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의무는 대기업만? 기업규모 따른 역차별 우려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의무는 대기업만? 기업규모 따른 역차별 우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6.17 0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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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지원서비스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2]
상시 근로자 1000명 이상 대기업에만 의무 부여 예정
의무성 없을시 기업의 재취업교육 참여 매우 저조
33만명 넘는 5060세대 실업자, 공공기관 지원만으론 역부족
지난해 9월 노사발전재단 주관으로 진행된 '2018년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의 현장 모습. 많은 5060세대가 인생3모작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사진제공=노사발전재단)
지난해 9월 노사발전재단 주관으로 진행된 '2018년 신중년 인생3모작 박람회'의 현장 모습. 많은 5060세대가 인생3모작 준비를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사진제공=노사발전재단)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4월 5일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도입에 대한 여론이 뜨겁다.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라면 소속 근로자들의 안정적인 은퇴와 이직을 지원할 수 있도록 비자발적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과 교육 등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해당 내용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돼 시행령 마련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정년 이후에도 장년층이 인생 2·3모작을 가질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5060세대들의 은퇴에 발맞춰 조만간 시행령을 통해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에 관한 구체적인 법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에 대한 개정과 재취업 지원 서비스 의무화에 대한 논의는 이미 수년 전부터 이어져왔다. 관련 산업 종사자들은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의무화되면 장년·고령 근로자들의 고용의 질 개선과 관련 산업에 블루칩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지만 업계 반응은 싸늘하다. 재취업 지원 서비스의 시행령으로 규정될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들이 실제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채 형식에 그칠 것이란 지적이 일고 있다. 전문들의 지적에 따르면 그 중 가장 심각한 문제는 대상기업이 의무화를 하지 않았을 때 법적 강제성이 없다는 점과 1000인 이상 기업만 의무화시 역차별 문제를 들고 있다.

■1000인 이상 기업만 의무화? 대-중소기업 간 격차 키워
교육산업 관계자, 경력 컨설턴트, 그리고 재취업을 준비해야하는 장년 근로자들에게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책임이 의무화된다는 낭보가 날아들었다. 그러나 막상 포장을 풀어보니 내용물은 기대에 턱없이 모자란 모양새다. 관련된 이들의 실망감 섞인 탄식이 쏟아졌다. 그중에서도 이들을 가장 실망시킨 것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상시근로자 수 100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일단 의무 책임을 받게 될 사업장 규모가 예상보다도 지나치게 높게 산정됐다. 당초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갈 때 의무를 지게 될 기업 규모는 300인 이상 규모의 사업장이었다는 점과는 꽤 큰 격차다.

상시 근로자 수 1000인 이상 사업장은 그야말로 '대기업' 뿐이다. 대기업 소속 비자발적 퇴직자가 아니라면 적절한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받지 못한 채 정부가 제공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신중년 고용지원금을 통한 가점 등에만 의존한 채 취업시장에 나와야 할 판국이다. 

자연스럽게 제도가 이대로 적용될 경우, 현장의 실효성이 있겠냐는 지적이 나온다. 1300만 명이 넘는 5060세대 중 대기업 소속의 극히 일부만이 재취업 지원 서비스를 보장받고 남은 이들은 의무가 아닌 지원에만 목을 매게 되기 때문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복지 격차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이는 우리나라 구직자들이 취업준비기간을 오래 가지면서까지 대기업에만 몰리는 원인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10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만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의무화된다면 또 다른 복지 편중이 발생될 것이고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더 극심해질 것이란 추측도 이어진다.

더군다나 정부 지원에는 어디까지나 규모나 대상의 제한이 있을 수밖에 없다. 5060 세대 중 대다수가 그나마의 지원조차 제대로 받지 못할 것이란 부정적인 우려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가정이다.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교육'이 방점이 된 시대에서 제대로 된 재취업 교육 없이 비자발적 퇴직에 놓이게 된 이들인 적절한 노후 준비 없이 경제적 약자로 전락할 수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이 높은 편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OECD의 '불평등한 고령화 방지'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제일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자에게 안정적인 근로 환경이 조성되어 있지 않다는 증거다.

