초고속열차 TGV 개통
독일, 1991년 최고시속 250km ICE를 하노버-뷔르츠부르크 등 3개노선에 동시투입
유럽 최초 고속철도 개통국은 이탈리아, 1977년 로마-치타델레피에베 122km 구간 개통
스페인 1992년 개통, 이후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 등 유럽에서 가장 긴 라인 갖춰
철도 발상국 영국은 고속철도 분야에서 존재감 크지 않아
프랑스 파리동역에 정차 중인 「TGV」 영업최고속도 320km/h ⓒ위키피디아제팬
프랑스 파리동역에 정차 중인 「TGV」 영업최고속도 320km/h ⓒ위키피디아제팬

일본에 신칸센이 등장하고 17년이 흐른 1981년, 프랑스가 파리-리용 구간에 고속열차 TGV를 개통한다. 최고시속 260km로 신칸센을 압도하는 초고속열차였다. 서울-부산과 비슷한 거리를 2시간에 주파함으로 항공기보다 빠르게 두 도시를 연결하는 교통수단이 되었다.

프랑스는 일본이 신칸센 공사를 시작한 직후인 1960년대 초부터 고속열차 개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자기부상방식을 연구했으나 비용문제에 부딪쳐 철륜(철 바퀴)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한다. 1972년 가스터빈 기관차로 318km/h의 속도를 얻는데 성공하지만, 오일쇼크로 유가가 급등하자 실용성을 잃는다. 결국 가선에서 전력을 공급받는 방식으로 개발을 마치고 1976년부터 공사를 시작해 5년 만에 완공한다.

프랑스는 이러한 개발과정을 거치며 철륜(철 바퀴)식 차량에 대한 독보적 노하우를 축적, 현재 세계 최고 주행속도를 보유하고 있다. 2007.4.3. TGV 4402가 시험주행에서 기록한 574.8/km가 그것이다. 실전에서 운영하는 영업최고속도는 320km/h다. 지금까지 프랑스는 가장 많은 나라에 TGV 기술을 판매했다. 다국적 열차인 유로스타와 탈리스를 비롯해 스페인・한국・중국・모로코가 프랑스 기술을 도입했다. 

독일 쾰른 중앙역에 정차 중인 「ICE」, 영업최고속도 320km/h ⓒ위키피디아제팬
독일 쾰른 중앙역에 정차 중인 「ICE」, 영업최고속도 320km/h ⓒ위키피디아제팬

독일은 1991년, 하노버-뷔르츠부르크, 만하임-슈투트가르트, 함부르크-하노버-프랑크푸르트-슈투트가르트-뮌헨 구간에 최고시속 250km ICE(인터시티)를 동시에 투입한다. 이듬 해 스위스 바젤과 취리히 노선을 개통하고, 1993년 통일 독일 수도 베를린까지 선로를 연장했다.

1998년 오스트리아 빈, 2000년에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2007년 프랑스 파리와 덴마크 코펜하겐까지 운행 영역을 넓혔다. 독일은 1968년부터 재래선 구간에서 시속 200km 운행을 통해 꾸준히 기술을 축적하고 있었다. 현재 최고속도는 320km/h. 스페인・중국・미국・러시아에 기술을 수출하고 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유럽에서 가장 먼저 고속철도를 개통한 나라는 이탈리아다. 이탈리아는 1977년 로마-피렌체 고속철도 구간 중 치타델레피에베까지 1단계 122km를 개통한다. 설계속도 250km/h, 최고 주행속도는 200km/h였다.

그러나 주민반대・재원부족・유물출토 등 이유로 후속공사가 지연되고, 완성된 전용선에서는 일반열차가 운행되었다. 나머지 구간이 완공되고 고속열차가 투입된 것은 1992년이었다.

그 후 이탈리아는 2000년대 후반까지 주요도시 대부분을 고속철도 망으로 연결한다. 열차이름은 유로스타・이탈리아(일명 ES). 초기에는 펜돌리노로 불렀으나 1996년부터 이름을 바꿨다. 펜돌리노(Pendolino)는 진자를 의미하는 이탈리아어 펜돌로(Pendolo)에서 유래한다. 이탈리아 고속열차는 곡선구간이 많은 산악지형에서도 스피드를 낼 수 있는 진자형 차체경도장치(Tilting시스템)를 장착하고 있다.

2008년부터 차체를 리뉴얼하며 외관을 적과 은 투톤 컬러로 산뜻하게 단장하고 레프레체(화살)라는 애칭을 부여했다. 레프레체는 등급에 따라 최고속도 300km/h 이상의 프레치아로사(붉은 화살), 250km/h 이상 프레치아르젠토(은 화살), 200km/h 이상 프레치아비안카(흰 화살)로 구분한다. 2012년부터 민간철도회사 NTV가 설립돼 이탈로(.italo)라는 브랜드로 구철과 동일한 선로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열차가 프랑스 TGV인 것이 흥미롭다.  

