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페북에 서린 저주 걷어낼까?
직장내 괴롭힘 금지법, 페북에 서린 저주 걷어낼까?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7.17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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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 취지 반갑지만 부족한 실효성 못내 우려돼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가끔씩 업데이트 되는 그의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주와 독설로 도배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글의 주인공은 사회부적응자가 아닐까 싶을 정도지만  실제 그는 더없이 온화하고 조그만 다툼조차 꺼려하는 그런 사람이다. 옛날식으로 표현하자면 ‘법 없이도 살 사람’ 정도가 실생활에서 그를 지켜보는 이들의 평이다. 

그런 그가 왜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페이스북에 평소엔 쓰지도 않는 온갖 욕설과 저주의 문장들을 배치해놓은 걸까. 몇 개만 읽어보면 답이 나온다. 그의 저주는 오롯이 한 사람을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모 팀장이 그 장본인이다. 그 팀장의 지시 내용은- 그의 글이 100% 사실에 부합한다는 근거 하에 판단하자면- 우리가 매스컴에서 보아온 직장 내 괴롭힘의 모든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다양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그 정도 괴롭힘이 가능할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 들만큼 그 팀장의 갑질은 도를 넘어선 것이었다. 정말 그게 사실이라면 인사부에 신고를 했어야 했다. 혹은 그깟 회사 때려치고 제대로 한번 들이받는 게 정답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는 그 둘 중 어느 것도 시도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그가 몸담고 있는 회사는 이름만 대면 알만한 금융권 대기업이다. 당연히 체계적인 인사시스템이 존재할 테니 팀장의 괴롭힘을 제보하면 어느 정도는 그의 울분을 감해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뒤는? 지금까지의 통례로 보면 그 팀장은 어느 정도 불이익을 당한 후에도 자신의 자리를 유지할 확률이 높다. 그때 그는 무슨 얼굴로 팀장을 보게 될까.

그가 팀장의 얼굴에 가열차게 사표를 내리꽂고 책상을 정리하지 못한 이유는 자명하다. 그는 아빠고 남편이니까. 그런 그가 할 수 있는 거라곤 팀장이 친구로 등록되지 않은, 그래서 자신의 속마음을 볼 수 없는 페이스북에 울분을 토하는 일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들려온 희소식 하나. 7월 16일부터 '직장 내 괴롭힘의 금지' 등을 명시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시행됐다는 뉴스였다. 이제 그의 페이스북에서 저주 인형을 보는 일은 없어지는 걸까. 장담은 무리지만 그의 페이스북은 예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취지는 좋지만 이번 개정안의 실효성에 대한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탓이다. 사내 신고 방식, 가해자 처벌 조항 부재, 익명 신고의 어려움 등 직장 내 괴롭힘의 가해자를 박멸하기엔 미흡한 점이 여기저기서 발견되고 있다. 

직장갑질 발본색원을 기치로 내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 괴롭힘을 회사에 신고했다가 오히려 불이익을 본 경우가 비일비재함을 알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조직 생활을 오래 한 사람일수록 오히려 신고를 꺼리는 경우가 많은 것.

‘법은 멀고 직장내 괴롭힘 가해자는 가깝다’ 직장 생활 좀 해봤다면 이 말을 너무도 잘 이해할 것이다. 법도 중요하지만 더 바람직한 건 의식의 변화, 직장 문화의 변화다. 제 아무리 법이 뭐라 한들, 직장 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별무신통일 게 분명하니까.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이 직장이다. 그 직장에서 지옥을 맛본다면? 끔찍하다. 이번 개정안이 그 지옥을 천국으로 바꾸는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본다. 그래서 그 지인의 페이스북에서 저주 대신 즐거움 가득한 글 한자락 보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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