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고개든 '블라인드 채용법' 구직자 울리는 정보요구 사라질까
[이슈]고개든 '블라인드 채용법' 구직자 울리는 정보요구 사라질까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3.29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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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 국회 본회의서 의결
가족관계 등 직무와 무관한 구직자 개인정보 요구 불가
채용 관련 청탁, 압력, 뇌물 등 근절..적발시 벌금 3000만원
실효성있는 안착 위해 정부 감시·감독 강화 필요
'블라인드 법'으로 불리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블라인드 법'으로 불리는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앞으로 근로자 구인 시 기초심사자료에 구직자 직무와 무관한 재산, 형제자매의 정보 등 개인 정보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 공정한 채용 문화 확산과 채용비리 근절을 위한 '블라인드 채용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

이에 대해 좋은 취지의 개정 법률이라는 반응이 이어지면서도, 현장에 실효성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시스템과 감시·감독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3월 28일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채용절차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됐다. 일명 '블라인드 채용 법'으로 불리는 해당 개정안은 채용 시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을 금지하고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관련 없는 개인 정보 요구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정부는 이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통해 공공·민간기업의 채용비리를 규율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구직자에게 공정한 취업 기회를 부여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했다.

만약 채용에 관련한 청탁이나 압력이 확인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할 경우 3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 받는다.

이러한 채용절차법 개정안 소식에 구직자들은 화색을 보이면서도, 실제 기업들이 이행하기 위해선 적절한 감시·감독과 구직자 변별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개인 정보에 추천인 요구까지.. 도 넘은 정보 요구
구직자들은 채용절차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데 일단 긍정적인 입장이다. 은연중에 행해지고 있던 기업의 과도한 정보 요구를 거부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기 때문.

그동안 구직자들은 기업의 개인 정보 요구가 불합리하다는 인식이 있음에도, 최악의 실업난을 겪으며 상대적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어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다. 불만을 얘기할 경우 채용 자체가 어려울 수 있는 상황에서 눈과 귀를 닫을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국내 모 아웃도어 브랜드를 생산하는 기업에서는 신입·경력직 채용 시 자기소개란에 부모와 가족의 학력과 근무처를 기재하도록 하고, 기업에 누구의 추천을 받아 입사를 지원하게 되었는지를 묻는 '추천인'을 기재하도록 해 논란을 낳은 바 있다.

국내에선 손꼽히는 규모의 회계 법인에서도 비서 채용 시 비서 직과 무관한 승무원 출신 이력과 키, 기혼 유무, 구직자의 나이 제한 등을 둬 한차례 홍역을 치렀다.

2016년 입사 지원 경험이 있는 구직자들은 한 명당 평균 4.7개의 개인 정보를 직무와 무관하게 기재한 적이 있다고 답한 잡코리아의 조사 결과를 보더라도, 기업들의 불공정한 채용을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담긴 정보가 이력서에 공공연하게 작성되도록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된다.

그동안 이러한 유형의 채용을 진행했던 기업들은 "필수 사항이 아닌 선택사항일 뿐"이라며 변명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채용절차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기업들은 선택사항으로도 구직자의 불필요한 정보를 요구할 수 없게 됐다.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의 모습. 실업난이 심각한 채용시장 속에서 구직자는 '을'의 입장이다.
채용 정보를 얻기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들의 모습. 실업난이 심각한 채용시장 속에서 구직자는 '을'의 입장이다.(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채용절차법 실효성 높이기 위해 감시·감독 강화해야
채용절차법이 실제 현장에 실효성 높게 안착되기 위해선 적절한 감시와 감독이 뒷받침되고, 객관적인 채용을 진행할 수 있는 채용 절차가 구체화돼야 한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이 은연중 채용절차법 개정안을 어기고 구직자의 개인 정보를 묻거나, 불공정한 채용비리를 목격했다 하더라도 개인의 자발적인 신고·고발은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구인구직 시장에서 기업에 입사 지원을 하는 구직자는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다. 요즘처럼 최악의 실업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지난 2015년 1월부터 구직자들이 입사 지원 시 제출한 채용 서류를 반환받을 수 있는 채용 서류 반환제를 시행하고 있다. 이번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채용절차법과 마찬가지로 구직자를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마련한 법안이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인크루트가 밝힌 설문조사 결과, 구직자는 채용 서류 반환제를 알고 있음에도 채용 서류 반환을 요구하지 않은 경우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 배경은 '반환 과정이 까다로워 보여서(29%)'와 '재지원 시 불이익 우려(14%)'였다.

이러한 비슷한 사례를 감안하면, 채용절차법이 마련됐다 하더라도 해당 기업 또는 관련 업계 다른 기업에 입사 지원 시 불이익을 우려한 구직자들이 개인 정보 요구에 대한 불만을 공식적으로 표출할 수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타당성 없는 얘기로 보이진 않는다.

때문에 채용절차법 위반 행위에 대한 감시와 감독을 개인에게 일임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인 감시·감독을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공정한 채용 문화 확산을 위해 객관적인 채용을 진행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대한 필요성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IT 기업에 취업 준비 중인 K 씨는 "겉으로는 개인 정보를 요구하고 있지 않지만 자기소개서를 통해 개인 정보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되지 않는다면 결국 '눈 감고 아웅 하는 셈' 아니겠나"고 하소연했다.

공정한 채용 문화 확산과 채용절차법 개정안의 안착을 위해 NCS 채용·채용절차 전반에 걸친 블라인드 채용·외부 기관을 통한 채용대행·AI 채용 등이 기존 채용 시스템의 보안책이자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최근 많은 구직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겼던 공공기관과 국내 대기업의 '채용비리' 소식이 이어졌다. 공정한 사회 환경 조성을 위해서 채용절차법 개정안이 구인구직 시장에 안착될 수 있는 기반 조성이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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