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중소기업 외면하는 조달청, 개인용컴퓨터 옵션계약 추진
[이슈]중소기업 외면하는 조달청, 개인용컴퓨터 옵션계약 추진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8.08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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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말부터 개인용 조달 시장 PC 옵션 계약방식 전면 전환
부품 단위로 구매 방식.. 수요기관 선택 폭 넓힌다는 취지
중소 PC업계 수익성 악화 불가피, 현실 반영 못한 정책 우려
11월 개편되는 조달청의 공공 PC 구매 방식이 중소 기업들에 타격을 안길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중소기업이 공급하는 정부의 공공 PC 구매 방식이 전면 개편된다. 현행 완제품 형태의 구매에서 부품 단위로 구매하는 옵션 계약 방식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이럴 경우 공공 PC를 조달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은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조달청은 오는 11월 말부터 공공 PC를 부품이나 부분품 단위로 구매하는 옵션 계약을 추진한다. 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11월 29일부터 개인용 조달 시장 PC 구매를 옵션 계약 방식으로 전면 전환한다. 현재 나라장터 홈페이지와 시스템 개편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조달청은 이달 말 PC 업체에 제도 변경 사실을 알리고 설명회도 열 계획이다.

조달 PC를 공급하는 중소기업으로선 엎친 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안 그래도 공공조달 특성상 낮은 수익률을 감내하고 있는 중소기업들이 계약 방식의 전환에 따른 새로운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것이 반가울 리 없다. 

2013년 PC가 중소기업 간 경쟁 제품으로 지정되면서 정부의 공공PC는 모두 중소기업이 공급하도록 한 취지는 중소기업을 적극 지원하겠다는 뜻이었다. 조달청의 이번 행보는 그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 아닐 수 없다.

현재 나라장터 컴퓨터 구매 방식은 자격 요건을 갖춘 컴퓨터 제조사가 완제품을 나라장터 쇼핑몰에 올리면 수요처에서 구매하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컴퓨터를 쇼핑몰에서 구매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옵션계약’이란 이런 완제품 구매 방식이 아닌 주요 컴퓨터 구성품을 수요처에서 부품 단위로 선택하여 구매 할 수 있게 하는 구매 방식이다. 수요기관의 선택의 폭을 넓히고 가격 안정화를 기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실제 ‘옵션계약’대로 제조, 판매를 해야 할 중소 컴퓨터 기업 및 소상공인들로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업계는 ▲컴퓨터 부품의 극심한 가격 변동성 ▲부품별 재고 부담 ▲각종 인증 문제 등의 이유로 오히려 현재의 판매 방식보다 제조 원가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공공PC를 조달하고 있는 한 중소 PC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책이 시행되면 부품 가격이 인터넷 최저가 기준으로 맞춰지고 인증 비용이 늘어나는 등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볼 멘 소리를 냈다.

중소 PC업계는 이번 정책 시행으로 여타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한다. 사진은 나라장터 개인PC 가격. 

그럼에도 조달청은 수요 기관의 선택 폭을 넓히기 위한다는 이유를 들어 옵션계약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집하고 있다. 꼭 필요한 기능과 스펙의 부품만을 선택하게 하고 부품 원가를 비교하도록 해 가격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취지인데 현실적으로 이의 실현이 쉽지 않다는 게 업계 측의 반응이다.

수요처 입장에서도 기존에 완제품을 한 번에 구매하는 대신 품목별로 선택을 해야 하는 과정에서의 문제가 예상된다는 것. ▲구매 절차 증가 ▲불편한 주문 과정 ▲주문 오류 이슈 등 행정 업무 가중과 혼란을 야기 할 수도 있다.

한마디로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정책이라는 것이 현장의 한결 같은 목소리다. 원안대로 시행될 경우 업계 전반에 큰 혼란이 야기될 것이 분명한데도 조달청은 아랑곳하지 않는 눈치다.

조달청 관계자는 “올 11월 29일부터 조달 PC 옵션 계약 구매 제도 시작을 목표로 시스템 개편을 준비하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가격으로 PC를 공급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판매 가격은 이미 대기업보다 낮은 수준으로 안정적으로 잘 운영되고 있고, 제품 또한 업체별로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다”며 “가격 안정화를 위한 정책이 자칫 가격 인하 및 중소 컴퓨터 업계 수익 악화로 이어지게 되면 2013년 이후 7년간 중기간 경쟁제도를 통해 나타난 수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퇴색할 수 있다”고 전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완제품 PC 가격은 유통과 물류비용, 인건비 등이 모두 합쳐진 가격”이라면서 “인터넷 최저가 기준 부품 가격 총합가로 조달 PC가 공급되면 해당 중소기업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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