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사람을 미워한다는것
[신간안내]사람을 미워한다는것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4.01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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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불편하게 하는 마음, 미움을 들여다보다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이 책은 부부, 연인, 친구, 동료, 사제 또는 이웃이나 생판 모르는 타인 등 인간관계에 극히 일상적으로 따라다니는 '미움'에 대해 살핀다.

미움의 감정을 탐색하는 이 책은 저자 자신의 개인적인 경험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아내와 아들이 자신을 미워하게 된 과정을 담담하게 되짚으며"서로 상대가 존재하지 않는 듯 행동하는 관계"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또 자신의 어머니가 아버지를 '죽도록' 미워했던 일, 자신 역시 특별한 이유 없이 아버지를 미워했던 일을 떠올린다. 미움이라는 감정을 연구하게 된 데는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가 있던 것이다.

정량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주제가 아니었기에 이 책은 다양한 방송 프래그램과 문학 작품에서 사례를 끌어온다. '중학생 일기'라는 NHK 프로그램을 통해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해 미움이라는 감정에 잡아먹힌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꺼낸다.

장폴 사르트르, 마르셀 푸르스트, 블레즈 파스칼, 스피노자의 철학 속에서 타인의 시선과 관계의 불편함을 살피고, 스탕달의 '연애론'을 빌려서 미움이 결정화되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이외에도 제인 오스틴, 라로슈푸코가 등장하고 반 고흐와 고갱, 아오키 시게루와 사카모토 한지로의 관계를 이야기하며 질투의 기전을 짚어낸다.

알베르토 모라비아의 '경멸', 앙드레 지드의 '여인들의 학교',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실격'을 통해 경멸이 어떻게 생겨나고 그것이 어떻게 미움으로 발전하는지 본다. 또한 나쓰메 소세키, 서머싯 몸, 몰리에르, 라이너 마리아 릴케 등의 작품을 사례로 들어 미움의 원인과 극복 과정을 이야기한다. 

미움이 자연스러운 감정이라고 하더라도 그 안에는 다양한 원인이 있다. 물론 그 원인이 반드시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미움의 원인이 되는 일이 누군가에겐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될 수도 있다. 이 책에서는 미움을 일으키는 8가지 원인을 살핀다.

미움의 원인을 찾는다는 것은 사실상 미워하는 감정에 대한 자기 정당화 과정이다. 누군가가 '교활해서 싫다'고 한다면 그것은 상대에게 그런 특성을 전가하는 것이다.

자신이 그 사람을 미워하는 이유를 거기에서 찾은 것이다. 결국 미움의 원인이라는 것은 미움의 감정을 품는 자기 정당화의 원인인 셈이다.

미움의 감정이 반드시 타인만을 향하는 것은 아니다. 타인을 미워하는 것에는 자신을 미워하는 감정이 얽혀 있다. 바로 자기혐오다. 자기 자신이 자신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을 미워한다.

뭘 해도 바보 같은 자신이 싫고 어둡고 위축된 성격이 싫고 매력이 없는 몸이 싫다. 그런 마음은 결국 "나이기 때문에 싫다"로 이어진다. 심지어 빼어난 외모에 상당한 성취를 이룬 듯이 보이는 사람도 이런 자기혐오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자기혐오는 또한 지극히 착하고 선한 사람에게서도 발견된다. 그런 사람은 자신의 마음속에서 누군가에 대한 미움을 발견하게 되었을 때 심하게 자신을 자책한다.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 돼, 타인을 탓해서는 안 돼, 상처 줘서는 안 돼'라는 것을 절대적인 가치로 여기기 때문에 다른 사람을 미워하는 감정이 움틀 때마다 자기혐오에 빠져버린다.

지나친 자기혐오는 자신을 방어하는 기제를 발전시켜 결국 자신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먼저 타인을 미워한다.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모든 타인을 미워하는 것이다.

자신을 미워하려는 타인을 미리 미워해서 자신이 절대로 상처 받지 않으려는 것이다. 이런 사람들 결국 자신에 대한 타인의 미움에 과민할 정도로 자기방어를 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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