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구멍 술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부정수급 뿌리 뽑아야 
[이슈] 구멍 술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부정수급 뿌리 뽑아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09.18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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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직활동 지원 위해 월 50만원 지급, 목적에 벗어난 소비 잦아
같은 사안이라도 승인과 경고로 나눠진 애매한 승인기준이 문제
청년취업 지원을 목표로 도입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본래 취지인 취업 수단이 아닌 단순히 지원금을 받아내는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고용노동부에서 시행 중인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본래 취지인 취업 수단이 아닌 단순히 지원금을 받아내는 용도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혈세의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제도 도입 취지인 청년 취업 지원을 제대로 이뤄내기 위해서라도 이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다. 그러나 현재까지는 그를 위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 정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요건을 완화하는 등 제도 시행에만 관심을 보이는 까닭이다. 

■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취지는 좋지만...
지난 3월 확대 개편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취업 준비를 하는 청년의 어려움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만 18세~34세 취업준비생에게 월 50만원씩 6개월간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청년들의 안정적인 취업 활동을 지원한다는 긍정적인 취지에도 불구하고 도입 초기부터 세금 낭비, 자격 형평성, 부정수급 등에 관한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수혜자라 할 청년층의 호응과는 달리 근본적인 일자리 창출 없는 전시행정이라는 주장이 그것이다. 도입 6개월에 접어든 현재, 그 우려가 점차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 8월, 바른미래당 이상돈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청년구직활동지원금 6월 사용내역(30만 원 이상)’ 1751건의 내역을 살펴보면 그 우려가 허튼 것만은 아님을 확인할 수 있다.

취지에 가장 부합되는 교육비 용도로 쓰인 비율이 70%에 불과했던 것. 뒤를 이어 태블릿PC, 노트북 같은 전자기기 구입이 332건(19%)으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교육에 필요한 지출이라고 볼 수 있지만 주거비(4.1%), 정장 등 취업활동 관련 제품 구입(3.1%), 미용·의료·스포츠센터 등록(2.9%)으로 넘어가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정체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청년구직활동지원금 6월 사용내역. 자료제공 이상돈 의원실

전자기기 구입을 승인해준 고용부의 입장은 분명하다. 사유서를 살펴보면 인터넷 강의를 듣거나 직무와 관련된 작업을 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를 받아들인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용이나 스포츠센터 등록이 용인된 것은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구직활동과 연관이 있는 지출일 경우,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어도 가능하다는 게 고용부의 입장이지만 판단기준이 들쑥날쑥한 것이 문제다.

똑같은 지출 내역임에도 승인과 경고가 갈린다는 것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을 수령한 청년들의 말이다. 실제로 똑같이 통신비를 납부했음에도 경고를 받은 청년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을 정도로 승인기준은 애매모호하다.

자료제공 이상돈 의원실
취업과 관계없어보이는 소비라 하더라도 관련성을 만들어내기에 따라 승인될 수도, 아닐 수도 있는 게 지금의 시스템이다. 자료제공 이상돈 의원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원금은 구직활동을 충실히 이행하는데 소요되는 제반비용을 지원하는 제도로, 직·간접 구직활동 뿐만 아니라 생계비로도 지출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며 “다만 예산 낭비와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자 3단계에 걸쳐 지원금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매월 구직활동보고서에 내용과 증빙 등을 제출해야 하며, 부실한 경우에는 경고와 미지급, 지원금 중단 등 단계적 조치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혈세 낭비 막으려면 꼼꼼한 안전장치 필요해
정부로서는 지원금과 관련된 모든 경우의 수를 고려하고 있다는 뜻이지만 그걸로 부정수급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현재 청년 구직활동 참여자가 지원금을 지급받으려면 30만원 이상의 사용내역만 고용부에 신고하고, 매월 한 가지 활동만 보고하면 된다. 또한 구직활동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지원금이 목적 외로 사용된다 하더라도 별도의 환수절차 없이 최악의 경우 지원금 중단에만 그치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부정수급의 유혹에 빠져드는 것이다.

부정수급을 예방하려면 일차적으로는 이를 걸러낼 여과망이 촘촘해야 할 일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수급자들의 사고에 달려있다.

10년차 취업 컨설턴트 A씨는 지원금이 목적에 맞게 적절하게 활용될 수 있도록 구직자들의 책임의식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을 단순한 '꽁돈'이나 '용돈' 수준으로 생각하는 이들로 인해 정말 지원이 절실한 구직자들이 피해를 받을 수 있다는 것. 또 구직활동지원금 지원 기간동안에는 오히려 전혀 구직활동을 하지 않다가 지원금이 중단된 후에야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도 다수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런 문제들이 앞으로 다수 적발되고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제도에 대한 제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형성되면 정말 올바르게 구직활동지원금을 쓰고있거나 필요한 사람들이 지원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될 수 있다"며 "나라에서 지원하는 복지를 단순히 권리라고 생각하지 말고 구직자들도 구직활동 의무를 적극적으로 행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에 병행해 정부의 노력도 뒤따라야함은 물론이다. 지난 8월,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의 부실 수급 사례를 언급한 환경노동위원회 김동철 의원(바른미래당)은 세금을 뿌리는데만 혈안이 된 정부의 자세를 비꼬기도 했다.

세금이 제대로 쓰이지 않고 있다는 비난 속에서 오히려 우선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자격요건만 충족할 경우 모든 청년에게 구직활동 지원금을 지급하겠다는 정부의 태도를 문제삼은 것.

김 의원은 “정부의 부실한 제도설계로 인해, 청년구직활동 지원금 제도가 악용되는 사례를 발본색원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 지원금을 목적 외로 사용할 경우 경고 부여 횟수를 단축하고, 부당 지원금의 환수방안을 마련하며, 직·간접 구직활동의 범위를 보다 명확히 함으로써 정책성과를 극대화할 방안을 시급히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지원금은 국민의 혈세인만큼 정확한 목적과 용도를 가지고 쓰여져야 함은 주지의 사실이다. 단지 돈을 들여서 눈앞의 위기만 막겠다는 근시안적 발상은 그래서 더 신중해야 한다.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취업에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지니게 된다. 출처 ‘고용조사브리프 2019년 여름호’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 취업에 실패한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을 고려해본다면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이 반드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지니게 된다. 출처 ‘고용조사브리프 2019년 여름호’

한국고용정보원이 발간한 ‘고용조사브리프 2019년 여름호’에 따르면 대학졸업 이전에 설정한 취업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 중 ‘경제적 여유가 부족해서’라고 답한 비율은 4.8%에 불과했다. 결국 돈이 없어서 취업하기가 어려웠다는 뜻은 아니라는 말이다.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 청년들이 지적한 취업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본인의 능력 부족이나 일자리와 준비시간 부족 등 개인적·구조적 문제였다는 것을 정부는 꼼꼼히 들여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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