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한국·대만·중국의 고속철도 현황
[장범석의 철도 이야기] 한국·대만·중국의 고속철도 현황
  • 편집국
  • 승인 2019.02.27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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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아시아 두번째 고속철도 보유국, 영업거리는 2018년 기준 1,000km 정도
대만 고속철도는 일본과 유럽 기술의 합작품, 토목부문은 현대건설이 시공
중국 고속열차 영업거리는 22,000km이고, 건설구간 합치면 40,000km로 세계 1위
한국 「KTX산천」, 영업최고속도 305km/h ⓒ위키피디아제팬
한국 「KTX산천」, 영업최고속도 305km/h ⓒ위키피디아제팬

아시아로 눈을 돌리면 2004년 한국이 서울-동대구 구간을 개통하며 아시아에서 두 번째 고속철도 보유국이 된다. 2010년 11월 동대구-부산, 2015년 4월 오송-광주송정, 2017년 12월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 강릉선(일명 경강선)을 개통함으로 남북에 이어 동서를 연결하는 한국형 고속철도망을 구축했다. 차량은 프랑스 TGV 레조(Reseau)를 베이스로 개발되었다.

열차이름 KTX는 Korea Train Express의 약자이고 영업최고속도는 305km다. 2010년부터 자체기술로 제작한 한국형 KTX산천을 투입하기 시작했고, 2013년 차세대 고속차량 해무(HEMU)430X를 개발했다. 해무는 설계속도 475km/h, 시험속도 421.4km, 영업최고속도 405km/h의 세계 최정상급 고속열차다.

2013년 3월 28일 시험주행에서 421.4km/h를 기록했는데, 철륜방식으로는 프랑스-중국-일본에 이은 세계 네 번째 기록이다. 2016년 12월에는 서울 수서역을 기점으로 오송역에서 KTX 라인과 합류하는 SRT(Super Rapid Train)가 추가로 개통되었다. SRT는 코레일이 일부 출자한 (주)SR이 운영하고 있다.

대만 「고속열차」,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대만 「고속열차」, 영업최고속도 300km/h ⓒ위키피디아제팬

2007년 대만과 중국에 나란히 고속철도가 등장한다. 먼저 대만이 타이베이(台北)시와 가오슝(高雄)시를 잇는 345km 구간을 개통했다. 1월 5일 반차오(板橋)-줘잉(左營)간 임시개통 후 3월 2일 타이베이 역 공사가 완료됨으로 전 구간 개통되었다. 대만 고속철도는 일본과 유럽 기술의 합작품이다.

처음에는 입찰을 통해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프랑스・독일 연합의 동력집중(Push-full)방식을 채택했다. 그러나 공사 착공을 앞두고 몇 가지 중대한 변수가 발생한다. 1998년 6월 독일 ICE가 고속운행 중 103명이 사망하는 철도사상 최악의 탈선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이듬해 9월에는 대만 전역에 지진이 발생해 2,400여 명이 사망한다.

공교롭게 이 무렵 프랑스와의 관계도 미묘해지고 있었다. 대만에 전투기를 팔지 않겠다는 미국이 태도를 바꾸자, 프랑스에 대한 의존도가 급격히 낮아진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신칸센이 대안으로 부상한다. 동력분산방식의 신칸센은 가격이 비싸지만 지진이 빈발하는 일본에서 안전성이 검증된 차량이었다.

대만은 위약금을 감수하고 차량을 일본에서 수입하기로 한다. 그대신 유럽연합에 배전과 제어부문을 맡겼다. 국제입찰로 바뀐 토목부문에서는 한국 현대건설이 참여할 기회를 잡는다. 이 고속열차를 일본에서는 ‘대만 신칸센’으로 부른다. 그들이 해외에 첫 수출한 고속철도 기술이어서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듯하다.

대만 고속열차는 특별한 브랜드명이나 애칭 없이 숫자로 등급을 구분한다. 최고속도 300km/h, 타이베이-줘잉 간 직통(直達)으로 93~94분 소요된다.

중국 「허셰」, 영업최고속도 350km/h ⓒ위키피디아제팬
중국 「허셰」, 영업최고속도 350km/h ⓒ위키피디아제팬

중국은 2007년 4월 CRH형 차량이 고속철도 전용선에서 운행을 개시한다. CHR은 China Railway High-speed의 약자로 중국고속철도 시스템을 의미한다. 국토가 광대한 중국은 인력과 물자의 효율적 수송을 위해 철도 현대화가 절실했다.

1993년까지 평균 주행속도는 48km/h에 불과했다. 속도향상을 국가경쟁력의 중요한 과제로 인식한 중국정부는 1997년부터 2007년까지 6차에 걸쳐 철도고속화 작업을 일사천리로 진행한다. 선로의 복선화・전철화・직선화를 추진하는 한편 고속열차 개발에 들어갔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한계를 절감하고 외국기술을 도입하기로 한다. 처음에는 상하이 푸둥공항에서 시범 운행되는 자기부상식 열차를 검토했다. 그러나 천문학적 건설비용과 기술이전에 미온적인 독일의 태도로 진전을 보지 못한다. 그 후 신칸센도 후보에 올렸으나 인터넷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자 계획을 취소하고 만다.

결국 2004년 중국은 '공통규격'과 ''합작기업'을 조건으로 캐나다・프랑스・독일・일본 등 소위 철도선진 4개국과 계약을 맺는다. 이렇게 탄생한 열차가 CRH형 시리즈다. CRH1은 스웨덴의 고속전철 레지나, CRH2은 일본의 신칸센, CRH3은 독일 ICE, CRH5는 프랑스 알스톰의 펜돌리노가 모델이다.

최고시속은 CRH1・CRH5가 200km이상, CRH2・CRH3은 300km로 설계되었다. 나중에 제작된 CRH380은 자체기술로 최고시속 380km를 실현한 모델이다. 최고속도 350km/h, 열차명은 허셰(和諧, 조화)와 푸싱(復興, 부흥). 도시 간을 운행하는 준고속 CRH6도 자체개발한 차량이다.

2018년 11월 13일 중국 관영매체 동방망(東方網)에 따르면 중국 고속열차 영업거리는 22,000km이고, 건설구간을 합치면 머잖아 40,000km에 이른다고 한다. 2위 스페인이 건설구간 포함 4,900km, 3~5위 독일・일본・프랑스가 각각 3,000km 안팎이니 그 방대한 규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은 2018년 기준 1,000km가 좀 안 된다. 중국은 눈부신 시공실적과 저렴한 건설비용을 무기로 세계 고속철도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

 

장범석

칼럼니스트·일본어통역안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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