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왜 우리는 경제성장률이 현실과 다르다고 느낄까?
[김근동 박사의 경제칼럼] 왜 우리는 경제성장률이 현실과 다르다고 느낄까?
  • 편집국
  • 승인 2019.02.25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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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대폭 인상에 노동시간까지 단축됐는데 살기가 좋아졌는지요? 
개인소득 확대보다 가구총소득이 증가될 수 있도록 경제정책 수단 보완해야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일본의 방송 아나운서가 지나가는 도쿄의 시민에게 물었다. 최근 몇년째 일본 경기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실제 생활이 얼마나 나아졌나요? 라고 했더니 "글쎄요"라고 말했다. 

오히려 물가상승 세금인상 등으로 실질소득이 줄었다고 했다. 그렇지만 가족들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로 일할 기회가 늘어나 가구의 총소득은 증가되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방송 아나운서가 서울시민에게 물었다. 견실한 경제 성장에다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고 노동시간까지 단축되었는데 살기가 좋아졌는가요? 라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임금이 인상되었지만 노동시간이 줄어들어 실질적인 수입은 이전과 비슷하다. 가족들이 파트타임이나 아르바이트를 할 수 없어 가구 총소득은 오히려 줄어들어 걱정이다. 물론 괜찮은 일자리를 가진 고소득 정규직 부부는 근로안정에다 노후보장까지 받을 수 있게 되어 만족한다고 했지만 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2018년도 경제성장률이 2.7%를 기록했지만, 동기간중 1% 내외의 경제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추정되는 일본보다 개인 수입이 늘어난 것 같지 않다고 생각하는 한국인이 많다. 

왜 이와같이 한국인은 일본인보다 경제성장률이 높았는데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않다고 많이 느끼고 있을까? 그 이유를 살펴보았다. 

일본은 경제회복으로 기업실적이 좋아졌지만 임금상승을 억제하는 대신에 고용을 늘리도록 하였으므로 가족 구성원들 모두가 함께 근로에 참가할 기회를 많이 얻게 되어 가구 총소득 증가로 이어졌다. 

반면에 한국은 견실한 경제성장에도 기업이 인건비 상승에 따른 경쟁력 약화를 우려해 고용을 줄였기 때문에 가구 구성원들의 근로 참여 기회가 축소되어 가구 총소득 향상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정부는 어떻게 하면 국가 정책목표인 삶의 질적 수준이 높은 선진국의 국민들처럼 경제성장에 걸맞게 잘 살 수 있게 만들 수 있을까?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인소득의 확대보다는 일본처럼 가구 총소득이 증가될 수 있도록 기존의 국가 경제정책 수단을 보완하면 된다. 

일본은 금융완화 재정확대 성장정책이라는 경제정책을 단행하여 늘어난 기업의 이익을 임직원 급여 확대보다는 고용확보에 사용해 사실상의 완전고용을 달성했다.

가족중에 누군가는 가정을 지키면서도 근로에 참여할 수 있게 하여 가구 총소득 증가에 중점을 둔 노동유연화를 실시했다. 가장의 외벌이 수입에 의존하는 구조를 탈피하여 가족 모두가 근로에 참여토록 해 일하는 즐거움과 함께 가구 수입을 늘리도록 했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본은 낮은 경제성장률로 파이가 늘어나지 않는 선진국 특유의 경제구조하에서도 완전고용을 통해 가구 총소득의 확대를 실현할 수 있었다. 

한국은 소득분배 개선과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괜찮은 일자리의 정규직 고용확대 정책을 도입했지만 노동경직성을 높여 서민의 고용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나타났다. 

괜찮은 정규직 일자리에다 최저임금 인상과 노동시간 단축의 실현이라는 이상적인 "국가 경제정책의 역설"이 표면화된 것이다. 

위와같은 현상은 한국경제가 완전히 개방되어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해 조금이라도 원가상승 요인이 있을 경우 경쟁력 약화를 우려한 기업들이 고용을 먼저 줄이게 되는 경제정책의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제 한국도 개인의 급여 인상보다는 일자리를 나누어 가질 수 있는 그래서 가구 총소득의 증가를 통해 행복을 실현하는 선진국 복지국가로의 정책을 전환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그래야 한국인들이 그토록 바라고 있는 경제성장의 혜택을 같이 향유할 수 있게 되고 경제성장률과 현실과의 차이를 줄이게 되어 더 만족한 삶을 살 수 있게 할 것이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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