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승차 공유, 도로와 주차장의 자가용을 줄여야 성공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승차 공유, 도로와 주차장의 자가용을 줄여야 성공
  • 편집국
  • 승인 2019.08.05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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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차공유(car sharing)의 경쟁자는 ‘차 소유권(car ownership)’
●주차장에 서있는 95%의 자가용 승용차를 줄여야 승차공유는 성공
●”어떻게 자가용 소유주를 택시의 고객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핵심을 비껴간 개편안
●공유경제는 물류(화물)와 여객 모빌리티의 공유를 통해 사회적 시너지 극대화가 가능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서울시 차량 등록대수는 2018년 12월말 기준 312만대를 넘어섰다. 이중 비사업용(자가용)승용차는 2,526천대, 비사업용(자가용)화물차는 276천대가 넘는다. 

차량은 계속 늘고 있지만 차량의 일 주행거리는 계속 떨어지고 있다. 자가용 승용차의 일일 평균 주행거리는 30.2km, 화물차는 44km로, 사업(영업)용 승용차 85.6km, 화물차 116.8km에 대비해 1/3 정도인 각각 35.2%, 37.6%로 이동 효율성이 현저히 낮다.

우리 국민은 하루 평균 2시간 정도를 이동에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중교통으로 통근하고, 주말에만 자가용을 이용하는 차량과 주부용 세컨드카까지 고려하면 자가용 승용차의 실제 운행 시간은 5-10% 이내로 추정된다. 나머지 시간은 운행하지 않고 주차된 상태다. 

차가 많으면 이동 문제가 나아져야 하는데 점점 더 원하는 시간에 차를 타기 어려워졌다. 이런 이동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동 수단이 최적화돼야 한다. 더 적은 차량대수, 높은 가동률이 전제돼야만 원활한 교통흐름과 쾌적한 대기환경 등 도시의 삶 자체가 좋아진다.

◆유휴자산의 활용측면에서 높은 가동률은 ICT로 무장한 차량 공유서비스가 대표적
공유경제의 기본원리인 유휴자산의 활용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높은 가동률은 대중교통의 이용과 함께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로 무장한 차량 공유서비스가 대표적이다.

2000년 미국 케임브리지의 가정주부 로빈 체이스(Chase)는 소유한 큰 자동차가 아이들 통학에 하루 2시간 정도만 쓰이고 22시간은 주차공간만 차지하고 있는 것을 보고, 동료 학부모 안체 대니얼슨(Danielson)과 집카(Zipcar)라는 세계 최초의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차량공유회사를 창업했다.

유럽의 대표적인 차량 공유 서비스업체인 블라블라카(BlaBlaCar)는 2006년 프랑스 파리에서 설립돼 현재는 세계 22개국에서 4,500만 명에게 모빌리티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공적으로 정착했다.

같은 차량 노선으로 가고자 하는 유럽인들은 앱으로 탑승을 신청하고 유류비와 고속도로 통행료 등의 교통비를 분담한다. 보통 기차요금보다 최대 75%까지 저렴하고 시간이 크게 단축될 뿐만 아니라 이동하는 동안 친구를 사귈 수도 있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2010년 트래비스 캘러닉과 개릿 캠프가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Uber)는 하루 300만 명 이상이 이용하고, 소프트뱅크가 최근 2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기로 한 동남아의 그랩(Grab), 중국의 디디추싱(滴滴出行, Didi Chuxing)은 부가가치가 높은 유니콘 기업으로서 현지인뿐 아니라 각국의 여행자들에게 유용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3년에 우버 엑스(Uber X)가 처음 진출했으나 택시업계의 반발과 정부의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판단으로 한국시장에서 사업을 철수했고, 뒤이어 2017년에는 국내 카풀 스타트업 ‘풀러스’가 24시간 카풀 서비스를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카카오 모빌리티가 차량 공유 스타트업 럭시(LUXI)를 인수하여 ‘카카오T’를 선보이면서 본격적 카풀사업을 시도했다. 택시업계는 택시 호출 시장을 장악한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를 시작하면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는 절박감에서 생존권 차원의 극한투쟁을 벌였다. 사회적 대타협기구가 만들어졌고, 5개월간의 긴 절충 끝에 올해 3월 7일에 합의를 도출했다. 

하지만 연이은 택시기사의 죽음에 대한 안타까움과는 별개로 여론은 택시기사들의 싸움에 냉랭했다. 이런 여론은 승차거부, 불친절, 과속 난폭운전과 같은 택시 서비스 문제와 카풀이 4차산업혁명과 O2O가 몰고 온 불가피한 사회변화이라는 인식에 기반을 두고 있다. 

