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없는 책임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저품질 서비스 양산 우려
규제없는 책임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저품질 서비스 양산 우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6.21 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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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취업지원서비스법의 문제점과 개선방안3]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기업에 의무화 '권유'..처벌 규정 없어
기업은 최소한의 비용만 투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 난무
시행령 등에 가장 필요한 서비스가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는 내용 담겨야
매해 수많은 일자리 박람회가 열리고, 박람회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한 구직자들이 몰려든다. 그 속에는 이직과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는 5060세대도 들어있다. (사진제공=광명시)
매해 수많은 일자리 박람회가 열리고, 박람회에는 일자리를 찾기 위한 구직자들이 몰려든다. 그 속에는 이직과 퇴직 이후 삶을 준비하는 5060세대도 들어있다. (사진제공=광명시)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제 21조의 3 항에 '퇴직예정자 등에 대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지원'이 적혔지만, 업계 전망은 여전히 암울하다.

단순히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 시장이 기대보다 활성화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만은 아니다. 암울한 전망 중에는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해 오히려 재취업(전직)지원 서비스 시장이 전반적인 품질 하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우려도 속해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명확한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를 제시하게 될 경우 관련 서비스 품질의 하락이 예측된다"고 말한다.

업계 관계자의 우려가 전혀 근거 없는 말은 아니다. 법령으로 기업에 의무성을 제시할 경우 기업은 이를 충당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기게 된다. 하지만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의 처벌 규정과 별도의 교육 내용에 대한 규정은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있다.

고용노동부 측은 단호하다. "의무화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시행령에 담길지 여부는 도입 이후 단계적으로 진행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제공한 기업에 어떠한 지원 등을 제공될지에 대해서 논의된 바 없다"고 밝혔다.

여느 법령들과 마찬가지로 일단 도입한 후 시장 상황과 사회적인 문제들을 고려해 뜯어나가는 식으로 고치고 보강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결과적으론 어떤 제약도 없는 채로 기업들에게 의무라는 규제만 하나 더 안긴 셈이다. 기업 입장에선 그다지 의무화 여부에 신경 쓰지 않거나, 최소한의 비용만을 투입하게 될 것이라는 예측이 쏟아진다.

지난 4월 5일 소문만 무성했던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난 4월 5일 소문만 무성했던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에 대한 내용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이 소속 퇴직 예정자·이직 예정자에게 제공하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내부에서 해결하지 않고 외부 B2B 방식으로 제공될 경우 전체적인 교육 시장의 품질 저하를 야기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비용지불의 능력이 기업에 있기 때문이다. 당연히 퇴직예정자, 구직자 개인의 요구에 초점이 맞춰지기보단 기업의 요구에 먼저 반응할 수밖에 없다. 이처럼 비용 지불 주체와 서비스를 제공받는 대상이 다른 상황은 재취업지원서비스 시장의 전문성 및 품질 확대에 저해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이직자가 받게 될 서비스의 품질보다 비용이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와중에 재취업지원서비스가 법으로 의무성을 띠게되면 주도적으로 재취업지원서비스를 진행하는 기업이 아닌 경우엔 가장 최소의 비용만을 지출하려 할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좋은 컨설팅과 교육 서비스를 제공해도 찾지 않는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냐"고 말한다. 향후 마련될 재취업지원서비스의 시행령과 규칙에 구체적인 기준과 내용이 담겨야 하는 이유다.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의 다양한 종류(자료제공=일자리기획단 '지역주도형 신중년 일자리 모델 설계 및 추진방안')
재취업(전직)지원서비스의 다양한 종류(자료제공=일자리기획단 '지역주도형 신중년 일자리 모델 설계 및 추진방안')

기업이 퇴직예정자에게 제공해야 하는 지원서비스의 종류와 개념, 의무적으로 지켜야 하는 시간 및 기간, 제공 형태 등을 구체화하지 않는다면 정작 퇴직예정자에겐 실효성 없는 내용으로 그치게 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퇴직예정자에 대한 재취업지원서비스 의무를 기업에 부여하기로 결정한 취지는 근로자들이 현 직장에서 정년을 만기로 퇴직한다 하더라도 경제적 어려움에 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이직과 재취업을 돕고, 국가 경제적 손실로 이어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취지로 마련된 법령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시행 규칙 없이 진행될 경우 오히려 퇴직예정자들이 저품질이 교육이나 컨설팅 등을 받게 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공공기관이 전부 소화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그 책임을 기업에 일부 일임했지만 책임만 주어졌을 뿐 규칙이나 내용은 정해지지 않아 기업들의 입맛에 맞는 중구난방식 운영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이왕 책임을 부여한다면 그들이 책임을 면피하지 않을 수 있도록 그에 따른 역할과 기대치를 구체화해주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분포 표. 통계에 따르면 5060 세대의 인구는 1400명에 달한다. (자료제공=일자리기획단 '지역주도형 신중년 일자리 모델 설계 및 추진방안' 보고서)
우리나라 연령별 인구 분포 표. 통계에 따르면 5060 세대의 인구는 1400명에 달한다. (자료제공=일자리기획단 '지역주도형 신중년 일자리 모델 설계 및 추진방안' 보고서)

"내년이면 60세 정년입니다.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습니다"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장년의 구직자의 하소연이다. 그는 앞서 국가에서 운영한다는 여러 재단과 캠퍼스의 교육에 참여하려 했지만, 교육 시간이나 조건이 맞지 않아 포기해야만 했다.

이전에 다니던 기업에서 비슷한 교육이나 서비스를 받지 못했냐는 질문에는 '멍청한 질문을 한다'는 웃음도 보였다. "우리 시절에 그런 일이 어디 있었습니까? 우리 때는 그냥 직장에서 나가라고 하면 나가는거죠" 그가 박람회를 떠나며 남긴 말이다.

한 장년 구직자의 말은 현재 사회의 5060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 5060 세대를 포함한 신중년 세대는 다른 세대보다 상용직 비중이 낮고 일용직과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아 고용 안정성이 낮기 때문에 적절한 재취업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제공하는 지원은 너무나 한정적이고, 기업은 퇴직 예정자·이직 예정자를 대상으로 한 비용 지출에 극도로 소극적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를 뜻하는 55년생~63년생 들은 2016년 기준 724만 명에 달한다. 이들이 모두 정년에 도달하는 시기는 2024년, 앞으로 불과 5년 후다. 재취업지원서스 관련 법이 시행되는 2020년으로부터는 겨우 4년 뒤 일이다.

법을 시행하고 기업의 활용 여부와 이에 대한 영향을 분석하는데 최소 1년, 이를 바탕으로 다시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보강하는데 또 1년, 그 내용을 발표하고 다시 시행을 기다리기까지 또 1년이 지나면 이들은 모두 정년을 맞이한다.

모든 일에는 '시기'가 뒷받침 되어야 한다. 지금이 바로 재취업지원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책임을 강화한 목적을 바로잡고, 향후 발표될 시행령과 시행규칙 등에 해당 서비스가 가장 필요한 시기에 가장 필요한 이들에게 적절하게 제공될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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