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갑질만큼 무서운 기업 간 갑질, 사회적 관심 필요
개인 갑질만큼 무서운 기업 간 갑질, 사회적 관심 필요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4.17 08: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도급 거래, 갑사 불공정행위에도 싫은 소리 못해
기업을 향한 갑질, 결국 소속 근로자 개인도 피해 받아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어느샌가부터 생겨난 신조어 '갑질', 갑을관계에서 권력의 우위에 있는 갑이 약자인 을에게 하는 부당 행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뜻을 지닌 '갑질'이 대다수 국민들의 입에 붙을 만큼 '갑질'은 사회적 논란거리이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슈다.

소비자라는 이유로 아르바이트생, 사업주에게 행해지는 무리한 요구와 폭언 등 고객의 갑질 논란에 이어 지난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대한항공 家의 연이은 갑질 소식과 양진호 사태, 간호사의 태움 문화 등 각종 산업 내 갑질 문화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도 했다.

이에 상응하듯 대중들은 갑질 소비자 문화 지양하기에 나섰고 각 기업과 기관들도 갑질 근절 대책 등을 자성적으로 마련하며 기업 내부 조직 간 갑질 문화를 바꾸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개인을 향한 갑질에 대한 주목에 비해 단체와 기업, 다수를 향한 갑질은 대중들의 관심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는 듯 하다.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개인'이 소속한 '단체'와 '기업'이 또 다른 누군가의 갑질 속에 고통받고 있다.

특히 원청과 하청 구조로 되어있는 하도급 거래에서 기업과 단체를 향한 갑질은 만연하고 있다. 도급 단가 낮추기, 납품 대금 미지급 등 다양한 갑질이 횡행하고 있지만 사회적인 관심도는 다소 낮은 것처럼 느껴진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밝힌 '2018 중소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의하면 중소 제조업 507개 사 중 약 5%가 불공정 하도급 거래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불공정 하도급 거래는 1차 하청보다 2차, 3차로 재하청이 이뤄질 경우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1차 하청기업에서 불공정 거래를 경험한 비율은 3.7%에 불과한 반면, 2차 하청기업은 8.9%, 3차 하청기업은 13.3%가 불공정 거래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한 하도급 거래 문화 조성을 위해 하도급법 개정 등을 단행하고 있지만 정작 갑질 가해자 들은 공정위가 빼든 철퇴를 솜방망이 취급한다는 것도 문제다.

하도급 거래 시 현금 지급 의무화나 부당특약의 무효화 등을 법으로 재정하고 해당 행위를 위반할 경우 공공기관 입찰 참가 제한 등의 강수를 두고 있으나, 신고조차 어려운 상황에서 누적된 점수를 통해 입찰 참가 제한을 두는 수준의 제재로 상습적인 갑질을 근절하기는 역부족이라는게 현실이다.

을의 기업 입장에선 하도급 거래 시 납품단가나 하도급대급 지금 관련 등 불공정한 행위를 경험한다 하더라도 하청 기업이 직접 문제를 제기하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중소기업 하도급거래 실태조사 보고서에 의하면 원사업자와 거래 단절 시 원사업자의 타협력사 대체 정도는 매우 그렇다와 다소 그렇다는 응답이 무려 77.9%로 나타난 반면 하도급 기업의 타거래처 대체 정도는 그렇지 않다는 의견이 60.2%로 앞도적으로  높았다.

즉, 원사업자의 경우 대체할 하도급 기업이 많지만 하도급 기업은 대체 방안이 없는 것. 불공정행위 신고에 대한 보복 행위가 적발될 경우 손해액의 최대 3배를 배상금으로 물리겠다고는 하지만 하청 기업들은 1년 후, 2년 후 먹거리를 생각해 울며 겨자 먹기로 거래를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당장의 손실을 줄이고 언제 돌려 받을 수 있을지 모를 손해배상액을 기대하다가 자칫 일거리 자체가 끊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감을 주는 갑사 내에서 불공정 행위 신고 기업으로 낙인 찍혀 타 거래처의 거래마저 끊길까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러하니 하도급 시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멍이 들어간다. 대기업은 알고는 있어도 '관행'이라는 명분으로 영세 하청 업체들에 대한 갑질을 일삼고, 하청 기업은 또다시 재하청으로 자신들의 피해를 제2, 제3의 업체에게 전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는 고스란히 가장 말단의 하청·도급 기업과 근로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일례로 주52시간·최저임금 상승으로 인건비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도급'이라는 이유로 원청이 비용 인상 책임을 회피한 결과, 도급 기업은 비용 상승으로 인한 적자로 경영난에 시달리는 반면 원청기업은 비용과 업무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비용 상승에도 대금 인상이 진행되지 않아 손해를 감수하고 거래를 진행하다 보니 근로자의 처우 개선은 그림의 떡이 됐다. 도급 기업 소속 근로자는 적절한 임금 상승이 이뤄지지 못한 채 업무량만 과중되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된 기업 간 '갑질'이 기업과 기업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근로자 개인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기업간 갑질은 수 천, 수 만명의 하청·도급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갑질인 셈이다.

해마다 하도급 거래에서 발생하는 갑질 문제가 지적되고 있지만 '갑질 가해자'로 지적된 기업들은 오히려 당당한 모습이다. 모 기업도 공정위로 부터 받은 시정명령과 과징금 처분에 대해 피해 기업에 손해배상을 진행하기보다는 행정소송으로 맞불을 놓았다. 사실 하청과 도급 거래 시 발생하는 기업 간 갑질 문제는 정부의 추적 조사도 적극적이지 않을뿐더러 사회적인 관심도 낮다.

기업간 갑질은 결국 개인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된다. 가장 낮은 곳에서 각종 갑질에 고통받고 있는 하청·도급 기업과 근로자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많은 이들의 관심 있는 시선이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