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당첨도 힘들고 입주는 더 힘든 LH 청년전세임대주택
[초점] 당첨도 힘들고 입주는 더 힘든 LH 청년전세임대주택
  • 서희현 뉴스리포터
  • 승인 2019.10.04 07: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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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첨자 대비 실제 계약 체결, 재작년 기준 50% 수준
입주까지 최대 5주 시간 소요, 필요 서류 많고 절차 복잡해
세원 노출 부담에 집주인들 비협조적 태도 보이는 경우 잦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H 기숙사형 청년주택 내·외부 모습이다. 사진제공 LH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LH 기숙사형 청년주택 내·외부 모습. 사진제공 LH

[아웃소싱타임스 서희현 뉴스리포터]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가 청년들의 주거 고민을 해소해주기 위해 시행 중인 ‘청년전세임대주택’의 실효성이 떨어져 보완이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첨되기도 어렵지만 당첨이 된다 하더라도 쉽게 이용하기 어려운 현재의 체계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왜 그런 걸까.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 까다로운 입주절차다. 이로 인해 계약이 불발되는 사태도 잦고 설령 선정이 된다 하더라도 실제 입주까지는 상당 기간을 소비해야 해 청년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것. 

처음 제도가 도입될 때만 해도 청년들의 기대감이 높았던 것이 사실이다. LH가 기존 주택의 전세 계약 체결 후 청년들에게 2~3%에 해당하는 이자만 받고 다시 전세를 내놓는 방식이니만큼 경제적 부담도 한층 덜하고 주택 계약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인 문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도 시행과 함께 도드라진 문제들로 인해 현재는 기대만큼 불만도 늘어난 상태. 일단 LH의 심사기준에 부합하는 주택을 찾기도 힘들고 실제 입주까지 이르는 과정 역시 상당히 까다롭고 복잡해 계약 체결수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지난해 국감에서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후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LH에서 받은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 자료를 분석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18년 7월까지 5년간 LH에서 청년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를 선정해 통보한 건수는 5만 4893건이었다. 그러나 계약에 성공한 건수는 51.9%인 2만 8465건에 불과했다.

5년간의 통계가 말해주듯 매년 계약안내 통보 대비 계약률은 50% 안팎에 머물고 있는 것. 문제는 시간이 갈수록 계약률이 더 낮아진다는 데 있다. 2014년과 2015년의 계약률은 각각 58.3%, 55.0%였으나 2016년에는 46.6%로 곤두박질쳤다. 

2016년의 경우, LH가 청년전세임대주택 입주 대상자 계약안내 통보를 8944건에서 1만 7455건으로 대폭 늘리고 예산 또한 2100억원에서 5800억원으로 2배 이상 늘렸음에도 계약률은 46.6%에 머물렀다는 것이 현재 청년전세임대주택 제도가 안고 있는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2017년과 2018년엔 다시 계약률이 50%대를 회복하긴 했어도 여전히 청년들의 입장에선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는 수치다. 

2014년부터의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 안내 동보 대비 계약룰. 자료 한국주택토지공사

현황 파악을 위해 접촉한 LH 주거 복지처 관계자는 “작년 당첨자 수는 1만 5060명이며 이 중 계약을 체결한 청년은 7080명으로 60% 수준이다”고 밝혔다. 조사를 통해 드러난 수치보다는 약간 상향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수의 청년들이 당첨되더라도 입주할 수 없는 게 사실이다. 

상황이 이러니 불만의 목소리가 드세지는 것도 당연하다. 당첨자들의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카페에 접속해보면 이와 관련된 각종 불만을 손쉽게 접할 수 있다. 

광진구에 거주 중인 청년 A씨는 “계약 당일 집주인의 변심으로 계약이 파기돼 월세로 돌려 원룸에서 생활 중이다”고 말했다. 그는 “LH를 이용해 입주할 집을 찾으면 원래 전세금보다 높게 부르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전세금이 올라갈수록 감당해야 할 이자도 늘어나기 때문에 이만저만 부담이 큰 게 아니다”고 말했다.

노량진에 거주중인 청년 B씨는 “원래는 가계약금을 걸면 안 되지만 LH의 조건에 부합되는 집이 귀해서 가계약금을 걸고 권리분석을 맡기는 게 흔한 일이다”며 “권리분석 통과 후 본 계약서를 작성해야 되는데 서로 시간이 안 맞아 계약이 파기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실제 성사까지 가는 과정은 험난하기 그지없다. 낮은 계약률의 원인으로 첫손에 꼽히는 것은 임대인과 부동산 업계에서 청년전세임대주택을 그다지 환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말이다. 청년전세임대주택 계약을 하기 위해서는 ‘중개대상물 확인 설명서’을 제출해야 하는 등 계약과정이 일반 전세보다 상대적으로 까다로운 데다 임대소득이 드러나다 보니 임대인들이 청년전세임대주택을 꺼리는 것이다. 

또한 전세임대 계약을 할 때 임차인, 임대인이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하는 게 상례지만 LH 제도를 이용해 전세임대 계약을 하려면 법무사, 임차인, 임대인 등 세 명의 시간이 맞아야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평소보다 더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소리다.

이밖에 계약하기 전까지 준비해야 할 서류도 많고 이를 검토하는 과정에서의 시간 소요도 상당해 집주인은 물론이고 공인중개사들마저 청년전세임대주택이라면 꺼려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동작구 본동에 위치한 A 공인중개사 관계자는 “LH가 요구하는 서류 중 가족관계증명서, 주민등록등본, 등기부 등본 등 준비해야 할 서류가 많지만 그중 모든 입주자의 전세 보증금 내역이 적힌 선순위 보증금 내역서를 집주인에게서 받아내는 게 무엇보다 힘들다”며 “이는 곧 집주인이 세원 노출에 대한 부담으로 계약을 꺼릴 수밖에 없는 요소로 작용한다”며  LH 전세임대로 집을 구하기 쉽지 않은 현실을 꼬집었다.

LH 청년전세임대계약 신청서. 항목 중에 선순위 임대 현황이 포함되어 있는데 집주인들이 이를 노출시키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청년전세임대계약 신청서. 항목 중에 선순위 임대 현황이 포함되어 있는데 집주인들이 이를 노출시키는 데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자료제공 한국토지주택공사

LH는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알고는 있지만 여러 사정상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LH 주거복지처 관계자는 “주택도시기금 자금으로 사유주택 전세계약 체결 후 다시 청년에게 전세를 내놓기 때문에 꼼꼼한 검증이 필요하다”며 “그런 이유로 집주인들이 꺼려하는 선순위 보증금 내역서를 요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청년들의 입주가 차일피일 미뤄진다는 점이다. 부채비율에 따른 보증금 반환 여부 가능 등을 담당 법무사에게 맡겨 판단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찮은 것. 게다가 신중하게 처리하다 보니 지연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게 LH의 설명이다. 

청년들은 이를 담당해줄 법무사가 적다는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권리분석을 맡는 법무사의 인원이 현저히 부족해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LH 주거복지처 관계자는 “LH는 법무사와 업무협약 체결에 있어 내부지침으로 돼 있는 선정기준만 하달할 뿐 지역 사정에 따라 각 지역 본부가 결정한다”는 애매한 입장만 내놓았다.

취지가 좋다고 해서 과정상의 오류가 용납될 수는 없다. LH는 임대인의 정책 참여 독려를 위해 조건부 ‘집 수리비 지원’ 대책까지 내놓는 등 여러 활성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지금의 기류가 이어진다면 청년전세임대주택은 결국 허울 좋은 전시행정에 불과하다는 오명을 벗지는 못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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