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실업 급여의 늪, 퇴직조차 쉽지 않은 근로자들
[취재수첩] 실업 급여의 늪, 퇴직조차 쉽지 않은 근로자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10.01 08: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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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악한 근무환경이어도 '자발적 퇴사'는 수급받기 어려워
실업급여 받기 위해 일부러 근무태만 자행..기업 생산성 저하
근로기준법 안지켜도 5인 미만 기업 근로자는 입증 어려워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최근 직장 내에서 인간관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A씨는 벌써 수 번이나 퇴사를 마음먹었다가 포기했다. 수익이 끊기면 납부해야 할 공과금과 월세 등 생활비가 눈 앞에 선했다.

현재 회사에 근무한지 1년이 되지 않아 퇴직금을 바랄 수도 없었다. 그렇다고 몇 년간 간신히 모아놓은 적금을 생활비로 깰 수도 없는 노릇.

당장 다른 기업으로 '환승 이직'이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그마저도 생각처럼 이루지 못했다. 현재 기업에 재직하면서 타 기업에 이력서를 넣는다 하더라도 면접을 위해 연차를 사용하는 일은 녹록지 않았다.

그런 그에게 한 줄기 동아줄이 바로 실업 급여였다. 정부에서 퇴직자의 재취업 지원과 생활 안정을 위해 지원하는 실업급여. 이를 통해 이직을 준비할 시간을 갖고자 했으나 금세 포기해야 했다. 엄연히 그의 퇴사 결정은 비자발적 퇴사가 아닌 자발적 퇴사이기 때문에 수급조건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 근무기간이 될 때까지 울며 겨자 먹기로 회사를 다니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 열악한 회사가 퇴직금을 과연 제때 지급할 것인지는 미지수였지만.

A씨의 실업 급여 수급 조건을 결정짓는 비자발적 퇴사와 자발적 퇴사를 구분하는 방법은 명료하다. '고용보험 상실 신고 사유가 어떻게 등록되는가'가 전부다. 그렇기 때문에 일부 근로자들은 퇴사를 결정할 때 회사와 협의를 거쳐 고용보험 상실 사유를 권고 사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하지만 자발적 퇴사 시 회사에서 근로자의 부탁을 거부한다고 해서 근로자가 법적 조치를 할 수 있는 부분은 없다. 오히려 자발적 퇴사를 비자발적 퇴사로 조치하는 것이 편법이자 부정 수급에 해당 될 수 있다.

비록 근무하는 회사가 터무니없이 낮은 임금을 지급하거나 과도한 업무를 지시한다고 해도, 전혀 생산성 없는 업무로 하루하루를 보내야 한다고 하더라도 근로자가 먼저 퇴사를 말한다면 자발적 퇴사가 된다.

그렇다고 모든 자발적 퇴사가 실업급여 수급 조건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일부 예외 사례를 두고 자발적 퇴사라 할지라도 경우에 따라 비자발적 퇴사와 동등한 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테면 근로자 임금이 최저임금에 미달하거나 근로시간이 현행 근로기준법을 지키지 않는 경우, 회사가 근로자 상의 없이 업종을 바꾸는 경우, 회사의 이전으로 인해 출퇴근 거리가 3시간 이상이 된 경우 등이다.

또 임금체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거나 직장 내 괴롭힘, 성희롱 등이 발생한 것이 인정되는 경우도 실업급여를 수급 받을 수 있다.

단 이 모든 것은 근로자가 상시근로자 5인 이상 기업에 근무했을 때 확실한 적용을 받을 수 있다. 물론 5인 미만 기업에 근무한다고 해서 위와 같은 상황이 적용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를 입증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적절한 회사 사규나 취업규칙이 존재하지 않고 비교 대상이 되는 타 근로자가 없으며, 공인된 자료가 남아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더 번거로운 절차가 필요하며 개인 스스로가 입증하기 쉽지 않다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사실상 위 요건에 해당되지 않는 직장 내 인간관계 문제, 과도한 업무 분담 등으로 인한 퇴사는 실업급여 수급 요건으로 인정받기 어렵다. 역으로 비자발적 퇴사를 위해 부러 근무태만으로 업무 차질을 빚는 근로자들도 있다. '잘리면 좋고 안 잘리면 말고' 식의 태도로 시간만 보내는 것.

일부 비양심적인 근로자와 기업은 서로 간 협의를 통해 퇴사한 것처럼 서류 신고를 처리해 눈속임하고 실제로는 정상적으로 근무하며 실업급여를 수급 받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수급 받은 실업급여는 근로자 개인이 전부 갖기도 하지만 기업과 일부를 나누기까지 한다. 정말 필요한 이들은 외면받고 있는데 외려 지급받지 말아야 할 이들이 비양심적인 행동으로 법의 사각지대를 악용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을 위해 만든 안전망인 실업급여가 오히려 일부 근로자와 기업, 심지어는 국가에 썩은 동아줄이 되고 있는 셈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 하더라도 그 속에는 편법이 있고 악용하는 이들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완벽한 정책이란 없음을 관과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정책을 마련한 주체이므로 부작용과 편법이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 강구를 게을리해서는 안된다.

단지 실업 급여의 상한액과 하한액을 높이고 수급 일수를 늘리는 것을 벗어나 수급대상에 대한 폭넓은 포용과 부정수급자를 적발하기 위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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