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파견직 등 '비정규직 사용 제한 4법'? 비정규직 문제 해결될리 없다
[취재수첩] 파견직 등 '비정규직 사용 제한 4법'? 비정규직 문제 해결될리 없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08.19 0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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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사유제한 4법(근로기준법·기간제법·직업안정법·파견법) 발의
처우개선 말하는데 사용 제한만..초점 빗나간 비정규직 정책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지난 8월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정미 정의당 의원이 '사용사유 제한 4법'을 발의했다. 근로기준법, 기간제법, 직업안정법, 파견법 등에서 사용의 제한을 두는 이른바 '비정규직 사용 제한 패키지 법안'이라고도 불린다.

해당 법안은 현행법을 악용하는 사례를 방지하고 부당한 인력 운영의 폐단을 개선하기 위한다는 명분 하에 발의됐다. 내용도 응당 그에 따른 것들이 담겼다.

출산 및 육아, 휴직 또는 질병과 부상 등으로 기존 근로자 결원이 발생했거나 사업의 완료 또는 특정 업무의 완성 기간을 정한 경우에만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첫째.

파견법 전면 개정을 통해 특정한 업무의 완성에 필요한 기간을 정하는 경우에만 파견을 허용하고, 이를 어길 시 직접 고용으로 간주한다는 것이 둘째다.

발의된 법안의 명칭대로 그야말로 기간제 근로자, 파견근로자 사용에 대한 내용들을 일부 '보기 좋게' 손질했다. 해당 법안은 국회 계류 중이고 논의도 아직이지만 '사용사유 제한 법제화'는 지난 2017년 일자리 로드맵을 통해 언급된 정부의 공약이기도 하다.

사용사유의 제한은 결국 비정규직 근로자를 없애고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인데, 겉으로는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이 법안이 왜 자꾸만 속 빈 강냉이처럼 느껴지는 걸까.

사실 이 이야기를 하자면 '비정규직'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부터 짚어봐야 할 듯싶다. 우리나라의 수많은 '을'인 노동자들, 그 속에서도 '슈퍼 을'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비정규직 노동자다.

때문에 많은 노동자들이 비정규직의 철폐를 요구하며 기간제, 파견 등의 고용형태를 비난하고 철폐를 요구한다. 하지만 정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쟁취하고 싶은 승리가 과연 '비정규직 철폐'인가?

겉모습만 보고 쉽게 대답하자면 "당연하지"를 외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속 알맹이로 들어가 살펴보면 답은 달라진다. 노동자들이 원하는 것은 비정규직 철폐가 아니다.

그들이 바꾸고 싶은 것은 정규직과 비슷한 일을 하지만 현격하게 차이 나는 임금, 직접 고용이 아니라는 이유로 보장받지 못하는 각종 복지 혜택, 4대 보험에 들어있다 하더라도 책임회피식으로 방치되는 권리와 같은 것들이다.

그저 비정규직이라는 타이틀과 고용불안 해소가 아니라 비정규직이란 타이틀 아래 꼬리표처럼 붙는 불합리하고 차별적인 대우를 개선하고 싶은 것이다.

그런데도 자꾸 정부는 사용에 대한 원칙만 뜯어고치려고 한다. 해결해야 할 문제점은 두고서 헛다리만 짚는 모양새다. 이러니 자본 좀 있다는 기업들은 자회사를 설립해가며 '사용의 형태'를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변환하고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의 낮은 임금은 그대로 둔 채.

'고용형태'는 모두 같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과 수요에 맞게 다양해야 하고 노동자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비정규직의 임금과 대우가 정규직과 비교했을 때 너무 불합리하니 다들 정규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임금도 낮고 대우도 안좋은데 고용까지 불안한 비정규직을 누가 반길까.

기간제, 파견직 근로자가 기업의 필요에 따라 한시적으로 고용되는 임시직이라면 늘 고정적인 형태로 고정된 임금을 받는 정규직보다 더 높은 임금과 대우를 받아야 마땅할 것만 같은데 현실은 정반대다. 그런데 그 누구도 이런 점은 지적하지 않는다.

누군가는 '비정규직의 임금이 올라 기업과 단체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증가하는 것보다 고용형태는 정규직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저임금을 고착화하는 편이 낫다'는 판단으로 또 다른 '편법'을 만들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바야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정부도 나서서 평생직장은 없고 평생 교육의 시대라고 말하면서 고용 형태는 되려 시대를 거슬러 올라 고착화시키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교통사고가 많으니 도로와 차를 없애자는 식의 무모한 발상에서 벗어나 본질에 집중하자. 비정규직의 문제는 정말 '비정규직의 사용'인가 아니면 '비정규직의 처우'인가. 현재 고용상 차별을 야기하는 것은 '고용형태'인가 그들을 활용하는 기업과 사회의 '인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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