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 택배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
여름휴가, 택배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일 뿐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8.13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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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 17일은 택배 없는 날 될까?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우리 민족은 배달의 민족이다’

나이 지긋한 이들이라면 중학교 역사 교과서에서 본 이 문장이 요즘 세대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읽힐 거란 건 자명하다. 포털 검색창에 ‘배달의 민족’을 치면 주루룩 뜨는 음식 배달앱이 바로 그것이다.

단적인 예에 불과하겠지만 그만큼 우리 생활 곳곳에 배달 문화가 뿌리내렸다는 뜻이기도 하다. 외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가장 놀라는 시스템 중 하나가 배달 문화일 만큼 한국의 배달 문화는 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뛰어난 능력치를 발휘하고 있다.

나름 자랑스럽기까지 한 배달문화, 그러나 그 이면엔 배달 노동자들의 착취에 가까운 노동력이 깔려있음을 알까.

40도에 육박하는 폭염 속에서도 여름휴가는 언감생심인 이들이 바로 택배 노동자다. 52시간 근무제를 지키는 것까지는 꿈도 꾸지 않지만 그래도 단 이틀 정도라도 휴가를 내서 가족과 함께 오붓한 여유를 누리는 것이 꿈이라는 택배노동자들. 

그래서였을까. 지난 5일 택배노동자 기본권쟁취 투쟁본부는 8월 16일과 17일, 양일을 ‘텍배 없는 날’로 지정하자며 쏟아지는 뙤약볕을 한 몸에 받으며 피켓을 들고 나섰다.

잘 모르는 이들이라면 의아할 수도 있는 장면이다. 기본적으로 택배노동자들은 특수고용직 종사자로 분류된다. 특고종사자는 분류상으로 보면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개인사업자의 성격을 띠는 직종이기 때문이다.

개인사업자라면 놀건 일하건 자유의지에 달려있음에도 왜 그들은 휴가를 달라며 시위에 나선 것일까. 그들이 휴가를 달라고 요청하는 대상은 메이저 택배사들이다. 개인사업자이긴 하지만 엄연히 노동자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택배노동자들은 일한만큼의 수수료를 택배사로부터 받게 된다. 따라서 택배노동자가 휴가를 가려면 일하지 않고 그 수수료를 포기하면 되는 것 아니냐고 생각하기 쉽다. 말은 맞다.

문제는 택배사에서 할당한 구역과 택배물량을 대체해야 한다는 것. 그건 온전히 택배노동자의 몫이다. 쉽게 말하면 그걸 위해서 또 다른 사람을 써야 하는데 거기에 들어가는 비용이 택배를 통해 얻게 되는 수수료보다 더 많이 든다는 점이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셈이다.

그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서는 그 어떤 택배노동자도 여름휴가를 누릴 수 없다. 며칠 치의 영업손실은 그렇다 치더라도 휴가를 위해 포기한 그 며칠로 인해 자신의 밥그릇이 위협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최근 각급 법원은 택배노동자를 비롯한 특고 종사자들의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인정하는 추세다. 노동자로서의 의무가 부여되는 만큼 그에 상응하는 권리도 누려야한다는 것이 법원의 판단이다.

여름휴가는 노동자라면 누구나 누려야 하는 일종의 축복이다. 그런데 왜 택배노동자들은 의무만 지고 권리는 누리지 못하는 것인지. 모쪼록 폭염이 절정일 8월 16일과 17일 단 이틀만이라도 초인종을 울리는 택배노동자들이 없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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