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일본의 수출규제와 공급망 리스크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일본의 수출규제와 공급망 리스크 
  • 편집국
  • 승인 2019.07.22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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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려진 리스크는 리스크가 아니다
●자연재해, 전쟁, 국가간 갈등, 기업도산 등이 공급망 단절과 붕괴의 요인
●기업은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처럼 빈도는 낮지만 영향 큰 공급망 관리에는 소홀
●공급망내 리스크 대응은 탄력적 공급망 설계, 스트레스 시험, BCP 도입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일본의 반도체 소재 우리나라 수출규제 문제가 요즘 화두다. 
일본 정부는 지난1일 OLED 패널 등의 필름 재료로 쓰이는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와 반도체 회로의 패턴만 남기고 불필요한 부분은 깎아내는 공정과 반도체 세정에 사용되는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 반도체기판 제작에 사용하는 포토리지스트(감광제)를 한국에 수출할 때 매 건당 최대 90일이 걸리는 심사와 허가를 받도록 했다.

◆직격탄을 맞은 반도체 업체들은 과연 리스크를 예상하지 못했을까? 
최근 일본의 우리나라에 대한 수출규제로 인한 공급망의 단절은 일반인이 쉽게 예측하기 어려운 사태이다. 하지만 웬만한 국가의 정보기관을 뺨치는 정보력을 가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경우 충분히 감지했고 대비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삼성그룹은 그룹차원의 ‘비즈니스연속성 관리체계(Business Continuity Management)’를 갖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계열사 중 하나인 삼성SDI는 대규모 재해, 재난에 대비한 체계적 위기관리 체제를 갖춘 기업으로 꼽힌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은 글로벌 공급망 체계의 대혼란을 일으켜 기업들을 바짝 긴장시켰지만 삼성SDI는 이에 따른 공급 차질 문제를 겪지 않았다. 대지진에 따른 예상 피해 파악 및 이후 대응책 마련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24시간에 불과했었다.  

이 기업은 2009년 8월에는 영국표준협회(BSI)의 까다로운 심사를 통과해 BS 25999 ‘비즈니스연속성관리체계인증’을 국내 제조 기업으로는 최초로 취득했다. 이 인증은 ‘갑작스러운 사건 사고나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생산 활동을 최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복원하기 위한 체계적인 프로세스이다.

삼성전자의 SCM(Supply Chain Management: 공급망 관리)역량순위는 매년 전세계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Gartner Supply Chain Top 25’ 조사에서 10위권안에 드는 최우수 기업 중 하나이다. 

삼성전자가 과연 일본에서 수입되는 주요 부품에 대한 공급망 관리 차원의 대비가 없었을까? 
삼성전자는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리스크 헤징(Hedging)을 위한 공급망 점검과 재설계를 통해, 일본에서의 공급(조달)을 줄이는 공급망 재설계를 완성했을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자연재해, 전쟁, 국가간 갈등, 기업도산 등이 공급망 단절과 붕괴의 요인
글로벌 공급망(Global Supply Chain)의 단절과 붕괴로 인한 국가와 기업의 리스크의 원인은 대부분 자연재해에서 발생되었고, 제1, 2차 세계대전과 같은 국제전, 중동사태와 같은 국지전과 준 전쟁 상황에서, 혹은 UN의 대북제재 등으로 발생되기도 한다.

글로벌 공급망에 큰 타격을 준 사례는 1995년 고베 대지진, 2003년 부산 ‘태풍 매미’,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쓰나미, 같은해 7월 방콕 대홍수, 2016년 4월 일본 구마모또현의 규모7.3의 대지진 등이 있다.

1995년 고베 대지진은 고베 항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혔을 뿐 아니라 당시 기업들이 도입하기 시작한 글로벌 공급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와 재고를 최소화하는 적기 생산체계 (JIT: Just In Time, 최소 재고량 유지하고 적시 공급하는 체계)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2000년 3월 멕시코의 앨버커키(Albuquerque)의 필립스 전자 공장은 번개로 작은 화재가 발생했다. 화재 직후 필립스는 이 공장의 반도체 부품인 마이크로 칩을 공급받는 노키아와 에릭슨에 1주일의 조업 중단이 예상된다고 통보했다. 

노키아는 즉시 탄력적인 공급망을 활용해 대응에 나섰다. 즉시 필립스의 다른 공장뿐만 아니라 거래중인 일본, 미국 공급업체들에게 주문을 돌려 제품 생산에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반대로 싱글 소싱 전략을 선택한 에릭슨의 경우 단지 1주일의 조업 중단으로만 생각하고 가볍게 넘겨버렸다. 화재 2주일 후 진화 과정에서 반도체 공정의 핵심인 클린룸 시설이 오염됐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초동 대처가 빨랐던 노키아는 즉시 필립스에 남은 생산 설비를 모두 노키아의 제품을 생산하는 데 사용하도록 요구했다. 

에릭슨은 필립스 공장이 화재로 문을 닫은 뒤 다른 공급선을 확보하느라 몇 개월 동안 생산에 차질을 빚은 결과, 노키아에 자신의 시장점유율까지 내주며 업계 하위권으로 추락했다.

2003년 태풍 매미는 부산항을 강타해 크레인 11기를 붕괴 또는 이탈시켜 수출입 선적과 하역을마비와 부산, 울산, 포항, 거제, 마산, 창원, 여수, 광양 등의 산업시설에 큰 경제적 손실을 입혔다.  

