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SKY 캐슬’에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
누구나 ‘SKY 캐슬’에 살아야할 이유가 있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2.11 0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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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가 없다면 자그마한 ‘sky 캐슬’도 요원한 꿈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처음 이틀간은 더할 나위 없었다. 간만에 맞이하는 5일짜리 휴식, 게다가 경상도 남자(?)라는 특권까지 안았으니 먹고 마시고 자는 것 외엔 할 일이라곤 아무 것도 없는 온전한 휴식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딱 거기까지였다. 듣기 좋은 노래도 계속 듣다보면 지겨워지듯 하릴없는 휴일의 편린들에서 확연한 비린내가 느껴질 즈음, 우연히 한 채널에 시선이 꽂히고 말았다.

시청률 20%를 돌파해 장안에 화제를 불러온 바로 그 드라마 ‘SKY 캐슬’이 하루 종일 방송되고 있던 모양인데 우연히 거기에 빠져들고 말았다.

너무도 한국적인 내용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성공을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아야 한다는 이 시대의 당위를 적나라하게 옮긴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게 무엇이든 이 드라마는 최고의 흡입력으로 사람들을 집어삼키기에 충분했다.

드라마의 배경이자 실질적인 주제이기도 한 ‘SKY 캐슬’은 인정하기 싫지만 많은 부모와 자식들이 살고 싶은, 그래서 더 아등바등 들어가고 싶은 세상이기도 하다.

작가가 말하는 것은 단순하다. 좋은 대학을 가야 좋은 직장을 잡고 좋은 직장을 잡아야 잘 산다는 시대적 망령이 망령일 뿐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도 왜 사람들은 그에 열광했을까. 작가의 생각에 동조하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래도 여전히 ‘SKY 캐슬’에 살고 싶다는 미련이 남아서였는지도 모른다. 일종의 간접 체험이랄까.

사실 ‘SKY 캐슬’이 성공을 담보하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명문대학 진학이 안락한 삶으로 이어지는 엘리베이터 역할을 하던 시대는 저버렸기 때문이다.

작금의 고용성적표가 그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지난 1월초 발표된 ‘2018년 12월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 한해 실업자는 100만을 넘은 107만 3000명이었다. 

그중에 소위 말하는 ‘SKY 출신’들도 상당수 포함되어 있다는 것은 더 이상 비밀도 아니다. 사상 유래 없는 고용한파는 ‘SKY’조차도 얼려버렸다는 뜻이다. 

출구 없는 미로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은 오늘, 정부의 고군분투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문제는 여전히 마땅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도 답을 찾기 위한 노력을 멈출 수는 없는 노릇이다. ‘SKY 캐슬’까지는 아니더라도 내 몸 하나는 편히 뉘일 수 있는 쉼터 하나는 있어야 하지 않는가. 

그 쉼터를 만들려면 일을 해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이야기다. 일을 하려면 일자리가 있어야 하는 것도 물론이고.

부디 사람들에게서 그들만의 쉼터를 빼앗는 일만은 없었으면 싶은 정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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