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열정의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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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4.01 09: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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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고 싶은 일만 하면 정말 행복해질까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2005년 스티브 잡스는 스탠퍼드대학교 스타디움에 운집한 2만 3000명 앞에서 열변을 토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일을 찾으세요. 아직 그런 일을 찾지 못했다면 계속해서 찾아보세요.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이 졸업 연설 동영상이 유튜브에 올라오자 순식간에 350만 뷰라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스탠퍼드대학교 공식 동영상에도 300만 명이 몰려들었다.

사람들의 반응은 비슷했다. "열정을 따라야 해. 인생은 그러라고 있는 거야.", "열정이야말로 우리가 인생을 살게 해 주는 동력이지." 인습 타파의 상징적 인물이 설파하는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에 다들 감명받고 깊은 공감을 표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정작 스티브 잡스는 이 조언을 따르지 않았다. 사실 젊은 시절 잡스는 IT 기업 경영에 열정을 가진 인물로 보기 어려웠다. 대학생 때 그는 장발에 맨발 차림으로 미국사와 댄스를 연구하고 동양 신비주의에 심취해 있었으며, 사업이나 전자 기기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1년 만에 대학을 중퇴하고는 수련 공동체를 들락거리고 인도로 영적 여행을 다녀오고 젠 센터에서 선 수련을 했다. 즉 애플 설립 몇 달 전만 하더라도 스티브 잡스는 그저 영적 깨달음을 추구하며 고뇌하던 젊은이였을 뿐 IT는 당장 급한 돈을 위해 건드려 본 수준이었다.

자신의 열정이 이끄는 대로 사랑하는 일을 찾으라는 잡스의 조언은 과연 옳은 걸까? 칼 뉴포트는 "열정을 따르라"는 조언, 이른바 '열정론'은 틀렸다면서 "열정을 따르지 마라"라고 단언한다.

저자에 따르면 열정론은 1970년대에 유행하기 시작해 2000년대 들어 더욱 심화되었다. 수많은 책의 저자, 전문 블로거, 상담사, 구루라는 사람들이 직장에서의 행복에 대해 "행복해지려면 열정을 따라야 한다"라는 얘기를 퍼뜨리고 있으며 "좋아하는 일을 하면 부는 저절로 따라온다"라는 말은 이제 커리어 상담 계통에서 사실상 일반적인 모토로 자리 잡았다.

그러나 열정론은 근거도 없을뿐더러 위험하기까지 하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어떤 연구에 따르면 84퍼센트가 열정을 가졌다고 답했지만 실제로는 취미에 가까운 것뿐이었고 직업이나 교육에 관련된 것은 4퍼센트에도 못 미쳤다.

이처럼 "따를 만한 열정이 애초에 없는데 어떻게 열정을 따를 수 있단 말일까요?"라고 저자는 반문한다. 열정론은 어딘가에 마법 같은 '딱 맞는 일'이 기다리고 있으며 그 일을 찾기만 하면 자신이 바라던 바로 그 일이라는 걸 단숨에 알아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사람들에게 심어 준다.

그런데 문제는 만약 이런 확신을 실현하는 데 실패할 경우 만성 이직이나 자기회의감 등의 부작용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미국인의 직업 만족도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였다.

이는 열정 중심 커리어 관리 전략이 실패로 돌아갔음을 반증한다. 그러니 누군가에게 '열정을 따르라'고 하는 건 순수한 낙관적 표현에 그치지 않고그 사람의 커리어에 혼란과 불안을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뉴포트는 "열정을 따르지 마라"가 첫 번째 일의 원칙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직업과 커리어에서 열정보다 더 중요한 무엇이 있다는 뜻일 것이다. 열정론이 우리를 올바르게 이끌지 못한다면 그 대신 무엇을 해야 할까? 자신이 사랑하게 될 일을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이를 위해 뉴포트는 광고 디자이너, TV 방송작가, 벤처 투자자, 농부, 소프트웨어 개발자, 사업가, 과학자, 고고학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뮤지션, 코미디언 등 수많은 직업의 사람들을 인터뷰하는 탐구의 여정에 나선다.

그 과정에서 그는 또 다른 3가지 일의 원칙을 발견하고 그 원칙들을 현실에서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밝혀낸다. 이 책을 읽는 당신은 그가 수많은 시간을 들여 알아낸 원칙과 방법들을 고작 한 권의 책을 통해 알 수 있게 되는 행운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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