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에비앙(Evian)과 제주생수 
[전대길의 CEO칼럼] 에비앙(Evian)과 제주생수 
  • 편집국
  • 승인 2019.07.31 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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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2019년7월29일 새벽, 프랑스 에비앙(Evian)에서 2019년도 LPGA 4번째 Major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 여자 골프대회’에서 고 진영 프로가 15언더파의 기록으로 태극기를 어깨에 두르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세계랭킹도 1위로 재도약했다. 총상금은 U$4,100,000이며 우승상금은 U$615,000(7억2천만원)이다.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고 진영 선수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자, 고 진영 선수

LPGA Major 골프대회에서 올 해에만 2번째 우승이다. 이 대회에서 김 효주 선수가 2위, 박 성현 선수 6위, 박 인비 선수는 8위에 머물렀다. 우리 선수들이 휩쓸다 보니 한국에서 열리는 KLPGA 경기처럼 보였다. 

우리들은 프랑스 에비앙(Evian) 생수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에비앙(Evian)은 프랑스 동부 Alps산 아래의 인구 15,000명의 작은 마을이다. 다른 하나는 1995년에 세계 최초로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를 상품화한 기업이다. 세계시장에서 최고로 유명한 생수 상표다. 바로 이 회사가 ‘에비앙 챔피언십 골프대회’를 열었다.  

석회석 성분이 많아 수질이 좋지 않은 유럽에서 140여 년 전에 에비앙 생수가 탄생한 시절에는 돈을 주고 물을 사먹는다는 개념은 희박했다. 에비앙의 성공은 물이 약(藥)이란 개념으로 상품화했기에 성공했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 에비앙 땅 속에서 퍼 올린 지하수는 알프스에서 녹아내린 만년설이 두꺼운 빙하 퇴적물을 통과하면서 인체에 유익한 미네랄 성분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 

프랑스 지도,화살표 방향 맨 위쪽이 Evian-강아지 모양의 입(?)
프랑스 지도,화살표 방향 맨 위쪽이 Evian-강아지 모양의 입(?)

‘카샤의 물(Source Cachat)’이라고 불리던 에비앙 지하수는 1878년에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적으로 판매허가를 받아 상품화된 최초의 물이다. 에비앙 물병에 새겨진 산(山) 모양의 로고는 20세기 초반에 만들어졌다. 

마을 앞의 레만 호수 때문에 에비앙을 레만 호수에서 퍼온 것이라고 연상하는 이들에게 광천수(鑛泉水)임을 알리기 위해 산(山) 이미지를 넣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생수 용기는 물의 신선도를 강조하기 위해 파랑 계통의 차가운 색을 쓰는 반면에 에비앙은 분홍색을 사용했다. 

에비앙이 분홍색 병을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는 300ml 생수의 주 소비자가 여성이기 때문이다. 에비앙에서 나오는 샘(泉)은 30여개다, 이 중에서 ‘까샤 샘’을 포함한 2개는 대중들에게 공개되며 나머지는 공장으로 연결된다. 

에비앙 생수
에비앙 생수

에비앙 마을의 주민들은 공개된 수도에서 물을 무료로 받아갈 수 있다. 상품의 본질보다는 목표 고객이 선호하는 색으로 용기를 디자인함으로써 도리어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된 이미지를 구축했다. 

에비앙은 실용적인 부문에서도 선례를 남겼다. 페트병의 용기 성형에 따르는 취약한 구조 강도를 보완하고자 표면에 요철을 넣어 포장 및 운송 편의를 도모했다. 

세계 여러 나라에서 생산되는 각종 생수 페트병은 이 같은 에비앙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서 제작된다. 밀레니엄 기념 제품 출시를 기점으로 병 디자인이 이색적인 한정판 생수를 해마다 내놓는 특판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데 에비앙 생수병을 취미로 모으는 사람들도 있다. 

무취(無臭), 무미(無味), 무향(無香)의 물에 이렇다 할 변화를 주기 어려운 제품 속성을 간파한 에비앙은 소비자들에게 장수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주고 있다. 1995년도에 리뉴얼(Renewal)한 로고와 패키지 전략을 계속 펼치다. 

에비앙 물이 세계시장을 석권한 Story-telling이다. 프랑스 혁명(1789~1794년)이 일어 난 1789년, 백설(白雪)이 쌓인 알프스 아래 에비앙(Evian)이란 작은 마을에 신장결석 환자인 한 후작(侯爵)이 요양하고 있었다. 

어느 날 마을의 한 주민이 그에게 이곳에서 나오는 지하수가 몸에 좋으니 마셔보라고 권했다. 그 후 후작은 주민의 말을 믿고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를 꾸준히 마셨다. 그래서인지 신장병이 완치되었다. 그러자 의학자들은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 효능을 연구하기 시작했다.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는 Alps산맥의 빙하가 녹아 내려오면서 수질이 정화(淨化)되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뿐만 아니라 에비앙 지하수는 미네랄을 비롯해 인체에 좋은 성분이 많이 함유되어 있음도 찾아냈다. 이 소식을 들은 에비앙의 한 주민은 에비앙 마을의 지하수를 단순한 물이 아니라 약(藥)으로 상품화 했다. 

