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실익 없는 컨택센터 노동자 정규직전환,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기획]실익 없는 컨택센터 노동자 정규직전환, 누구를 위한 선택인가?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7.19 08:28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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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환으로 기대한 긍정효과는 고사하고 부정적 요소 다분해
한정된 예산으로 임금인상 등 처우개선 오히려 전환 전보다 못해
컨택센터 전문성 해치는 무조건적 정규직 전환 고민 필요한 때
공공부문 컨택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 잦다. 사진은 우리카드 콜센터 근무모습. 사진제공 제이앤비컨설팅
공공부문 컨택센터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이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이 잦다. 사진은 우리카드 콜센터 근무모습. 사진제공 제이앤비컨설팅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현 정부 출범과 동시에 이루어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한창인 가운데, 각종 공공기관 컨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 역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

큰 기대를 안고 시작한 정규직 전환이지만 처음 기대와는 달리 불만 어린 목소리들이 점차 커지고 있다. 처우 개선과 서비스 질 향상 등 기대했던 효과 대신 오히려 퇴보한 징후들만 곳곳에서 발견되는 탓이다.

덕분에 전환 주체자인 공공기관은 물론이고 실질적인 수혜 대상으로 여겨진 노동자들조차도 예상치 못했던 난기류에 당황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하다. 컨택센터 노동자들을 관리해온 상당수 아웃소싱 기업들은 두말 할 필요도 없다. 

공공기관, 노동자 그리고 아웃소싱 기업까지 관련 행위자 그 누구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는 정규직 전환인 셈인데 곰곰이 따져보면 지금의 파열음은 처음부터 예정되어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 한정된 예산 속 처우개선은 어불성설
누구보다 정규직 전환을 기다려왔던 컨택센터 노동자지만 전환 후에도 여전히 불만을 토로하는 경우가 잦다. 올 1월 12일 마감된 한 청와대 국민청원이 그를 여실히 보여준다.

현재 근로복지공단 컨택센터에서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는 이가 올린 청원의 제목은 ‘공공기관의 정규직 전환 때문에 생계를 위협받고 있습니다’다. 주된 내용은 납득하기 힘든 정규직 전환 프로세스로 인해 오히려 예전보다 못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 이로 인해 정부의 전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는 말로 글을 맺고 있다.

청와대 청원란을 살펴보면 콜센터 상담사들이 제기한 정규직 전환 관련 청원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자료 청와대
청와대 청원란을 살펴보면 콜센터 상담사들이 제기한 정규직 전환 관련 청원들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 자료 청와대

이 청원에 동의한 사람만 총 116명. 숫자가 적다고 무시할 일이 아니다. 많은 상담사들이 이 청원에 등장하는 불편함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컨택센터 노동자들에게 정규직 전환이 절실했던 건 비정규직의 설움을 달래줄 수 있는 처우개선, 고용 안정성 등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지만 실제로 이뤄진 정규직 전환에서 이를 구현시켜준 경우가 거의 드물다는 것이 그 근거다. 

개선은 고사하고 오히려 예전보다 못하다는 불평이 괜히 생겨난 게 아니다. 이는 공공기관의 상황을 분석해보면 너무도 쉽게 답이 나온다. 

처우 개선의 첫 번째 조항은 역시 임금 상승 부분이다. 현재 공공기관 대부분 자회사 형태의 정규직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당연히 본사와는 다른 임금체계를 적용하고 있는데 이 임금이 비정규직 시절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 당연한 일이다. 예산으로 움직이는 공공기관이니 만큼 예산 자체의 변동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임금을 올려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달라지지 않은 처우에 더해 예전과 달라진 분위기도 문제다. 컨택센터 전문 아웃소싱 기업의 한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을 이룬 공공기관에서 현장을 책임지는 경험 많은 관리자들이 상당수 퇴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도 이에 대한 반대급부가 약해진 것이 결정적이다. 공공기관의 성향 상 민간 기업 소속으로 일할 때보다 성과에 대한 보상 자체가 드문 것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 그러나 같은 일을 하고도 예전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면 누가 남아서 일하려 하겠는가. 어차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 보니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데는 무리가 없는 사람들이다. 이왕이면 좀 더 좋은 대우를 받는 곳에서 일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 아닐까.”

이 분야에서 뼈가 굵은 전문인력들이 정규직을 마다하고 비정규직 일자리를 다시 찾고 있는 현실이 현재 공공기관 컨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얼마나 어긋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정적 사례다.

■ 이전보다 낮아진 생산성에 고민하는 공공기관
정규직 전환에 대해 불만을 가진 것은 노동자만이 아니다. 전환의 주체인 공공기관들 역시 이에 대한 고민이 깊다. 이미 상당수의 공공기관이 컨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을 행했는데 전환 후 예전보다 낮아진 생산성에 당황하고 있다. 

지난해 김길남 정의당 서울시당 노동국장은 '서울의 공공기관 비정규직 정규직화 현황진단과 과제 토론회'를 통해 120다산콜재단에 대한 칼날을 세운 적이 있다. 당시 김국장은 120다산콜재단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하며 고용안정 이외엔 개선된 부분이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임금하락을 보이는 양태를 엄중히 비판했다. 또한 인력 관리 책임 소재를 두고 일어나는 충돌로 업무 효율이 떨어지고 있음을 지적하기도 했다.