이런 상황들을 고려해 마련된 재취업지원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의무 책임이 극소수 일부기업에만 적용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아쉬움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1000인 이상의 사업장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 한국노동연구원 오계택 박사는 "제도 도입 시 실제로 운영할 수 있는 기업 능력을 고려한다면 일정 규모 이상에서 우선적으로 도입되는 건 어쩔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점차적인 확대를 통해 1000인 미만의 기업들에도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는 "기업의 역량을 고려했을 때 당장은 어렵더라도 해당 제도의 취지를 고려했을 때, 1000인 이상 사업장 외 기업에서도 관련된 의무와 책임이 따르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서울시는 50+재단의 캠퍼스, 센터 등을 통해 50대 이상 구직자의 취업 지원하고있다.
서울시는 50+재단의 캠퍼스, 센터 등을 통해 50대 이상 구직자의 취업 지원하고있다.

■더 많은 기업에 의무 부여해 재취업 교육 참여율 높여야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정부는 고용노동부의 중장년 일자리희망센터, 국가보훈처의 제대군인지원센터, 국방부의 국방취업지원센터, 보건복지부의 국민연금공단 내 행복노후설계센터 등 공공기관을 활용하고 있다.

상시근로자 1000인 이상의 기업에는 재취업 관련 '의무'를 부여하고, 의무성이 없는 기업 내 비자발적 퇴직자들도 공공기관의 지원을 통해 재취업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안은 지원이 한정적인 공공기관에선 1000인 미만 사업장의 비자발적 퇴직자 중 극히 일부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서울시가 5060 세대의 인생 2모작을 위해 운영 중인 50플러스재단의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한해 재단이 50플러스캠퍼스를 통해 운영한 교육 프로그램 수는 총 489개 과정이었다. 증가하는 5060 세대를 위해 교육과정을 전년대비 45% 이상 확대한 수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부·중부·남부 3개의 50플러스캠퍼스에서 운영한 489개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해 교육 지원을 받은 참여자는 1만 2673명 수준이었다. 2017년 기준 1만 명을 넘지 못했던 교육생 수를 1만 3000명 가까이 증가시키며 가시적인 성과를 달성했지만, 쏟아져 나오는 베이비붐 세대들을 끌어안기엔 턱없이 부족한 수치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에 따르면 올해 5월 기준 5060세대의 실업자 수는 50대 17만 1000명, 60대 16만 명을 기록하며 합이 33만 명을 넘겼다. 전년 동월 대비 7만 6000명이 증가한 수치다.

이들 대다수를 정부의 지원을 통해 재취업 교육을 진행하기에는 예산·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 대다수 기업에 재취업 교육에 대한 의무성이 부여되지 않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 제도는 한계점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고용노동부가 운영하는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는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 ▲전직스쿨 프로그램 ▲재도약 프로그램 등을 운영 중인데, 해당 재취업 지원 서비스에 참여하는 기업의 유형별 참여율도 주목해야 한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의 생애경력설계 프로그램의 기업 유형별 참여 실적을 살펴보면, 공공 부문의 전직지원 서비스 주요 대상은 중소기업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공기업의 참여 비율이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참여 현황표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 참여 현황표

우리나라 전체 기업 수 대비 참여 비중을 살폈을 때 공기업이 10.7%로 그나마 두 자릿 수 참여율을 보인 반면 민간 기업 중 대기업은 0.7%에 그쳤다. 심지어 중소기업은 0.001%였다. 재취업 지원 서비스와 같은 근로자 교육은 기업 입장에선 근로자에 대한 간접 비용이다. 더군다나 앞으로 자신들의 기업에서 근로할 근로자가 아닌 퇴직 근로자에 대한 교육이다.

인도적으로 생각한다면 기업이 그들에 대한 책임을 다하는 것이 옳지만 이러한 비용을 자발적으로 감수할 기업은 많지 않다. '의무'가 부여되지 않은 기업의 참여율이 매우 저조하단 점은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상시근로자 1000인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될 것이 아니라 전 사업장을 목표로 진행돼야 한다는 방증이다.

정부가 현실적으로 모든 퇴직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지원이 불가능하다면 그들을 보호하고 교육할 수 있는 역할과 책임을 기업에 요구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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