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중장통(仲長統)의 낙지론(樂志論) 
[전대길의 CEO칼럼] 중장통(仲長統)의 낙지론(樂志論) 
  • 편집국
  • 승인 2019.05.2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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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使居有良田廣宅 (사거유양전광택)
내가 사는 곳에는 좋은 밭과 너른 집이 있다.  

背山臨流 溝池環匝 (배산임류 구지환잡) 뒤에는 산이 있고 
앞에는 냇물이 흐르며 도랑과 못이 주위에 둘러 있다.  

竹木周布 場圃築前 果園樹後 (죽목주포 장포축전 과원수후)
대와 나무가 사방을 둘러싸며 채마밭과 꽃밭이 앞에 있고 
뒤에는 유실수와 나무가 있다.  
            
舟車足以代步涉之難 (주거족이대보섭지난)
배와 수레가 있어 걷거나 건너는 어려움을 족히 덜어주고  

使令足以息四體之役 (사령족이식사체지역)
심부름꾼 있어 팔다리를 움직여야 하는 수고를 대신해준다.   

養親有兼珍之膳 (양친유겸진지선) 
부모님을 봉양함에 맛있는 음식이 있고 
 
妻勞無苦身之勞 (처노무고신지로)
처자식에게는 몸으로 부대껴야 하는 괴로움이 없다.   

중장통의 '낙 지 론'
중장통의 '낙 지 론'

良朋萃止則陳酒肴以娛之 (양붕췌지즉진주효이오지)
벗들이 몰려오면 술과 안주를 내와 즐기고    

嘉時吉日則烹羔豚以奉之 (가시길일즉팽고돈이봉지)
좋은 때 좋은 날이면 양과 돼지를 삶아 대접한다. 

躕躇畦苑 遊戱平林 (주저휴원 유희평림)
밭둑과 동산을 거닐고 넓은 숲에서 즐겁게 노닐며  

濯淸水 追凉風 (탁청수 추량풍)
맑은 물에 몸을 씻고 시원한 바람을 쫓는다. 
 
釣游鯉 弋高鴻 (조유리 익고홍)
자맥질하는 잉어를 낚고 높이 나는 기러기를 쏘아 떨어뜨리다. 

諷於舞雩之下 詠歸高堂之上 (풍어무우지하 영귀고당지상)
너른 언덕 아래에서 변죽을 울리고 
높은 대청 위로 시를 읊으며 돌아온다. 

安神閨房 思老氏之玄虛 (안신규방 사노씨지현허)
안방에서 심신(心神)을 편안히 하고 
노장(老莊)의 현묘함을 사색하며 

呼吸精和 求至人之彷彿 (호흡정화 구지인지방불)
호흡으로 정기를 조절하여 지인(至人)의 경지를 엿본다. 

與達者數子 論道講書 (여달자수자 논도강서)
몇몇 통달한 사람과 더불어 도를 얘기하고 문장을 강론하며 

俯仰二儀 錯綜人物 (부앙이의 착종인물)
하늘을 우러러 땅을 굽어보아 고금의 인물들을 품평한다. 

彈南風之雅操 發淸商之妙曲 (탄남풍지아조 발청상지묘곡)
남풍의 고아한 곡조를 타보고 미묘한 청상공 가락을 연주하며 

逍遙一世之上 睥睨天地之間 (소요일세지상 비예천지지간)
속세를 떠난 높은 경지에서 노닐며 천지의 이치를 곁눈질하고 

不受當時之責 永保性命之期 (불수당시지책 영보성명지기)
당대의 책임을 떠맡지 않으며 타고난 목숨을 오래 보존한다. 

如是則可以凌霄漢 出宇宙之外矣 (여시즉가이릉소한 출우주지외의)
이와 같이 하면 저 하늘을 넘어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있으니 

豈羨夫入帝王之門哉 (기선부입제왕지문재)
어찌 제왕의 문으로 들어감을 부러워할까​?

위 낙지론(樂志論)은 벼슬길을 마다하고 평생 포의(布衣)로 살았던 중국 후한시대 학자 ‘중장통(仲長統...179~220)’의 명시(名詩)다. ‘즐겁게 큰 뜻을 실행하는 방법론‘이라고 할 수 있다.  

중장통은 어려서부터 문사(文辭)에 뛰어나고 의지가 강했다. 담대하여 직언(直言)을 잘 했으나 자기 자신을 자랑하지 않았다. 주변에서 그를 벼슬길로 이끌었지만 지병을 핑계로 나가지 않았다. 

