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예상 법인세율 인상 효과두 배 넘는 4조 6000억원 달해
법인세 전년대비 42.5% 급속 증가, 이익 증가율의 3배 육박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충격 여파가 기업들을 덮친 탓일까. 지난해 상장기업 4곳 중 1곳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감소하는 등 실적 악화가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경제연구원이 4월 17일 발표한 '2018년 기업실적 5가지 특징'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 대상 기업 517개사 중 2017년 대비 매출액이 감소한 기업은 188개사(36.4%), 영업이익이 감소한 기업은 294개사로 절반 이상(56.9%)을 차지했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기업도 131개사(25.3%)로 나타났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모두 증가한 기업 비중은 39.1%에서 32.1%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돼 우량기업은 줄고 수익성 저하 기업은 늘어나는 추세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악화된 경영 환경의 탓이 크지만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 법인세율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 보고서의 맥락이다.
지난해 정부는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해당 구간 법인세율을 22%에서 25%로 높였다. 이 때 정부가 예상한 법인세율 인상 효과는 2조 1000억원 증가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두 배가 넘는 4조 6000억원에 달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의 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실적 지표들은 악화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코스피 상장 517개사 중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인 38개 기업의 법인세율 인상에 따른 부담 증가액인 4조 6000억원 중 삼성전자(2조 2000억원)와 SK하이닉스(8600억원) 두 회사가 낸 법인세만 3조원을 넘었다.
기업의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이 96조 5000억원으로 13조 2000억원(15.8%) 늘었는데 반해 법인세 부담은 25조 3000억원으로 7조 5000억원(42.5%) 뛰었다. 늘어난 이익 증가분 13조 2000억원의 절반 이상(7조 5000억원)을 법인세로 추가 부담하는 셈이라는 게 한경연 측의 설명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지난해, 동일 업종 내에서도 기업 간 실적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는 점이 이채롭다. 특히, 전기전자는 전체 이익률이 15.5% 증가한 데 비해, 업종 내 기업 절반은 영업이익이 80.1%나 감소했다.
연 매출 1조 원 이상 기업들의 실적도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지난해 매출액이 1조원 이상인 192개사 중 53개사(27.6%)의 매출액이 감소하고, 절반(91개사, 47.4%)은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감소한 기업도 16.7%(32개사)를 차지했다.
매출 1조원 이상 기업 중 영업이익이 가장 크게 감소한 기업은 LG디스플레이로 `17년 대비 96.2% 감소하였고, 그 밖에 현대위아, 에스엘, 대유에이텍 등 자동차 부품 관련 기업들의 실적 하락 폭도 크게 나타났다.
적자 기업도 늘었다. 적자 기업 수는 2016년 65개로 떨어졌다가 지난해 85개사로 급증했다. 특히 2년 연속 영업이익이 마이너스인 적자 지속 기업은 1년 새 35개에서 51개로 늘었다. 반면 흑자 전환 기업 수는 2015년 42개로 늘었다가 지난해 24개사로 줄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지난해 법인세율 인상으로 기업들의 세 부담은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실적 지표들은 악화하는 상황"이라며 "반도체업종 부진이 예상되는 만큼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규제개혁, 세제 혜택 등에 보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