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좋은 일자리와 우리말 공부
[전대길의 CEO칼럼] 좋은 일자리와 우리말 공부
  • 편집국
  • 승인 2019.05.0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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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은 갈고 닦을수록 더욱 빛난다
전   대   길(주)동양EMS 대표이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말이란 사람의 생각이나 느낌 따위를 표현하고 전달하는데 쓰이는 음성기호다. 이를 문자 기호로 표현하고 전달하는 게 글이다. 

말이나 글은 사람의 생각을 외부에 드러내어 다른 사람이 알 수 있는 상태에 두는 수단이기도 하다. 말은 말을 하는 사람의 인격을 평가하는 중요한 지표다. 언제, 어느 곳, 어떤 상황에서도 말을 잘하는 것은 참으로 중요하며 인간관계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이다.  

2019년 4월 삼성그룹 대졸 신입사원 공개채용 입사시험에 ‘겸손한 태도로 남에게 양보하거나 사양하다’는 ‘겸양(謙讓)하다’의 반의어(反意語)를 쓰라는 문제가 출제되었다. ‘잘난 체 하다’는 뜻을 지닌 “젠체하다”가 그 정답이다. “난생 처음 보는 단어”라며 수험생들이 당황했단다. 무심코 쓰던 말의 참 뜻을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다.  

어디 그 뿐이랴?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며 망설이다’란 뜻의 ‘서슴다’란 우리말 문제가 어려웠다고들 이구동성이다. 

‘칠칠하다’라는 우리말을 설명하라는 문제도 나왔다. ‘일을 깔끔하고 민첩(敏捷)하게 처리하다’는 정답을 쓰지 못한 수험생이 많았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칠칠맞다’의 부정어법어인 ‘칠칠맞지 못하다’라고 쓰다 보니 헷갈렸단다. 

쓸데없고 공연한 언행을 가리키는 ‘부질없다’는 말은 강하고 단단한 쇠(鐵)를 얻으려고 쇠를 불에 달구는 ’불(담금)질‘에서 나왔다. 불질을 하지 않은 쇠는 쉽게 휘어지며 쓸모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우리들 생활용어 중에서 중복된 표현을 잘 못 쓰는 사례도 있다. 

‘부드러운 녹말가루가 물에 가라앉아 생긴 층’이 ‘앙금’이다. ‘앙금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중복된 표현으로 잘 못 쓰는 것이다. ‘앙금이 가시지 않고 있다’로 써야 맞다. 

“주가(株價)가 하락세로 치닫고 있다”는 표현은 “주가가 하락세로 내닫고 있다”로 써야 옳다. ‘치닫다’는 위로 달려 올라가는 의미다.

일본말처럼 보이는 ‘에누리’라는 우리말이 있다. ‘잘라내다’는 의미인 ‘에다’의 어간에 ‘누리’가 붙은 것으로 ‘물건 값을 깎는 일’ 또는 ‘어떤 말을 보태거나 줄여서 말하는 것’을 뜻한다. 

‘야코가 죽다’의 ‘야코’는 ‘양코’를 의미하며 ‘양’은 서양(西洋)의 ‘(바다)양(洋)’자다. ‘서양인의 높은 코가 낮아졌다’는 말이다. 

‘도저히(到底-)’, ‘도무지(옛말:도모지/塗貌紙)’, ‘도대체(都大體)’, ‘도통(都統)’, ‘도시(都是)’, ‘전혀(全-)’ 등 같은 뜻의 부사(副詞)가 한자어(漢字語)라는 진실을 알게 되면 뜻밖이어서 놀랄 것이다. 

힘이나 돈을 들이지 않고 거저 얻는 물건인 ‘공것’과 같은 말인 ‘공짜(空-)’와 수량을 나타내는 말들 사이에 쓰이는 ‘내지(乃至)’도 한자어다. ‘허랑방탕한 짓’이라는 ‘난봉’은 우리말이다. 

‘거지반(居之半)’은 ‘거반(居半)’과 같은 말인데 ‘거의 절반’이란 뜻이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에게 따지고 대들기로 이름난 ‘고약해(高若海...1377~1443)’란 신하가 있었다. 성질이 괴팍하거나 나쁠 때 쓰는 ‘고약하다’는 ‘고약해’란 신하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한국과 일본의 지상파 방송 프로그램의 차이점이다. 

우리나라 주요 T.V방송은 저녁 뉴스가 끝나면 ‘1박2일’이나 ‘개그 콘서트’ 등 예능(藝能)프로그램이 나온다. 그러나 일본 NHK-TV방송은 저녁 뉴스가 끝나면 NHK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예술(藝術)프로그램이 방송된다. 예능과 예술의 품격(品格)의 차이를 느낀다. 