실제로 120다산콜재단은 콜센터 평가 기본 지표인 응대율, 서비스 레벨이 큰 폭으로 저하되고 있음이 여러 조사를 통해 드러났다. 결국 정규직 전환 후 오히려 서비스의 질이 저하되는 사례로 남고 말았다. 

정규직 전환이 과연 반드시 성사시켜야 할 지상과제인가에 대한 의문을 부르는 지점이다. 때문에 정규직 전환을 망설이는 공공기관도 적지 않다.

대표적인 예가 건강보험공단이다. 11개의 고객센터를 지역별로 운영하고 있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컨택센터에는 총 1572명의 상담사가 근무하고 있다. 공공기관 컨택센터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고 있는 건보지만 현재 건보의 정규직 전환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책적인 요소가 고려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정규직 전환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다른 아닌 전문성 부분이다. 

건보는 ▲3년 연속 '공공기관 고객만족도 우수기관' ▲8년 연속 '서비스 품질지수(KSQI) 우수기관' ▲7년 연속 '한국 고객센터 품질지수(KS-CQI) 우수컨택센터'로 선정될 만큼 탁월한 컨택센터 운영능력을 뽐내왔다.

타 기관의 사례에서 보듯 정규직 전환 후 오히려 생산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 것은 당연한 일. 그래도 국가 시책이니 마냥 미룰 수만은 없던 찰라인 지난 2월 27일 제70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민간위탁기관 정규직 전환을 기관 자율에 맡긴다"는 정책추진방향이 발표되면서 한숨을 돌리게 됐다.

당시 국무조정실에서는 "민간위탁은 ▲사무·운영실태가 다양하고 ▲대부분 법령·조례에 근거하며 ▲자치단체 고유사무가 다수이고 ▲대국민 공공서비스 관련 사무 중심이며 ▲수탁기관의 전문성 및 공익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근거를 들어 "일률적 기준 설정이나 구속력 있는 지침 시달보다는 소관 부처 등 책임 있는 기관이 이해관계자들과 협의를 거쳐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전문성을 중시해야 할 조직이라면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보다는 오히려 민간 위탁, 즉 아웃소싱을 통한 전문성 활용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 컨택센터 아웃소싱 기업의 전문성 활용이 더 효과적
이번 결정이 컨택센터를 운영하던 아웃소싱 기업에 긍정적인 신호로 작용할 것인지를 예단할 수는 없지만 분명한 건 컨택센터 업무의 전문성을 인정한 것이라는 점이다.

오랜 세월 컨택센터 최일선에서 일해온 한 아웃소싱 기업대표는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기본적으로 정규직 전환이 노동자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맹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정규직 전환, 특히 공공기관의 경우는 결국 노동자 사기 진작을 통해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면서 “정규직 전환 후 상담사들의 서비스가 예전보다 향상되었는지를 곰곰이 따져볼 때다. 수치상의 데이터는 차치하더라도 직접 현장에서 부딪히는 상담사들의 반응은 그렇지 않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고 현 상황을 꼬집었다.

현재의 정규직 전환 드라이브를 폄하할 생각은 없다.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해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공공부문 정규직화 과정을 살펴보면 고개를 젓게 되는 게 한둘이 아니란 게 문제다. 

꼼수라고 불러야 마땅한 자회사형 전환 모델에 대한 비판은 너무 많아 이 자리를 빌려 언급하지 않는다 쳐도 상황에 걸맞지 않은 맹목적 전환은 다시 한 번 고려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만은 명확하다.

공공기관의 대국민 서비스는 결국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그리고 국민의 편익을 도모하기 위한 제 1의 조건은 전문성에 근거한 질 높은 서비스의 구현이다. 

컨택센터 업무는 오랜 시간 누적되어온 전문성이 필요한 일이다. 다산콜센터 사례에서 확인했듯 무조건적인 정규직 전환이 컨택센터의 전문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은 자명해 보인다. 

무엇보다 서비스 질 약화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수밖에 없다. 컨택센터 노동자들의 정규직 전환이 국민의 불편을 감수하면서까지 성취해야 할 과업인지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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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위탁 2019-08-14 10:49:33
민간위탁 아웃소싱업체 전문성 요구하는거 별로 없고 인원수만 채우면 수수료만 받는 업체가 무슨 전문성이 있다는건지 모르겠네요 기자분 모르고 하는 기사 쓰신 것 같네요 적어도 비정규직으로 콜센터에서 일하는 상담원들과 인터뷰를 좀 하시고 기사글 쓰시면 좋겠네요

비정규 2019-07-28 14:19:10
먼소리야?!

조각배 2019-07-19 23:22:16
콜센터 아웃소싱 근무를 해봐야 저런 기사를
쓰지 않을긴데 노동력 착취에 쥐꼬리 월급도
떼가고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데 안 좋은것만 기사로 내니 기가 차다 신문사 이름이 아웃소싱 타임스라 알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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