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안내]디지털 유인원
[신간안내]디지털 유인원
  • 신영욱 기자
  • 승인 2019.06.11 07: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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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도구를 만든 것이 아니라 도구가 우리를 만들었다'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해답
디지털 유인원 도서 표지
디지털 유인원 도서 표지

[아웃소싱타임스 신영욱 기자] 인간은 스마트 기기의 출현으로 ‘디지털 유인원’이 되었다. 이런 기대 섞인 전망과는 달리 한편에서는 로봇과 인공 지능 같은 마법의 기계가 너무 빠르게 진화해 인간을 앞서지는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널리 퍼져 있다. 

이 책은 '기술이 인간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막연한 의문에 대해 디지털 유인원의 새로운 세계가 현재 어떻게 펼쳐지고 있는지 또 미래에는 어떻게 운영될지 등을 사실과 허구의 예를 들어 구체적으로 보여 줌으로써 그런 의문에 동반되는 불안과 공포, 혼란과 오해를 떨쳐 낸다.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가 고민하고 시도하고 선택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명쾌한 해답을 내놓는다. 특히 경제학, 심리학, 철학, 공학, 그리고 선사시대를 포함한 인류 역사의 사회학적 맥락 속에서 기술 발전이 인류에게 미친 영향을 고찰하면서 답을 찾아 나가는 과정이 무척 흥미롭다.

저자들은 호모 사피엔스가 출현한 원인이 그 훨씬 이전부터 초기 인류가 도구를 사용한 것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불을 포함한 도구는 초기 인류의 뇌와 행동, 사회적으로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었다. 인류가 도구를 만드는 동안 도구도 인류를 만들어 낸 것이다. 

디지털 유인원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선보이는 이 책의 모델은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1967년)다. 전제는 인간이 기본적으로 유인원과 비슷한 종이라는 것이다.

우리 안의 유인원은 여전히 배우자를 선택하고, 음식을 찾고, 잡담을 나누고, 남의 물건을 훔치고, 전쟁을 하고, 위대한 예술을 창조하지만, 지금은 이 모두에 디지털 기술의 산물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패턴은 이어질 것이다. 그런데 우리 디지털 유인원은 정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실행해 주는 마법의 도구를 손에 쥔 것일까? 

저자들이 우려하는 것은 초복잡·초고속 세계에서 개인이 자기 자신의 데이터와 사이버 인생을 통제할 수 없는 상황 즉 정부와 거대 기술 기업 쪽으로 힘의 균형이 기울어진 현실이다. 정부는 개인에 대한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보유해 시민을 감시할 수 있는데다 디지털 자유를 창조하거나 부정할 수 있는 법적 틀을 가지고 있다. 

아마존, 구글, 애플, 페이스북 같은 거대 기술 기업은 데이터를 독점하며 개인의 선호를 파악해서 엄청난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기업은 해외 법인에 재산을 은닉하며 시민들에게 요금을 부과하고 정부와 대기업이 소유한 지적 기계의 글로벌 인프라는 거의 전부를 몇몇 소수의 엘리트 집단이 관리하고 있다. 

다시 말해 지금의 흐름대로라면 우리 대부분이 그 소수 집단으로부터 기계에 대한 통제권을 영영 빼앗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저자들은 이런 문제점을 경계하며 그것이 위협이 될 수 있음을 인정하지만 인류가 능히 그 위협을 관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기계와 인간이 결합할 때 발휘되는 긍정적인 측면을 소개한다. 

첫째는 성공적인 집단 지성 사례인 위키피디아, 참여형 무료 지도 서비스 오픈스트리트맵 등 인류의 집단적 지혜를 조합하고 확장하는 사회적 기계다. 

둘째는 노인 돌봄이나 자율 주행 자동차 운행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는 인공 지능 플랫폼을 활용한 로봇이다. 

그뿐만 아니라 공적인 데이터 공개로 인해 혁신적인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기존과는 다른 방법으로 사적인 데이터를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새로운 데이터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 새로운 기술은 민주주의 제도의 근본적인 제약을 제거할 수도 있다. 이것은 변화가 아니라 진보로 새로운 도구 덕분에 인간은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과학은 곧 현실이다. 세계적인 인공 지능 과학자인 나이절 섀드볼트와 사회 정책 분야에서 주목받는 이론경제학자인 로저 햄프슨은 단순히 기술·과학적 변화를 예측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학적 관점에서 우리가 이끌어 가야 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다. 

새로운 기술과 도구에 대한 대처법 혹은 지혜로운 관리법에 대해 관심이 있거나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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