「유로스타 이탈리아(ETR500)」,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유로스타 이탈리아(ETR500)」,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스페인도 1992년 세비야 국제박람회에 맞춰 마드리드-세비야 471km 구간을 개통한다. 프랑스 TGV 차량을 베이스로 궤도와 신호시스템은 독일 고속전용선(LZB) 방식을 채용했다. 2008년 운행을 시작한 마드리드-바르셀로나 구간에는 독일 ICE와 함께 자체 제작한 차량 탈고(TALGO)를 투입했다. 운행 최고속도는 310km/h, 유럽에서 가장 긴 라인을 가지고 있다. 브랜드명 AVE. 수출 쪽에서도 두각을 나타내 프랑스・독일・일본과 함께 선진국으로 분류된다. 터키・우즈베키스탄・사우디아라비아・카자흐스탄에 TALGO를 수출하고 있다.

스페인 「AVE」, 영업최고속도 310km/h ⓒ위키피디아제팬
스페인 「AVE」, 영업최고속도 310km/h ⓒ위키피디아제팬

그밖에 1993년 스웨덴, 1995년 핀란드, 1996년 스위스, 1997년 벨기에, 1999년 노르웨이와 포르투갈이 기술도입이나 자체개발로 고속철도 보유국이 된다.

이들 중 주목할 나라가 스웨덴이다. 스웨덴은 수도 스톡홀름을 기점으로 1990년 예테보리 구간을 개통한 후, 1993년까지 말뫼・카를스타드・외스터순・순드스발 등 주요도시와 연결되는 고속철도망을 구축했다. 최고속도가 재래선 200km/h・전용선~210km/h이나, 재래선을 이용한 고속운전과 틸팅(Tilting)시스템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스웨덴 왕립철도위원회가 개발한 이 열차의 이름은 SJ2000(과거 X2000). 1997년 중국이 광저우-홍콩 노선에 도입한 것도 이 열차였다. 한 때 LINX라는 브랜드로 덴마크의 코펜하겐과 노르웨이의 오슬로 간 국제노선도 운행했지만, 항공기와 경쟁에 밀려 지금은 자취를 감췄다.

스웨덴 「SJ2000」, 영업최고속도 210km/h ⓒ위키피디아제팬
스웨덴 「SJ2000」, 영업최고속도 210km/h ⓒ위키피디아제팬

유럽에는 수 개국이 공동으로 개발하고 운영하는 국제열차가 있다. 유로스타(Eurostar)와 탈리스(Thalys)가 그것이다. 1994년 4월 운행을 시작한 유로스타는 런던에서 파리와 브뤼셀을 연결하는 국제열차다. 도버터널을 통과해 칼레-프레떵(Calais-Frethun)역을 지나 1시간 20분 후 도착하는 릴-유럽(Lille-Europe)역에서 두 도시가 갈라진다.

릴에서 브뤼셀 남역은 31분, 파리 북역은 55분이 소요된다. 2019년 4월 4일부터 암스테르담 행도 운행하기 시작했다. 유로스타는 TGV를 모델로 제작되었다. 다만 영국의 차량한계규격에 맞춰 차체 폭이 좁다. 최고속도 300km/h.

프랑스・벨기에・네덜란드・독일이 공동 개발한 탈리스(Thalys)는 프랑스 파리를 출발해 벨기에 브뤼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독일 지역에서는 쾰른을 거쳐 도르트문트까지 운행한다. 운행차량은 TGV를 기본모델로 나라마다 상이한 전원 방식에 따라 파리・브뤼셀・암스테르담을 운행하는 PBA형, 독일 지역 운행이 가능한 PBKA형 두 종류가 있다. 1996년 1월부터 운행하기 시작했고, 최고속도는 300km/h다.

정면이 「탈리스」 PBKA형,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정면이 「탈리스」 PBKA형,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한편, 철도 발상국인 영국은 고속철도 분야에서 존재감이 크지 않다. 1976년 운행을 시작한 디젤형 인터시티125와 그 후 등장한 전기형 인터시티225가 있으나, 최고시속이 200km에 머문다. 그 마저도 선로나 신호체계 등 기본 시설이 노후화 돼 스피드를 제대로 내기 어렵다.

화려했던 산업혁명과 빅토리아시대 인프라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는 구간이 많은 탓이다. 40%에 그치고 있는 전철화 비율과 잦은 지연운행도 영국철도의 낙후성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물론 영국에도 HS1로 부르는 유로스타 전용의 고속구간이 있다.

영국 「인터시티225」, 영업최고속도 200km/h ⓒ위키피디아제팬
영국 「인터시티225」, 영업최고속도 200km/h ⓒ위키피디아제팬

하지만 이 노선은 프랑스・ 벨기에와 공동 개발한 국제선이고 길이도 109km에 불과하다. 2026년 개통을 목표로 공사 중인 런던-버밍햄 HS2가 순조롭게 완공될 때 비로소 국제수준에 진입할 것이다. HS2는 최고속도를 360km/h로 계획하고 있다.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일본어통역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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