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규만의 컨택센터 컬럼] 감정노동자, 당신의 가족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황규만의 컨택센터 컬럼] 감정노동자, 당신의 가족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2.28 0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상대가 누구이든 상관없이 함부로 해서는 안되는 것 아닌가요?”
황규만
한국컨택센터산업협회 사무총장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아내를 포함한 아이들에게는 가족이니까 이해하겠지 하는 마음에 함부로 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밖에 나가면 아니꼽고 더럽고 치사하더라도 가족을 위해 눈물을 머금고 참으며 간이고 쓸개고 다 줄듯이 정말 깎듯이 대합니다. 그러다보니 혹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집에서 푸는 것은 아니겠지요. 

개그맨들도 방송에서는 말도 잘하고 잘 웃기지만 집에만 가면 말도 안하고 웃기지도 않고, 오직 돈을 받을 때만 그 재능을 펼친다고 합니다. 그렇게 하루 종일 힘들게 일을 했으니 집에서는 쉬면서 돈벌어 오느라 힘들었다고 대우받고 싶은 심리가 있는 걸까요?

어찌 되었든 그런 아빠에게 가족들은 섭섭해 합니다. 가족을 위해 밖에 나가 고생한다고, 가족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하면서 왜 정작 가족들에게는 다정하게 귀한 고객 대하듯이 하지 못하는지 정말로 답답합니다. 

회사도 가정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회사의 대표나 간부들은 고객사 분들에게는 극존칭을 쓰면서 직원들한테는 함부로 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갑질 폭행' 등의 협의로 구속 기소된 기업의 대표는 직원을 폭행하고, 여직원 신체에 자기 이름을 쓰는 등 엽기적인 행각을 했을 뿐 아니라 마약에 청부살인까지 그 죄를 다 나열하지도 못할 정도라고 합니다. 이런 분도 고객들에게는 깍듯이 대했겠죠? 그렇게 했으니 기업이 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존재하겠죠. 

또한 땅콩상무로 유명한 분도 비행기에 많은 고객들이 탑승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기 혼자 탄 자가용비행기인양 직원들을 겁박해 비행기를 회항시겼죠. 그 분은 요즘 남편과 자녀들에게 함부로 해서 또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가고, 아이들은 엄마의 등을 보고 배우는 게 맞는 모양입니다. 그래서 교육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언어폭력을 구사하거나 성희롱을 하는 악질범죄자들을 교육시켜 변화시킬 수는 없는 것이고, 그들이 하는 행동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스스로 느껴 행동을 고치도록 하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 해 7월에 나온 GS칼텍스의 '세상을 바꾸는 에너지, 마음이음~연결음' 광고는 정말 감동적입니다. '마음이음~연결음'이란 고객센터 상담사와 통화가 연결되기 전 음성 안내를 해주는 자동응답시스템입니다. 

"착하고 성실한 우리 딸이 상담해 드립니다"
"제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드릴 예정입니다." 
"연결해 드릴 상담사는 소중한 제 딸입니다. 고객님, 잘 부탁 드립니다." 
"사랑하는 우리 아내가 상담 드릴 예정입니다“

말 한마디의 효과는 대단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된 후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상담사의 스트레스는 79%에서 25%로 54.2% 감소되었고, 고객들로부터 존중 받는 느낌이 든다고 답한 상담사도 25%로 크게 늘었다. .'마음이음~연결음'을 들은 후 "멘트가 참 좋네요", "좋은 하루 보내세요" 등 친절한 한마디를 남긴 고객도 58%에서 66%로 늘었다고 한다.

이처럼 전화를 받는 상담사도 누군가의 귀한 가족이라는 것을 들려준 후 고객과 통화한 상담사들은 "첫마디에 "수고하십니다" 하시는 분들이 너무 많아져서 기분이 좋았다고 하면서 "정말 악질적인 고객을 친절한 고객으로 바꿀 수 없다 하더라도 악성이 될만한 고객들을 그렇지 않은 고객으로 바꿀 수 있는 변화 자체가 굉장히 큰 것 같다"며 울먹였습니다. 

'마음이음~연결음 이 나가기 전만해도 상담사들은 고객의 험악한 욕설에 아무것도 못하고 손을 벌벌 떤다든지, "네가 책임질 거야. 병신 같은 소리하고 있네."라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왜 내가 이런 욕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답답했다고 합니다.

'마음이음~연결음'이 일으킨 작은 변화를 듣고, 다른 회사에서 '마음이음~연결음'을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마음이음~연결음'으로 세상이 조금이라도 밝아질 수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그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컨택센터가 ''마음이음~연결음'을 통화연결음으로 사용함으로써 고객응대근로자(구 감정노동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그런 환경이 조성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