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이게 혁신이라고? 개선 시급한 '규제 샌드박스'
[기획] 이게 혁신이라고? 개선 시급한 '규제 샌드박스'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5.20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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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과 신산업 육성 위해 조건 하에 규제면제 혹은 유예시켜주는 제도
규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종특례 3가지 형태로 구성
선 시행 후 조치라는 제도 취지에 맞지 않아
법적문제 해결, 실종특례에 대한 관찰 등 여러 부분 개선 필요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종특례 3가지 구조로 이루어진 규제 샌드박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종특례 3가지 구조로 이루어진 규제 샌드박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4차 산업혁명의 급속한 전개에 따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혁신기술을 기반으로 한 융복합의 가속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그 결과 이제까지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서비스 혹은 제품의 등장이 줄을 잇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모습을 드러낸 혁신적인 아이디어들이 시작도 해보지 못하고 자리에 주저앉아버리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고 있다. 새롭게 등장하는 서비스와 제품에 적합한 인증·허가 기준이 존재하지 않아 기존의 '규제'가 '제재'로 작용해 버린 탓이다. 불합리한 규제에 발목을 잡혀버린 것. 정부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규제 샌드박스'를 내놓았다. 

신기술과 신산업의 육성을 위해 시장, 장소, 규모 등의 조건 하에서 규제를 면제 혹은 유예시켜주는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 신속확인 ▲임시허가 ▲실종특례로 꾸며진 3가지 구조로 되어있다. 

규제 신속확인은 관련 규제 존재 여부 등을 문의하면 그 절차와 내용을 30일 이내에 확인해주는 제도로 신청일로부터 30일 이상 경과하여도 확인이 없으면 해당 서비스 혹은 제품에 대한 규제 적용을 배제한다. 

임시허가는 근거 법령이 불명확하거나 불합리한 경우 안전성 및 이용자 보호 조치 등을 전제로 제한적으로 사업화를 허용해주는 선 출시 허용 후 정식 허가 제도이다. 마지막 실종특례는 근거 법령이 불명확하거나 불합리할 시 혹은 타 법령이 금지하는 경우 관련 규제 전부 또는 일부 적용을 배제하여 테스트를 허용을 통한 우선 시험·검증을 뜻한다. 

국내에서는 출시에 제약이 많은 애플워치 심전도 기능
외국과 달리 국내에서는 출시에 많은 제약이 따르는 애플워치 심전도 기능

■여러 에러사항을 안고 있는 우리나라의 규제 샌드박스 
규제 샌드박스는 아직 시행 초기 단계이기 때문인지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먼저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 우리나라의 규제 샌드박스 운영 시스템이다. 규제 샌드박스의 취지는 우선 시행하고 문제 발생 시 제재를 가하는 것인데 이상하게도 우리나라에서는 관계 부처의 승인과 제재가 우선적으로 이루어지는 시스템을 취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소비자 직접 의뢰(DTC) 유전체 분석을 통한 맞춤형 건강증진 서비스'가 있다. 이 서비스와 관련해 사업자로 선정된 마크로젠사에서는 1만 명이라는 서비스 대상자 인원 규모를 요청했다. 요청에 대해 정부는 인천 송도라는 지역 제한을 거는 동시에 2000명 이하라는 대폭 감소시킨 조건이 붙은 승인을 내놓았다. 

아직 시행을 하지도, 문제가 발생하지도 않았음에도 덜컥 제한부터 가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정부의 승인을 위한 허가와 심사를 기다리는 데 걸리는 시간이 산업이 변하는 시간보다 더 걸리는 게 아니냐는 비웃음 섞인 우려도 세어 나오고 있다.

실제로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 해외송금 서비스는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사전 심의를 마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 당시 4월 시행하는 금융혁신 특별법상의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심의하겠다고 논의를 중단시키더니 이후 어떠한 소식도 들려오지 않고 있다. 

뿐만 아니다. 우리나라의 규제 샌드박스가 현실적으로 보았을 때 과연 실용성이 있는가 하는 문제도 함께 대두되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를 처음 시작한 영국의 경우 싱가포르와 미국 등 여러 해외 기업이 참여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테스트해본 것으로 나타났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러한 해외 기업의 유치를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국내에서는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서나 구현할 수 있는 '국내 규정 상 혁신 아이디어'인 제품과 서비스가 해외에서는 이미 상용화가 진행된 것이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해외 기업은커녕 국내 기업들마저 굳이 한국에서 테스트를 하려들까?'라는 의문이 드는 부분이다. 그것도 승인을 위한 허가와 심사 기간이라는 추가 비용을 감수해가며 말이다. 실제로 자신들의 기술과 아이템에 자신이 있는 많은 스타트업들의 해외시장 러시는 이미 시작된 상태이다. 

게다가 산업융합 샌드박스의 경우에는 입법 과정에서 테스트 종료 후 규제정비 의무를 정해놓았지만 ICT 샌드박스에는 테스트 종료 후 규제정비 의무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테스트 이후 사업을 지속할 수 있을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점도 낳고 있다.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진은 내용과 무관함

■말많고 탈많은 규제 샌드박스, 어떤 개선 필요할까?
규제 샌드박스가 혁신을 위한 수단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개선이 요구된다. 이를 위한 개선방안으로는 먼저 법적 문제 해결이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현재 ICT 샌드박스의 경우 임시허가를 받은 사업의 지속 여부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이는 정보통신융합법 상 임시허가 종료까지 관련 법령 개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사업 연장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산업융합촉진법의 경우 관련 사업 제한 규제에 대한 개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임시허가 연장이 가능하다. 법령의 차이로 인해 산업융합 샌드박스와 ICT 샌드박스 사이의 지속성에 대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법령 간의 동일성 확보를 통한 임시허가 사업의 연속성 확보가 이루어져야 한다. 

아울러 실종특례에 대한 관찰이 동반되어야 한다. 실종특례 사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통해 수행 시 발생하는 문제점, 추가 규제완화, 이행 상황 등의 관찰을 통해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담당 인력(공무원)의 확대와 예산의 확보가 진행되어야 한다. 

또 조건의 개선도 필요하다. 임시허가와 실종특례 진행 시 부여되는 조건이 과도하면 사업 수행의 방해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업 수행의 방해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최소화된 조건이 준비되어야 한다. 

이와 관련해 '규제 혁신의 성과와 과제 컨퍼런스'에 참가한 이종영 중앙대 교수는 "왜 조건을 붙이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 해당 부처에서 입증토록 한다면 이 부분이 완화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의견을 표한 바 있다. 

이밖에도 심의·의결 과정과 내용을 더 투명하게 공개하는 운영의 투명화와 규제 샌드박스 제도 홍보 범위에 대한 확대 등도 개선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규제 샌드박스가 여러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문제가 되고 있는 몇몇 부분들을 해결한다면 충분히 빛을 발할 수 있는 제도라는 점 또한 분명하다. 한정된 분야에만 적용하는 해외와 달리 다양한 분야에 적용을 시도한 우리나라 규제 샌드박스의 '혁신성'만큼은 '진짜'이기 때문이다.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여러 허점이 나타나고 있지만 마찬가지로 시행 초기이기 때문에 바로 잡는 것 또한 확실히 가능하다. 부디 올바른 개선을 통해 규제 샌드박스가 대한민국의 혁신을 이끄는 '진짜 열쇠'로 거듭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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