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점입가경(漸入佳境), 점입가관(漸入可觀), 점입장관(漸入壯觀)
[전대길의 CEO칼럼] 점입가경(漸入佳境), 점입가관(漸入可觀), 점입장관(漸入壯觀)
  • 편집국
  • 승인 2019.09.25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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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기 위해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어느 날 현자(賢者)가 오솔길을 산책하다가 온갖 고뇌와 고민을 혼자서 다 떠안은 듯 오만상(五萬相)을 하고 바위에 걸터앉은 한 청년을 만났다. 현자는 그 청년에게 왜 그렇게 멍 때리기를 하고 있는지를 물었다. 그러자 그 청년은 크게 한숨을 내쉬더니 자신이  고민거리가 많다고 이야기했다. 다 듣고 난 후에 현자가 물었다. 

"당신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내가 하자는 대로 해 볼 의사가 있는가?"라고. 어리둥절해 하던 청년이 고개를 끄덕이자 현자는 주변에서 가벼운 돌멩이를 손에 들어 청년에게 건네주었다. 

"이 돌멩이를 머리 위로 들어 올려요"라고 현자가 말했다. 별 일 아니라고 생각한 청년은 돌멩이를 받아서 머리 위로 번쩍 들어올렸다. 그런 후 30분이 지나고 1시간 넘게 돌을 들고 있자니 청년의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양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도대체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가?” 울화가 치민 청년은 머리 위에 들고 있던 돌멩이를 땅바닥에 내 동댕이쳤다. 이를 본 현자가 환한 미소를 지며 말했다. "참 잘했어요. 그 돌멩이가 바로 자네의 고민거리였다네. 가볍고 대단치 않은 돌멩이지만 시간이 갈수록 이 돌멩이는 당신을 괴롭고 힘들게 만들었다네. 따라서 걱정거리나 고민의 해결방법은 지금 당신이 행동한 것처럼 들고 있는 돌을 그냥 내려놓으면 되는 거라네"

우리네 삶 속에서 걱정거리는 이러한 돌멩이와 같다. 오랫동안 고민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다. 100가지 걱정거리 중에서 현실로 나타나는 것은 1~2가지 정도란다. 뭇 사람들이 괜히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이다. 
 
“이제 그만 우리들 머리 위의 돌멩이를 내려놓자” 
탐욕(貪慾)과 야망(野望)으로 쓸데없는 고민에 빠지게 되면 당신의 몸과 생각주머니는 돌처럼 굳어지며 무용지물이 된다.   

사찰(寺刹)에 가면 스님들이 ‘방하심(放下心)’이란 말을 하는데 마음을 내려놓는 수양이다. 욕심과 고민을 절반으로 접고 또 접어서 손톱 크기만큼 되었을 때 자신의 엄지발가락 앞에 내려놓고 부처에게 108배를 하는 것이다.   

“걱정해서 걱정거리가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다”란 티베트 속담이 있다. “앞을 내다보는 것은 현명한 행동이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것보다 더 멀리 내다보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라고 영국 윈스턴 처칠(Winston Churchil)은 말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보다 더 멀리 내다보려면 불확실성만 더 커진다.  

상식과 도덕이 무너지고 거짓말이 판치며 억지와 불통(不通)이 팽배한 요즘 세태를 사람들은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며 풍자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양파껍질을 까듯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며 ‘점입가관(漸入可觀)’으로 진화하더니 드디어 ’점입장관(漸入壯觀)‘이란 말까지 나왔다는 풍문(風聞)이다. 

고개지(顧愷之)
고개지(顧愷之)

‘점입가경(漸入佳境)’은 ‘점차 점(漸)+들 입(入)+아름다울 가(佳)+지경 경(境)’자로 이루어진 4자성어다. ‘점입가경(漸入佳境)’은 ’진서 고개지전(晉書 顧愷之傳)‘에 나오는 고사(故事)다. ‘어떤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점점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된다’는 뜻이다. 

고개지(顧愷之)는 평소에 가느다란 사탕수수 줄기부터 먼저 씹어 먹곤 했다. 이를 이상하게 여긴 친구들이, "사탕수수를 먹을 때 왜 거꾸로 먹느냐?" 고 물었다.
 
고개지는 "갈수록 점점 단맛이 나기 때문에 점입가경(漸入佳境)“이라고 답했다. 그때부터 '점입가경(漸入佳境)'은 경치나 문장 또는 어떤 일의 상황이 갈수록 재미있게 전개되는 것을 뜻하게 되었다. 

‘점입가관(漸入可觀)’은 ‘갈수록 꼴이 볼만하다’는 뜻으로 어떤 이의 언행이나 상태를 비웃는 말이다. ‘점입장관(漸入壯觀)‘은 ’크게 구경거리가 될 만하거나 꼴불견이다‘라고 비웃는 말이다. 

‘물 수(氵)+갈 거(去)’자의 ‘법(法)’이란 상식과 도덕을 바탕으로 시대상에 맞추어 물처럼 흘러가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런데 "법 앞에 만인(萬人)은 평등(Equality before the Law)하다"란 진리가 “법 앞에 (특별한) 10,000 명만이 평등하다”로 변했다고 꼬집는다. 

“세상의 모든 법과 제도의 개혁은 내 손에 달렸다. 내가 아니면 안 된다”라고 착각한 어떤 이가 자신이 천하장사인줄 알고 무거운 돌멩이를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고 찬바람 부는 벌판에 홀로 서 있다. 돌 무게 때문에 양 팔의 힘은 빠지고 허리띠가 풀려 바지가 흘러내려 지나가는 사람들이 꼴불견이라며 손가락질 한다. 

‘몸 기(己)+회초리 칠 복(攵)+가죽 혁(革)’자의 ‘개혁(改革)’이란 뜻은 ‘남들을 가죽채찍으로 때리는 게 아니다. 자기 자신을 가죽채찍을 들어 자기 몸을 내려치는 것‘이다. 

“건강을 잃으면 모든 걸 잃는 것이다. 사람들로 부터 신뢰(信賴)를 얻지 못하면 공직에 나아 갈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사람일지라도 어떤 일을 억지로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면 필패(必敗)하기 마련이다. 크디 큰 후회만이 남을 것이다”

“누가 당신에게 돌멩이를 들고 황야(荒野)에 서 있으라고 했는가? 그리고 우리 사회의 큰 그릇이라면 절대로 거짓말을 해서는 안 된다. 정직(正直)하고 겸손(謙遜)함이 최상의 기본덕목이다. 이제 그만 무거운 돌멩이를 땅바닥에 내려놓길 바란다”, 

또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롭기 위해 나 아니면 안 된다”란 어설픈 생각일랑 지우개로 깨끗하게 지우길 권한다. 

전    대    길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노사공포럼 이사,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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