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졸업의 노래
[전대길의 CEO칼럼] 졸업의 노래
  • 편집국
  • 승인 2019.03.06 0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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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최근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졸업식과 입학식이 줄줄이 열린다. 초중고교 졸업은 영어로 'Graduation'이라 하고 대학졸업식은 시작한다(Commenc)의 명사형인 'Commencement'이다. 대학교 상아탑에서 공부를 마치고 사회에 나가서 사회인으로 출발하라는 의미다.  

1946년 6월6일에 태어난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졸업의 노래>를 떠올리면 예전에 초등학교 눈물바다 졸업식이 생각나서 코끝이 찡하고 가슴이 아련해진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후 중앙청에 성조기가 나부끼고 초대 주한미군사령관 겸 美 군정청 사령관인 ‘존 리드 하지’ 美육군중장이 북위 38도선 이남을 통치할 때 ‘외솔 최 현배’ 미 군정청의 편수국장이 아호가 석동(石童)인 아동문학가 윤 석중에게 <졸업의 노래>를 만들어줄 것을 부탁했다.

윤 석중은 해방 직후 “새 나라의 어린이는 일찍 일어납니다.  잠꾸러기 없는 나라 우리나라 좋은 나라”라는 노래를 작사하여 해방을 맞은 조국의 어린이들이 목청껏 ‘새나라 우리나라’를 부르게 한 주인공이다. 

최 현배 한글학자가 졸업식 노래를 의뢰한 날은 1946년 6월5일이었다. 최 현배의 부탁을 받자마자 윤 석중의 머릿속에는 시상(詩想)이 번득였다. 원래 악상(樂想)이나 시상(詩想)은 순식간에 떠오르는 법이다. 

윤 석중은 그날이 가기 전에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 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 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란 <졸업의 노래> 노랫말을 완성했다. 

윤 석중은 다급하게 옥천 출신의 작곡가 정 순철(鄭淳哲)을 찾았다. 
<새 나라의 어린이>, <엄마 앞에서 짝짜꿍>을 작곡한 정 순철 작곡가는 <졸업의 노래> 노랫말을 받자마자 번개처럼 악상이 떠올랐다.  피아노를 두들기던 그는 악보에 콩나물을 순식간에 그렸다.   

성미가 급한 윤 석중 작사가와 정 순철 작곡가는 설렁탕집에서 만났다. “비이이잋 나는 조오올업장을 타신 언니께~~~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설렁탕 집에서 때 아닌 고성방가는 “거, 조용히 합시다!”라는 지청구(탓하다, 나무라다)의 대상이 되었다. 

졸업식 노래는 이렇게 하루 만에 탄생한 것이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합니다. 물려받은 책으로 공부 잘하며 우리는 언니 뒤를 따르렵니다.” 라는 1절은 교과서가 제대로 없어 선배들 것을 물려받아 공부했던 시대를 반영한다.(최근에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그런데 가슴 뭉클한 것은 2절이고, 사실 2절을 부를 때 졸업식은 눈물바다가 되기 일쑤였다. “잘 있거라 아우들아. 정든 교실아. 선생님 저희들은 물러갑니다."  

“앞에서 끌어주고 뒤에서 밀며 우리나라 짊어지고 나갈 우리들 냇물이 바다에서 서로 만나듯 우리들도 이 다음에 다시 만나세”란 3절은 미래에 대한 선후배 모두의 다짐의 합창이다.

미 군정청 편수국의 모든 직원들 앞에서 이 노래가 처음 불리었다. 이들의 열화와 같은 호응으로 졸업식 노래로 공표되었다. 이 노래는 각 학교와 학생들에게서 선풍적인 반응을 얻었으며 널리 불리어졌다.  

이 노래가 나오고 때 아닌 돈벼락을 맞은 것은 꽃집이었다. 각급 학교졸업식 때마다 꽃다발 주문 홍수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런데 윤 석중 작사가와 정 순철 작곡가는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에서 크나 큰 상처를 입거나 아예 실종되고 말았다. 
 
윤 석중 선생의 아버지와 새 어머니, 이복동생은 충남 서산에 살았는데 새어머니 쪽이 좌익과 관련되었다고 한다. 전쟁 와중에 벌어진 피의 학살극에 윤 석중의 가족은 몰살당하고 말았다. 