2011년 3월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과 이후 발생한 초대형 쓰나미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다. 피해지역은 석유화 학, 제철소, 정유업체와 자동차(토요타, 닛산, 혼다),전자(소니, 파나소닉, 도시바) 등의 공장 가동을 중단시켰다. 

이중 글로벌 공급망과 복잡하게  엮여 있던 자동차, 전자, 기계, 반도체 기업들은 장비와 부품조달 차질로 큰 피해를 입었다.

대지진으로 센다이 등 13개 항만이 지진으로 인해 운영이 중단되면서 수출입 화물의 선적과 하역도 일시 중단되었다. 글로벌 기업은 일본 외 대체 수입처를 확보와 글로벌 공급망 재설계에 많은 시간과 자금을 투입했다.

2011년 7월부터 4달간의 태국 대홍수는 태국 전역에 큰 인명피해와 함께 산업단지 7곳도 침수되었다. 이들 산업단지에는 혼다, 도요타, 포드 자동차와 미쉐린 타이어 등 제조업체와 자동차와 컴퓨터 관련 글로벌 부품 공급업체들이 대규모 입주해 있었다. 

이 홍수는 전세계 자동차 산업과 PC산업의 글로벌 공급망 체계에 심각한 영향을 미쳐 많은 기업들에게 공급망 상의 위기관리시스템 구축에 큰 교훈을 준 바 있다.

2016년 5월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에는 규모 6.5 이상의 지진이 발생했다. 이에 따라 토요타, 혼다, 닛산 등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다. 

지진 발생 후 해당 지역 공장에 한해 가동을 중단한 혼다, 닛산과 달리 토요타는 일본 내 26개 공장이 모두 가동 중단됐으며 재가동에 들어가는 시기도 가장 늦었다. 

혼다와 닛산은 2011년 동부 대지진 이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이 지진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토요타는 기존 재고를 최소화하고, 2차와 1차 협력업체를 거쳐 최종 조립 공정에 이르기까지 낭비 없이 완벽히 동기화한 토요타 시스템을 고수하면서 리스크에는 오히려 취약했다.

◆기업은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처럼 빈도 낮지만 영향 큰 공급망 관리에는 소홀
기업들은 반복적이고 영향이 작은 위험관리에 집중하는 반면,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같은 빈도는 낮지만 영향이 큰 위험관리에는 소홀한 편이다. 

2000년 멕시코의 앨버커키(Albuquerque)의 필립스 전자 공장 화재 직후 이 공장에서 마이크로 칩을 공급받던 에릭슨의 잘못된 대응은 에릭슨을 업계 최하위로 떨어 뜨렸다.

2016년 규슈 지진 발생으로 토요타는 일본 내 26개 모든 공장의 가동이 중단됐고 재가동에 들어가는 시기도 가장 늦었다. 혼다와 닛산은 2011년 동부 대지진 이후 충분한 재고를 확보하고 공급선을 다변화하여 이 지진에서 상대적으로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기업은 수익성을 희생하지 않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는 유연성을 공급사슬내에 확보하려 한다. 이를 위해선 각 산업의 공급사슬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위험을 이해하고, 자신의 기업에 적합한 위험요인 관리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자연재해, 전쟁과 테러, 공급사 파산, 노동쟁의 등 갑작스런 재난(Disruptions)은 부품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시간이 지연되고 공급부족으로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재고를 보유하거나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것이 필요한데, 가끔 발생하는 재난에 대비하여 재고를 일상적으로 보유한다면 상당히 높은 비용이 소요된다. 그런 면에서 토요타 사례와 같이 효율성과 리스크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다. 

◆공급망내 리스크 대응은 탄력적 공급망 설계, 스트레스 시험, BCP 도입
먼저 ‘탄력적 공급망 설계(Designing Resilient Supply Chains)’가 필요하다.
위기관리 지침서 [리질리언트 엔터프라이즈(The Resilient Enterprise)] 저자 요시(Yossi), 쉐피(Sheffi) MIT 교수는 잠재적인 대규모 충격에 대한 기업의 대응으로 사업 연속성 계획 수립 을 제시했다. 

이는 공급망 한 곳에서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대체할 수 있도록 다각화되고, 해당 부품이 없어도 생산할 수 있도록 제품 재설계 역량 등을 갖추고, 부족한 물량을 많이 확보할 수 있는 대응 체계를 갖춘 ‘탄력적 공급망 설계(Designing Resilient Supply Chains)’가 필요하다고 한다. 

둘째, 공급사슬내 위험을 인식하고 우선순위를 파악할 수 있도록 주기적인 스트레스 시험(stress test)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공급사슬내 핵심적인 공급업체와 고객, 공장, 유통 및 물류센터를 파악하고, 부품, 공정재고, 완제품 재고에 대하여 위치와 물량을 파악이 필요하다. 

셋째, BCP(Business Continuity Plan) 도입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BCP를 도입한 기업이 늘고 있다. BCP는 재난이 발생해도 기업의 비즈니스 연속성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론이다. 재해·재난으로 정상적인 운용이 어려운 핵심 업무기능을 지속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기업 가치를 최대화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글로벌 경제하에서 위기 대응을 위한 공급망 리스크 관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 요소다.
기업은 수많은 크고 작은 위험에 노출돼 있고, 위험에 처할 때마다 그 위험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고민해서는 이미 늦다. 우리 기업도 리스크를 일련의 시스템 속에서 매뉴얼화 해 관리할 때에만 각종 위험을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 

이번 일본의 반도체 소재 우리나라 수출규제 사태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뿐 아니라 우리기업의 글로벌 공급망 리스크를 다시 돌아보는 귀중한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가물류정책위원회 정책분과위원(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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