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난 시간의 이면, 얇아진 지갑에 운다
늘어난 시간의 이면, 얇아진 지갑에 운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4.15 08: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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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잡 뛰는 사람들이 늘어난 이유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내일 모레 50을 바라보는 A씨는 소위 말하는 '공돌이'다. 그래도 대기업 계열사에 다니고 있는 터라 크게 불만은 없다. 남들이 뭐라 해도 그 덕에 집안 살림 건수하고 아이들 교육 시키는데 소요되는 비용을 마련할 수 있었던 탓이다. 

그러던 그가 요즘 들어 대리운전이라도 뛰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고민에 빠져있다. 늘어나는 생활비와 두 아이의 교육비를 대기가 너무 힘들어진 탓이다.

속 모르는 사람들은 그의 고민을 배부른 투정 정도로만 여긴다. 연봉이 얼만데 그러냐는 것. 옛날 얘기다. 물론 예전엔 그랬다. 야근에 잔업, 휴일 특근까지 하루도 제대로 쉬지 않고 일했으니까. 그래서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연봉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는 게 문제다. 52시간 단축 근로제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회사는 그에게 야근과 잔업, 휴일 특근을 강요하지 않는다. 몸은 편해졌지만 그 이후로 그의 월급 명세서에 찍힌 앞자리 숫자가 달라졌다. 

이런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특히 제조업 분야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진다. 야근과 특근이 일상화되어 있던 구조 탓이다. 이제 그 일상이 사라졌으니 당연히 그를 통해 벌던 돈이 사라진 것이고 그로 인해 퇴근 후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형편에 놓인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제조업 종사자는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과 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 4000원을 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회사의 규모와 일의 성격에 따르지만 대개 이 정도 수준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샐러리맨에게 한 달에 100만원 가까운 수입이 줄어든다는 것은 치명적인 타격을 입히는 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딱히 이를 보전해줄 수 있는 대안은 나오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저임금 시행으로 저소득 계층에서는 오히려 임금이 줄고 있는 역설까지 등장하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는 단축근로제 시행에 때를 맞춰 워라밸을 강조하고 나섰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 좋다는 것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균형이 무너진 워라밸 때문에 퇴근 후 다른 일거리를 찾아나서는 현실 앞에서 이는 너무 이상론에 치우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못내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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