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집에 갈 수 있을까?
오늘은 집에 갈 수 있을까?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2.15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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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시간 근무제도에 보호받지 못하는 의료노동자
업무 과중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나 인력 부족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 온 가족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며 화목한 시간을 보내던 설 연휴에 가족을 등지고 나 홀로 먼 길을 떠난 이가 있다. 故 윤한덕 국립중앙의료원 응급의료센터장이다.

타인의 건강을 지키는 일을 평생 업으로 살아온 이가 정작 자신의 건강은 챙기지 못해 가족을 위시한 주변 사람들을 슬픔에 빠뜨린 그 일은 전사회에 충격을 안겨주었다.  

휴식을 마다하고 설 연휴 기간 중 생길 의료공백을 우려해 병원에 남아 이를 대비한 근무를 하던 중 안타까운 결과를 맞이했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 알려진 대로 그의 사인은 과로사다. 24시간을 쪼개고 살아온 그에게 과로사란 남의 일이 아니었던 것.

그의 안타까운 죽음 이후 의료노동자들의 비정상적인 근로시간에 대한 문제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노동자들은 태반이 과중한 업무량에 시달리고 있다. 과한 업무량으로 인해 연장근무는 더 이상 연장근무가 아닌 사실상 일반 근무처럼 변해버린 지 오래다.

주 52시간 근무제도가 점차적으로 확산되어가고 있지만 보건업은 여기에 제외돼 그들의 업무강도는 오늘도 1등이다. 다른 직업에 비해 의료노동자의 과로사가 유난히 많이 발생하는 이유다.

특히 전공의들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전공의들의 수련시간은 전공의 특별법에서 한주 최대 80시간으로 제한되며 교육에 필요하다면 8시간을 추가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에 따르면 주당 최대 근무시간은 88시간까지 가능해진다. 

이것만으로도 놀랍지만 실제 일하는 시간은 이보다 더 많다는 것이 전공의들의 이야기다.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일하다보면 법으로 정해진 근무시간을 넘기는 것이 비일비재하다는 것. 

전국 보건의료산업 노동조합이 발표한 2018년 보건의료 노동자 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가장 큰 원인으로는 인력 부족이 꼽혔다.

근무에 투입할 수 있는 인원의 숫자가 적기 때문에 자연스레 한명 한명의 업무 강도가 상승하게 되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은 업무량과 강도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낮추고 의료사고의 발생 확률이 올라가게 만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는 의료노동자만이 아닌 국민 모두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의료노동자의 인력 확충이 시급한 이유다.

우리는 이미 수많은 인재들을 비근한 이유로 잃어왔다. 그렇다고 아직 모든 것을 잃어버린 것은 아니다. 소를 잃고 난 후에야 외양간을 고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정비가 시급하다.

흔히 말하기를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다고 한다. 정말 그럴까. 

누군가에게 일주일은 '월화수목금토일'이지만 누군가는 '월화수목금금금'일수도 있다. 의료노동자들의 일주일이 어디에 해당할 지는 굳이 따져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 

모쪼록 시간만큼은 모두에게 공평한, 모두의 일주일이 월화수목금토일인 날이 오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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