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대기업 편중현상 여전, 그들만의 리그 전락한 남성육아휴직 
[분석]대기업 편중현상 여전, 그들만의 리그 전락한 남성육아휴직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7.30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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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 1~6월 남성 육아휴직 현황 발표
남성 육아휴직 10명 중 6명 대기업 근무 남성
올 상반기 육아휴직자 5명 중 1명은 아빠, 전년 대비 30.9% 증가
남성 육아휴직 역시 법적으로 보장된 권리지만 아직 사회적 용인을 획득하지는 못한 상황. 그조차도 대기업 근로 남성들에게만 국한되어 있는 형편이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남성 육아 휴직자의 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민간 부문 육아휴직자 5만 3494명 중 1만 1080명(20.7%)이 남성이었을 정도로 남성 육아휴직이 점차 자리잡아가는 추세다.

그러나 육아휴직의 혜택을 누리는 남성 상당수가 대기업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 기업규모별 양극화 현상이 여전하다는 것이 문제다. 기업규모별 남성 육아휴직자 수를 살펴보면 56.7%(6285명)가 300인 이상 기업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을 만큼 중소기업보다는 대기업에서 남성의 육아휴직 활용이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300인 미만 기업에 종사하는 남성 육아휴직자 비율은 43.3%로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2.5%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비율로만 놓고 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차이가 심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이는 통계상의 맹점에 기인한다. 고용노동부 '사업체 노동력 조사'에 따르면, 기업 근로자 85% 정도가 중소기업에서 일하고 있는 현실이다. 

300인 이상 사업체 임금근로자 수(253만 4000명)는 300인 미만(1398만 2000명)의 5분의 1도 안 되지만 육아 휴직 점유 비율은 오히려 중소기업보다 높은 것을 고려한다면 양 기업군의 격차는 훨씬 크게 벌어진다.

최근 들어 확산되는 워라밸 열풍과 주52시간 근로제 등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경향에 따라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진 대기업 등에서는 육아 휴직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너그러워졌지만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이를 활용하는 것이 사실 쉽지 않다.

직원 규모 100여명 남짓의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A씨는 최근 첫 아이 출산을 계기로 육아휴직을 넌지시 상사에게 타진해보았지만 돌아온 건 타박뿐이었다고 증언한다. 회사 전체적으로 전례도 없을뿐더러 회사 구조상 A씨가 휴직하게 되면 그 자리를 메울 만한 여력도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모두 다는 아니겠지만 많은 중소기업의 근로자도 A씨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환경에 놓여있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육아휴직을 이유로 자리를 비웠다가 결국 퇴사로 이어질지도 모르는 불안감을 떨쳐버릴 수 없는 것. 이는 수치로 확인된다.

지난해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중 회사 복귀 후 1년 넘게 같은 회사에 다닌 비율(고용 유지율)은 67.8%였다. 중소기업 육아휴직자의 고용 유지율은 2013년(59.2%)보다는 높아졌지만, 대기업(88%)보다는 여전히 20.2%포인트 낮다. 상대적으로 고용 안정성이 높은 대기업에선 육아휴직을 써도 10명 중 1명을 제외하면 휴직 후 복직해 회사를 잘 다닌다는 얘기다.

이는 남녀 모두를 포함한 통계치다. 그나마 육아휴직을 용인해주는 경향이 강한 여자들을 모두 합한 수치가 이렇다는 것. 남자만 떼놓고 보면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근로자수로만 보면 중소기업의 5분의 1도 안 되는 대기업 남성 근로자들이 육아휴직 비율의 절반 이상을 점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자료제공 고용노동부

■ 중소기업 남성이 육아휴직 쓰기는 사실상 힘들어

육아휴직은 법으로 보장된 제도다. 근로자가 원하면 쓸 수 있고, 받아들이지 않는 사업주는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현실에선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육아 휴직 제도를 백안시하는 경향이 높은 게 사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중소기업 근로자의 일·가정 양립 실태와 정책과제' 보고서를 보면 근로자 수가 1~4명인 기업 직원의 83.7%, 5~9명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의 68.2%가 "우리 회사에는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고 답했다. 10~99명인 기업에서 일하는 사람 중에서도 세 명 중 한 명(29.5%)이 회사에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고 했다. 급여가 적을수록, 정규직이 아닌 비정규직 근로자일수록 "육아휴직 제도가 없다"고 답한 비율이 높았다.

지난 7월 1일 서북권직장맘지원센터가 '2019 서울시 다둥이마라톤'과 '제31회 맘앤베이비엑스포'를 방문한 직장인 666명을 대상으로 육아휴직 등 고충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 666명 중 423명(63.5%)이 육아휴직 사용경험이 없다고 답했다.

현재 재직 중인 부모 632명 가운데 정규직원의 62.3%(538명 중 335명), 계약직원의 67.0%(94명 중 63명)이 육아휴직 사용경험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 사용경험이 없다고 응답한 423명에게 육아휴직을 사용 못한 이유를 묻자 '회사 눈치를 봐서'가 128명(30.3%)이었다. 이어 경제적 부담 92명(21.7%), 사용 방법 잘 모름 24명(5.7%), 동료 눈치 13명(3.1%) 순이었다.

회사 눈치를 보는 이유를 묻자 '동료 대다수가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않아 부담이 된다'는 답이 74명(57.8%)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육아휴직 후 복귀에 대한 보장 불확실 29명(22.7%), 복직 후 직급(직무) 변동 등 불이익 염려가 20명(15.6%)으로 뒤를 이었다.

이는 단순한 우려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올해 발표한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직장 내에서 육아휴직을 사용한 800명 가운데 20.5%가 기존 부서에서 다른 부서로의 재배치를 겪었고 18. 8%는 인사나 승진 등에 있어서 차별을 받았음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지난 6월 영국 BBC가 한국에 대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남성 유급 육아휴직 기간이 긴 나라지만 이를 쓰는 비율은 17%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을 정도로 우리나라의 남성 육아휴직은 아직 일반적이지 않은 제도다. 더구나 몇 안 되는 혜택의 수혜자 역시 대기업에 치중된 게 사실이다. 지금처럼 그들만의 육아휴직 향유가 계속된다면 이 제도는 결국 소수를 위한 복지정책으로 전락해버릴 우려가 높다.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발표하는 신보라 의원(사진 우) 사진제공 신보라의원 블로그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발표하는 신보라 의원(사진 우) 사진제공 신보라의원 블로그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신보라 의원은 이와 관련해 매서운 지적을 날린 바 있다. 신의원은 “전체 노동자 10명 중 8-9명이 중소기업 종사자인데, 육아휴직 비율은 거꾸로 대기업 종사자에 집중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중소기업 근로자의 육아휴직과 육아휴직 사용 후 고용유지율을 확대하기 위한 육아휴직 대체근로 지원, 사회적인 인식개선 노력을 육아휴직 급여 확대정책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용부 역시 이를 모르는 바는 아니다. 송홍석 통합고용정책국장은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남녀 고용 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통과되면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기간이 확대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강화되어 아이를 키우는 노동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배우자 출산휴가 및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등의 제도 개선 시행이 예정보다 늦어진 만큼, 법안이 통과되면 가급적 조속히 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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