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문석 기획실장의 신입사원 3년만 미쳐라4] 회사를 위해 일했다 마라, 그대의 ‘인생Job’이다
[양문석 기획실장의 신입사원 3년만 미쳐라4] 회사를 위해 일했다 마라, 그대의 ‘인생Job’이다
  • 편집국
  • 승인 2019.08.12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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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회사'이니까? & ‘내 일’이니까! 
양문석 기획실장
양문석 기획실장

“기존에 해오던 대로 해온 것뿐인데요.”
“전임자, 선배가 일러준 방식대로 했을 뿐입니다.”

심지어 그 당시에 고객사나 발주사에서 별 문제가 안 된다고 했다는 출처 불분명의 유체이탈식 화법이 나오기도 한다.

책임감 결여가 보이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어디에도 자신의 생각과 주관은 없다는 점이다. 그 점이 더 큰 도덕적 결함이며 업무적 주권을 내팽개쳐버리는 것이다.

조직원으로서의 책임감보다는 ‘내 일’이라는 정체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직업적 미성년자라고 한다. 기존의 룰과 방식에 대한 배경과 처리 프로세스를 완전히 이해하고 점진적으로 바꾸어가려는 자세는 ‘내 일’ 이라는 생각이 자리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 작정한 일이고, 꼭 이겨내야 할 일이고, 그 결과물이 나에게 어떤 의미와 성장을 가져다주는지 재점검하고 확신하라. 그래야 조직과 성과 중심의 현장에서 견디고 몰입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나는 2013년 모 대학원에 진학하여 고용정책을 전공했다. 1993년에 학부를 졸업했으니 정확히 20년 만에 공부를 재개한 셈이다. 시간과 비용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2년 동안 주말은 아예 없다는 비장한 각오 자체가 더 어려웠음에도 수료보다는 학기 이수와 동시에 졸업논문을 통해 학위를 수여받고 싶었다. 

당시 우리 전공 내에선 논문 졸업률이 10% 내외 수준이었다. 전부 현업에서 많은 역할을 맡고 있었고, 논문 자체도 자격시험부터, 심사과정까지 워낙 쉽지 않은 과정들이 자리 잡고 있었던 터였다.

재차 초심을 팝업시키며 독하게 마음을 재정비했다. 논문 토픽은 지도받고 싶은 지도교수나 접근하기 쉬운 선행문헌과 무관하게 입학 전부터의 관심사만 생각했다. 하고 싶은 주제와 연구이슈가 될 수 있는 아이템과 주제를 복수로 선정했다. 타 전공 교수님을 소개받아 논문지도를 받게 되었다. 

겨우겨우 과제를 채워가던 논문지도 중반쯤에 설문 통계에 대한 유의미성 부족과 해석 등 이해부족으로 지도교수는 나에게 백그라운드가 부족해서 논문통과가 어려울 수도 있다고 했다. 청천벽력같은 소리였고, 당장 눈앞이 캄캄해진 기분이었다. 

정말 서러웠던 흑역사가 그때였다.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 2년을 어떻게 해왔는데, 1년 전부터 논문 준비를 위해 쏟아부은 시간들과 그 묵직하고 버겁게 이겨내 온 시간들에 대한 결과물로 스스로를 인정하고 싶었던 욕구는 그만큼 더 커져 갔다.

그날 이후로 지도교수님의 모든 워딩을 기록했고 지도나 지시, 권유내용은 복귀 후 다시 교수님께 일일이 메일로 피드백을 받았고 과제 내용은 무조건 ‘한 번 더, 조금 더’의 마음으로 꼬박꼬박 과제를 해나갔다. 

나의 이름을 달고 나가는 논문이고, 주제도 내가 관심을 갖고 의욕을 부린 내용이라 단 한 글자, 한 숫자라도 허투루 흘리지 않았다. 

결국 교수님의 마무리 지도와 발표회를 끝으로 논문을 컨펌받고 교수님께 제본논문에 확인 도장을 받던 날, 이런 말을 남겨주었다.

“양 선생님의 노력은 주제의 힘에서 나왔던 거 같다. 그리고 논문 아이템도 학술논문 주제로 상당히 주목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2014년 방송된 드라마 <미생>에서 주인공 장그래는 요르단 프로젝트와 관련한 내부 직원의 비리로 임원들까지 인사조치되는 상황에서 장그래는 계속 추진하자고 한다.

계약직인 장그래는 비주류 신분을 벗어나기 위해 어떤 기회든 적극적으로 나서고 살려보려고 기를 쓴다. 그 적극성이 새로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도 하지만 그럴수록 장그래에 대한 안티분위기는 커지고 그 안티들에 의해 장그래는 더욱 괴로운 나날을 보내게 된다.

어쨌든 비리만 걷어내면 좋은 사업이라는 요르단 중고차 수출 프로젝트는 다시(삭제) 재개되었다. 하지만 내부에서도 불편한 상황이 누적되어왔던 터라 신입사원의 제안과 주장으로 끝까지 잘 진행될지는 회의적인 분위기였다. 

결국, 요르단 재개 프로젝트 프리젠테이션을 마치고 나서 대표이사가 묻는다. “이 사업제안을 다시 재개한 사람이 막내라면서?”라며 궁금해하는 대표이사. 내쳐 그에게 묻는다.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나?” 한참을 주저하며 망설이던 장그래가 내민 한마디는 “우리 회사니까요...”

잠시 침묵이 흐르더니 프레젠테이션 장 분위기는 일순간 숙연해졌다. 프레젠테이션에 배석한 임원들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누군가는 우리가 부끄러워진다는 반성의 멘트까지 흘리게 된다. 대표이사는 흐뭇한 미소와 함께 “그래 고맙네”라는 말을 전하며 요르단 프로젝트의 성공을 기원해준다.

내부의 불편한 비리와 관행을 뚫고 정면으로 이 사업의 핵심을 관통했던 장그래는 우리 회사보다는, 우리 부서보다는 결국 ‘내 일’이라는 주체성과 주도성이 그런 도발에 가까운 시도를 꿈꾸게 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대답은 “내 일이니까요” 가 아닌 “우리 회사니까요”라고 했다. 당시 장그래는 회사 일과 내 일이 동일시되었던가, 아니면 내가 그 일을 해나가는 목적과 가치가 회사의 목표와 같았기 때문이었거나 그것을 발판 삼아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장그래가 아직 계약직인데다 보수적인 조직의 말단이 감히 지존 앞에서 ‘내 일이니까요’라고 말하기 어려운 자리였기도 했겠지만 말이다.

양문석 실장
- 현. (주)유니에스 기획실장 / 고용서비스사업부 총괄 
- 전. (사)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사무국장 
- 전. (주)SG&G 기획홍보팀장 
- 전. (주)한경플레이스먼트 <한경인재뱅크> 취업(고용)지원 컨설턴트 
      <대학생경제신문>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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