주말에 지상파(T.V)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자막(字幕)이 편당 1,400개를 넘는다. 이중에는 사실과 다르게 해석하거나 왜곡(歪曲)된 말들이 너무나 많다. 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어린 청소년들에게 문인으로서 부끄러울 때가 많다. 

이를 조속히 바로 잡아야 하는데 모두들 이에 대해 무관심(無關心)할 뿐이다. 국적불명(國籍不明)의 우리말과 한자, 우리말과 영어의 합성어도 춤을 춘다.  

말은 사람의 생각과 감정을 원래대로 드러내는 거울이다. ‘같은 말도 툭해서 다르고 탁해서 다르다’, ‘말이 고우면 바지 사러 갔다가 두부 사온다’는 우리말 속담이 이를 잘 나타낸다. 

아침 TV뉴스를 보던 중에 어느 기자가 “드라이버로 골프공을 처서 멀리 보내는 장타 대회가 미국에서 열렸다. 000선수가 비거리(飛距離) 386 Yards를 날려 보낸 장본인이다”라고 말한다. 이어서 “최 경주 선수는 세계 골프계를 제패한 장본인”이며 “우리나라 과학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장본인 000”라고 말한다. 

이런 경우에는 ‘장본인’이 아니라 ‘주인공’, ‘주역’이라고 써야 옳다. ‘좋은 일이나 훌륭한 일을 한 사람’을 ‘주인공(主役)’이라고 부르며 ‘살인이나 절도행위, 사기 등 사회에 해롭고 나쁜 일을 한 당사자’를 ‘장본인(張本人)’으로 써야 옳다. 삼성그룹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주인공과 장본인을 구별하라는 문제가 머지않아 확실하게 출제될 것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말(馬)을 관리하던 관청의 하인들이 높은 벼슬아치가 행차할 때 “비켰거라~!”며 건달처럼 거드름을 피며 소리쳤다. 

여기에서 ‘거들먹거리다’란 말이 나왔으며 ‘살림이나 어떤 일이 흔들려 결판이 나다’는 의미의 ‘거덜 나다’란 표현이 정착되었다. 
                    
돌 종류도 많기도 하다. 디딤돌, 누름돌, 고인돌이 있는가 하면 ‘노둣돌’이 있다. ‘노둣돌’이 무어냐고 물으면 “우리말에 그런 말도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이 있다. 

노 둣 돌  
노 둣 돌  

노둣돌은 ‘하마석(下馬石)’이다. 대문 앞에 설치하여 사람이 말이나 가마에서 내릴 때 쓰는 디딤돌이다. 현재는 말이나 가마가 사라져서 노둣돌이 없어졌지만 창덕궁 연경당 행랑채나 영광 연안김씨 대문 앞에는 아직도 남아있다.

‘마중물에 관해서 설명하라’는 시험문제도 나옴직하다. ‘펌프질을 할 때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위에서 붓는 물’을 말한다. 어느 조직에서나 조직목표 달성을 위해 앞장서서 솔선수범하는 사람을 ‘마중물 같은 사람’이라고 부른다.   

내가 25년 전에 <회장님, 시계 바꿔 찹시다>란 수필집을 내며 “우리 세대는 경제발전을 이룩하는데 공헌한 장본인”이라고 머리글에 썼다가 독자들로부터 ‘주인공’과 ‘장본인’의 뜻을 제대로 구분 못하는 사이비 작가라고 질타를 받았다. 

“주인공과 장본인을 구분하지 못하는 작가의 책을 어느 누가 믿음을 갖고 읽겠는가?”라는 꾸지람을 들은 적이 있다. 지금도 이를 혼동(混同)하는 언론인이 가끔 눈에 띠는데 안타깝다. 확실하지 않은 단어와 어휘는 우리말 큰 사전을 찾아보고 그 정의를 꼭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앞으로 대기업이나 공공기관의 좋은 일자리를 구하려면 우리말을 제대로 공부하고 이를 제대로 쓸 줄 알아야만 하는 시대가 왔다. 이런 일도 있었다. 수년 전부터 롯데그룹 신입사원 공채시험에 ‘한국사(韓國史)’를 필수과목으로 입사시험문제로 해마다 출제해 오는데 여러 기업에서도 이를 따르고 있다. 

아름다운 우리말은 갈고 닦을수록 더욱 빛난다. 예쁜 우리말과 지구상 최고의 음성문자인 우리 한글을 아끼고 사랑하며 끊임없이 연마하자. 우리말을 제대로 알고 쓸 줄 모르면서 어찌 ‘자랑스런 한국인’이라며 어깨를 활짝 펴고 살 수 있겠는가? 말이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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