최근 우버와 풀러스, 카카오T 등 카풀 서비스업체가 쫓겨난 자리에 타다(TADA)가 들어와서 또다시 택시업계와 대치했다. 타다는 시장 호응을 얻어 서비스 출시 9개월 만에 이용자 100만명, 드라이버 6400명 확보에 성공했다. 재탑승률은 90%, 앱 평점은 4.7점 이상을 기록했다.

타다 가입자는 서비스 출시 100일 만인 지난 1월 25만명에서 지난 4월 50만명, 지난달에는 100만명을 넘었다. 타다는 기존 이동 서비스가 제공 못했던 '승차거부 전면 차단', '믿을 수 있는 경로와 요금', '드라이버 검증과 상호 평가 시스템'을 도입했다. 

▲눈치를 보지 않고 목적지로 이동하는 타다 기사 ▲승차거부 없는 즉시배차 ▲11인승 승합차의 쾌적한 환경 등에 만족한 이용자의 입소문이 80%를 넘는 재탑승률로 나타났다. 재탑승률은 곧 이용자의 만족도를 나타낸다.

◆국토교통부는 ‘플랫폼 운송사업’, ‘플랫폼 가맹사업’, ‘중개형 플랫폼 사업’의 택시 제도 발표
국토교통부가 지난 7월에 택시업계의 고충을 들어주는 내용이 반영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으로 3가지 유형의 플랫폼 사업제도가 마련됐다. 

첫째 유형은 ‘플랫폼 운송사업’을 할 수 있도록 허가하고, 차량, 외관, 요금 등 규제를 전향적으로 완화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이용자들은 새롭고 다양한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정부의 안에는 렌터카를 이용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있다. 현재 약 1000대의 렌터카를 운영중인 ‘타다’가 정부안대로 플랫폼 운송사업자가 되려면 차량구매비용 300억원과 ‘사회적 기여금’ 형태로 개인택시 면허 매입비용 등을 포함해 최소 1000억원 이상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대기업 카카오는 최근 서울 강남의 택시면허 90개를 보유한 법인택시업체 '진화택시'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택시에 IT·플랫폼 기술을 직접 접목했을 때 어떤 운영효과가 있을지 소규모로, 시범 진행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법인 인수를 위한 계약을 진행했다" 라고 말했다. 

둘째, 현재 웨이고(Waygo)택시, 마카롱택시와 같은 ‘플랫폼 가맹사업’ 방식에 대해 진입 규제와 차량 외관 등에 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한다. 

기존 택시 가맹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4000대 이상의 택시를 확보해야 했지만 국토교통부는 이 기준을 1000대 이상만 확보해도 사업을 허용하기로 했다. 공급 규제 외에도 외관·요금 등 서비스 관련 규제도 완화할 예정이다.

플랫폼 가맹형 택시는 기존 법인·개인택시가 가맹사업 형태로 플랫폼과 결합해 특색있는 브랜드택시로 자리매김하고 수준 높고 표준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사업자 타고솔루션즈와 협업해 승차거부 없는 택시 ‘웨이고블루’와 여성 전용 택시 ‘웨이고레이디’ 등을 ‘카카오T’에서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셋째, ‘카카오T’와 ‘티맵택시’ 같은 ‘중개형 플랫폼 사업’도 제도권 내로 편입하여 활성화한다. 
단순 중개 기능을 넘어 창의적인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도록 규제 샌드박스 등을 통해 검증된 사업은 제도로 반영해 나갈 계획이라 한다. 

국내 승차공유 모델이 플랫폼과 택시가 손을 잡고 영업하는 ‘플랫폼 택시’로 정리되면서, 우버는본사 차원의 대규모 구조조정(마케팅 인력 중 1/3인 약 400명을 해고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는 공격적으로 영업에 나서고 있다. 

우버는 택시기사 5만명이 속해 있는 서울개인택시조합에 스마트폰 호출 앱을 결합한 ‘플랫폼 택시’ 사업을 같이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제안이 성사되면 플랫폼 업체들의 택시 확보 경쟁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어떻게 자가용 소유주를 택시의 고객으로 전환시킬 것인가?” 핵심을 비껴간 개편안 
공유경제가 표방하는 진정한 의미의 차량 공유 서비스란 ‘집카’, ‘우버’나 ‘블라블라카’ 처럼 유휴자원인 자가용 승용차를 공유하면서 자가용 차량의 수를 줄이면서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차량 공유 서비스가 활성화되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량보유대수와 출퇴근 교통체증을 크게 줄일 수 있다. 