윤 석중이 원래 서산으로 피난 오려던 것을 아버지가 “전쟁 통에는 가족 간은 떨어져 있어야 누구든 한 쪽은 살 수 있다”며 만류했는데 이 것이 천행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일본 동경음대를 졸업한 작곡가 정 순철에게 불행의 그림자가 찾아왔다. 모두 피난을 간 학교(동덕여고)를 홀로 지키다가 서울이 수복된 1950년 9월28일경 인민군에게 납북되었다. 그 후에 그의 생사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서 해월, 최 시형의 외손자이며 의암 손 병희의 사위였던 정 순철 작곡가의 제삿날은 수복 다음날인 9월 29일이 되었다.   

“정말로 국경이 없는 것은 동심(童心)이다. 동심이란 무엇인가? 인간의 본심이다. 인간의 양심이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서 동물이나 목성 (木性)하고도 자유자재로 이야기 나누고 정을 나눌 수 있는 건 동심이다”라고 훗날에 '막사이사이상'을 받은 윤 석중이 말했다. 

간악한 일제 통치를 받을 적에도, 해방의 혼란과 설렘 와중에서도, 자신의 일가족이 학살 되고 절친한 작곡가의 생사를 가린 전쟁의 공포 속에서도, 가난의 무게가 전 국민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었을 때에도 윤 석중 선생은 그 어둠을 밝힐 빛으로 ‘동심’을 찾고 있었다. 

국제PEN 한국본부 부이사장, 정 용원 시인은 어린이 문학인 ‘아동(兒童) 문학‘이 아니라 동심을 바탕으로 한 ’동심(童心) 문학‘이라고 주창한다. 윤 동주 시인 등 많은 시인들의 작품 중 대다수가 동시(童詩)란다. 

윤 석중 선생과 정 순철 선생이 설렁탕 집에서 함께 노래부르며 작사, 작곡한 노래가 바로 <졸업식 노래>임을 밝힌다. 걸작이나 명작은 우연(偶然)의 산물이기도 하다.  

1995년 이후 각 학교 졸업식장에서 <졸업의 눈물(Graduation Tears)>이란 노래가 연주된다. 선후배간에 함께 부르는 졸업의 노래가 사라졌다. 예전 <졸업의 노래>와 비교해 보면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One Summer Night>란 영화에서 배우로 출연했던 홍콩 가수 진추아(陳秋霞, Chan Chau Ha)가 불러서 크게 유행시킨 <졸업의 눈물>이란 노랫말을 적는다.             

 싱어송 라이터 홍콩 가수 진추아(陳秋霞)
 싱어송 라이터 홍콩 가수 진추아(陳秋霞)

흡사 요즘 젊은이들에게 유행하는 랩(RAP)의 노랫말처럼 느껴진다. 원래 '랩(RAP)'이란 말은 ‘리듬을 탄 시(詩..Rhythm And Poem)'란 뜻이다.  

“이제 교과서와 안녕을 고할 때가 된 것 같아요.
그리고 나를 이끌어 준 사람들과도.
그들은 내게 즐거움과 행복의 길을 열어주었지요.
내 친구들이여. 우리가 나누었던 정(情)을 어찌 잊으리요.
이 거친 세상, 나 혼자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모르겠어요.
내 친구들이 다 헤어져 떠나면.
축복받은 나의 학창시절 걱정 없이 졸업의 문을 나서게 된 나.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감사드려요. 
졸업의 눈물, 축하의 갈채. 감정이 복받치는 날.
우정과 사랑을 뒤에 두고 떠나는 내 마음 그 누가 알아 주리요.
정든 교정을 떠나면서“

끝으로 동요하면 맨 먼저 떠오르는 <학교 종>이란 노래에 관련한 이야기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우리를 기다리신다(1절)”,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사이좋게 오늘도 공부 잘하자(2절)”란 노래도 1948년도에 최 현배 선생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릴 동요를 김 메리 음악가에게 부탁해서 탄생한 것이다. 

김 메리(마리아에서 따옴) 선생이 전차를 타고가다 악상이 떠올라 작사, 작곡한 동요(童謠)다.

어려서부터 아무 생각 없이 따라 불러 온 ‘학교종’이란 노래가 이렇게 생겨난 줄은 몰랐다. “아~하! 그 노래가 이렇게 탄생했구나!”. 
   

전   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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