헌제(獻帝) 때 순욱(荀彧)이 그를 상서랑(尙書郞)으로 천거했다. 조조(曹操)의 군사(軍師)로도 일했다. 『창언(昌言)...36편(10만자)』이란 그의 저서는 대부분 없어졌지만 「이란(理亂)」 「손익(損益)」 「법계(法誡)」 등이 『후한서(後漢書)』에 남아있다.             

 이 서(李緖)의 '낙지가(樂志歌'
 이 서(李緖)의 '낙지가(樂志歌'

조선 중종 때인 1523년, 양녕대군의 증손인 ‘이 서(李緖)’가 만세 무궁한 태평성대를 축원하고 미풍양속을 찬양하며 초가삼간 집을 짓고 안빈낙도(安貧樂道)하며 살아가자는 <낙지가(樂志歌)>도 있다. ‘이 서의 낙지가’는 ‘중장통의 낙지론’을 벗 삼아 선현(先賢)의 도(道)를 본받자고 했다.  

그렇다면 현대인은 노년을 맞아 어떻게 자신의 뜻을 펼쳐야 하나? 어떻게 하면 여생(餘生)을 즐겁고 기쁘고 편안하게 보낼 수 있을까? 

정년(停年)을 맞아 후배에게 일자리를 물려주는 것을 잡보장경이란 불경(佛經)의 무재칠시(無財七施)는 ‘좌상시(坐床施)’라 한다. 

현대 직장인은 은퇴 후에 ‘창업’, ‘재취업’, ‘사회봉사’와 ‘취미활동’이란 4가지 갈림길에 서게 된다. 노년에 들어서 창업이나 재취업하는 것은 낙타가 바늘구멍 지나기처럼 어렵다. 

사회봉사를 하고 싶어도 언제, 어디에서 어떤 봉사를 해야 할지 선뜻 용기가 나지 않는다. 따라서 제일 만만한 게 취미활동이다.  

매주 화요일 강남의 당구장에 고교동창이 모여서 당구를 치는 ‘매화당(每火撞)’이란 모임은 인기가 높다. 우리나라 최초의 한문소설인 <금오신화(金鰲新話)>를 쓴 김 시습(1435~1493)의 호인 ‘매월당(梅月堂)’과 견줄만한 재미난 이름이다. 

<용록회(龍綠會)>, 아기 공룡 둘리의 <둘리회>란 골프모임이 있다. 애주가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용주회(龍酒會)>도 있다. 

<용달사모>란 달리기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서울시 변두리 야산을 트래킹하는 <산사랑 모임>도 활발하다. 에어로빅 땐스를 즐기는 <에사모>란 동호회도 있다. 

<땐복회>란 모임은 땐스(Dance)를 즐기는 경복고 동문들의 친목모임이다. 이 밖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서예(書藝)에 관심을 기울인다. 오카리나(Ocarina), 드럼(Drum) 또는 섹소폰 동우회도 붐빈다. 

바둑모임인 <기우회(碁友會)>는 골프동우회와 더불어 인기를 끈다.  

Y고교 역대 반장들의 모임인 <우거지(友巨志)>클럽은 중장통의 낙지론(樂志論)을 표방하며 선배들이 후배들에게 손을 내밀어 이끈다.  

노년의 남성들은 대학동문 보다는 고등학교 동문 친구들과의 만남이 제일 편하고 좋단다. 1,800년 전 ‘중장통의 낙지론(樂志論)’과 500년 전의 ‘이 서(李緖)의 낙지가(樂志歌)’는 ‘즐겁고 기쁘고 편안하게 살자’는 ‘즐기편’이며 ‘함께 따뜻한 가슴으로 오래 살자’는 ‘함따오’가 아니겠는가?  

끝으로 중장통과 이 서가 말하는 ‘낙지’란 갯벌에서 사는 ‘낙지’를 말하는 게 아니다. ‘낙지(樂志)’란 ‘물처럼 흐르며 꽃처럼 피어나고 바람처럼 스쳐 지나가는 삶’속에서 ‘겸손, 정직, 열정’으로 ‘나눔, 봉사, 배려’를 실행하는 것이다. 

의식주(衣食住)가 해결되고 예술, 문학, 역사, 철학의 예문사철(藝文史哲)에 심취하는 게 낙지(樂志)의 바탕이다. 

대자연속에서 가족, 친구, 좋은 사람들과 어울려 즐겁게 이타심(利他心)으로 홍익인간(弘益人間) 정신을 펼치는 게 ‘낙지(樂志)’이지 싶다.   

전   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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