국토부가 3월에 발표한 ‘카풀․택시 상생안’의 후속 조치로 7월에 발표한 ‘혁신성장과 상생발전을 위한 택시제도 개편안’은  ‘자가용 소유주’ 들을 “어떻게 기존의 택시나 플랫폼 택시의 고객으로 전환시킬 것인가?”에 관한 내용은 충분하지 않았다. 

먼저, “자가용을 어떻게 줄여 승객 수를 획기적으로 늘릴 것인가?”는 대책이 없다면 택시업계도, 플랫폼업체도 모두 어려운 지경으로 몰릴 것이다. 

둘째, 공유경제 차원에서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자가용 활용도 제고’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 안건을 업계 눈치를 보느라 비켜가 버린 건 개편안에 대한 국민 기대에 훨씬 못 미친다. 

셋째, 여권과 같은 긴급서류, 소형화물 배송 허용 등과 같은 기존의 택시회사와 개인택시의 수입을 증대할 수 있는 방안이 없어서 기존택시나 플랫폼택시의 채산성 확보 문제는 계속될 것이다.

넷째, 구인난으로 차고에 멈춰있는 택시를 취업난에 허덕이는 활기찬 청년층을 택시기사로의 유입하는 대책도 없다. 

‘배달의 민족’이 중국음식점 배달원을 민트색 유니폼을 입은 스마트한 전문배달원으로 전환시켰고, ‘쿠팡’이 젊은 청년을 배달과 물류에 대한 자부심을 가진 활기찬 정규직 쿠팡맨으로 전환시킨 것 같은 청년기사의 유입방안이 없었다.

◆자가용소유자는 편리성과 경제성에 따라 소유를 과감히 포기할 것이다
사용자입장에서 보면, 극히 활용도가 낮은 자가용 차량 소유는 고액의 자동차 구입 자금 부담과 자동차세, 보험료, 주차요금 등의 보유비용을 발생시킨다. 

또한 극심한 정체도로에서 직접 운전하는 피로감과 급한 약속시간에 겨우 도착하여 인근 주차장을 찾아서 어렵게 주차하는 불편함과 시간낭비 등 점점 불편한 존재가 되고 있다. 

이제 사용자인 국민은 “기존 택시냐? 카카오, 우버, 쏘카, 타다 같은 플랫폼 택시냐?”가 아닌 서비스와 경제성에만 만족하면 과감히 자가용을 포기할 것이다.

거리에 서서 언제 잡힐 줄 모르는 택시에 대고 요금 따블, 따따블 부를 필요가 없고, 가까운 목적지나 경유지로 기사 눈치를 볼 필요없고, 앱(App)상에서 적당한 요금 제시와 선택의 거래가 쉬운  편리성만 보장된다면 굳이 자가용을 소유하려는 생각을 버릴 것이다.  

즉, 기사에 대한 불안감이 없고, 기사가 시시콜콜 묻지 않고, 가르치려 하지 않고, 단정하고, 친절한 기사를 원한다. 
또한 언제, 어디서나 부르기 편하고, 바로 탈수 있고, 결제가 편리하고, 길을 잘 알고, 빠른 시간에 목적지에 도착하는 모빌리티를 원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국토교통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은 새로운 변화의 시작점이라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여러 다양한 사업자들이 AI 등 ICT에 바탕에 둔 보다 양질의 서비스와 경제성을 무기로 경쟁이 확대된다면, 자가용 승용차를 포기하는 새로운 택시의 승객은 급격히 늘 수 밖에 없다. 

내차와 내 가족 같이 친근하고, 편하면서도, 물류서비스도 함께 할 수 있는 저렴한 모빌리티와 기사가 있다면 과감히 자가용 승용차를 포기하고 새로운 모빌리티의 충성된 고객이 될 것이다.

이제 택시끼리의 경쟁시대는 지나가고 있다. 우버 등 글로벌 기업, 카카오 등 대기업과의 경쟁과 더불어, 앞으로는 자율주행차, 공유자전거, 공유 오토바이, 킥보드 등의 모빌리티와 유인 드론, Jetpack 등 PAV(Personal Air Vehicle) 등과의 경쟁 체계로 전환 될 것이다. 

또한 모빌리티의 경계가 붕괴되면 물류 모빌리티인 콜벤, 퀵서비스, 소형화물차 등도 새로운 승객 모빌리티로 등장할 것이다.

#물류이야기 #승차공유 #모빌리티 #우버 #카카오 #택시 #플랫폼택시 #카풀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물류산업 공생발전협의체 위원 (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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