이렇게 마케팅을 한 결과 1879년에 에비앙 생수는 프랑스 정부로부터 공식 판매허가를 받았으며 상품으로 판매된 세계 최초의 물이 되었다. 단순히 마시는 물이 아니라 사람을 살리는 스토리를 담았기 때문에 값이 비싸도 에비앙 생수는 불티나게 팔린다. 매월 3천만 병이 판매되는 세계인의 생수가 되었다. 

‘에비앙 성지(聖地)’는 나쇼날 가문의 ‘까샤 샘(Source Cachat)’인데, 에비앙이 처음 발견된 곳이다. 물이 좋다는 입소문이 퍼져 인파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 ‘카샤 샘’의 주인인 ‘까샤(Cachat)’는 1826년 샘터에 ‘수치료(水治療) 센터’를 세웠으며 1878년 의학계의 인증까지 받았다. 

에비앙 생수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이를 상품화했다. 1903년, 수치료 시설 겸 호텔로 지은 건물 ‘펌프룸’(Pump Room)은 ‘워터 템플(Water-Temple)’이라고까지 불리었다. 지금은 ‘에비앙 기념관’이다. 유명한 가수나 재벌들은 이걸로 샤워를 한다는 루머도 있었다. 

에비앙은 칼슘과 마그네슘의 함량이 높은 센물이라서 물때가 잘 남고 세수나 목욕을 하기에는 적합하진 않다. 19세기 프랑스 탐험가인 ‘에밀 보강’의 저서, “종이 카누우의 모험”에 의하면, ‘진짜 에비앙’은 호수에서 바로 퍼서 마시는 거라고 한다. 

단 호수 물을 컵으로 떠 마시라는 게 아니라 코르크 마개로 막은 빈 맥주병 목에 밧줄을 묶고 돌을 달아 호수 바닥에 1시간쯤 가라앉혔다가 꺼내면 호수 바닥의 깨끗한 물이 수압으로 코르크를 여과해서 맥주병 안에 고이는데 그게 진짜 ‘에비앙 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1980년대 필자가 대한항공 노무부에서 일할 때 실제로 조사연구했던 프로젝트다. 그 주요 내용인즉 한진그룹 소유,한라산 중턱의 제동목장 지하에서 샘솟는 ‘제주생수(당시 비행기 내에서 탑승객에게 무료 제공함)’를 중동에서 일하는 건설 근로자나 세계 각국에 수출해 보자‘는 것이었다. 에비앙과 제주생수를 수질검사를 해 보았는데 제주생수가 에비앙에 비해서 식음수로 월등하게 더 좋았다. 

그런데 제조비, 운송비 등 원가계산을 아무리 해 보아도 수지가 맞지 않고 그 당시 생수의 장기간 보존 기술이 없어서 생수의 변질 가능성이 높았다. 그래서 ‘제주생수의 세계수출 사업’을 접었다. 

만약 그 당시에 최고경영층(조 중훈 회장)에서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으나 생수보존 기술을 개발해서 끝까지 추진하라!”는 신념을 불어넣었더라면 오늘 날에는 제주생수가 에비앙을 넘어 세계인이 즐기는 최고의 생수로 자리매김했을 것이다. 이런 게 무척 아쉽다.             

 현재도 생산 중인 예전의 ‘제주생수’ KAL 객실서비스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현재도 생산 중인 예전의 ‘제주생수’ KAL 객실서비스용으로 사용되고 있다. 

그 당시 “에비앙을 제치고 한라산 생수를 세계인의 물로 만들자”란 목표를 미래지향적으로 생각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추진했더라면 에비앙을 넘어설 수 있었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삼다수’는 그 후에 나왔으며 ‘백두산 천지의 물’이라는 ‘백산수(白山水)’는 나중에 나왔다. 생수를 식당에서 공짜로 제공하는 나라는 아마도 우리 대한민국이 유일하지 않았었나 하는 생각이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제주생수를 세계에 수출하는 사업이 절박하지 않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한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제 밤을 지새우며 ‘에비앙 챔피언십 여자 골프대회’를 지켜본 Daegila사장의 생각이다. 

“꿈은 ‘없는 것을 있게 하는 것’만이 아니다. ‘있는 것을 재발견하는 것’이다. 꿈이 있는 사람은 이미 있는 것에 가치를 부여하는 사람이다”라고 말이다. 

끝으로 ‘시(詩)와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결합한 “디카시(Dica詩)”란 장르가 새롭게 등장해서 문인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이에 ‘수필(隨筆)과 디지털 카메라 사진’을 접목한 “디카수(Dica隨)”란 용어를 떠올린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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