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연 사장의 별빛에 꿈을 담고9]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이수연 사장의 별빛에 꿈을 담고9]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주어지는 선물
  • 편집국
  • 승인 2019.10.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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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앤비컨설팅 이수연 사장
제이앤비컨설팅 이수연 사장

41살에 받아든 방통대 졸업장은 정말로 소중한 것이었다. 남들 같으면 집안에만 틀혀박혀 있을 나이에 접어든 중년의 여자가 6년을 고생한 끝에 얻는 전리품이니 웬들 그렇지 않겠는가. 졸업식이 있던 그날엔 시어머니가 직접 오셔서 내 등을 두드리며 수고했다고 했을 정도로 난 정말 열심이었다.

처음 방통대에 입학한 지 6년만에 거둔 성과였다. 요즘은 4년 과정이면 학위를 받을 수 있는 구조지만 내가 들어갔을 때만 해도 5년동안 필수 과목을 이수해 학점을 다 취득해야 졸업이 이뤄지는 구조였다. 그런데 난 1년이 더 걸리고서야 졸업을 할 수 있었다.

변명 같지만 주부로서의 임무를 하면서 학업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던 까닭이다. 그때 들었던 생소한 과목들, 체육학, 영양학, 영어, 한문, 생리학, 세계학 등 어느 하나도 생경하지 않은 과목들이 없었다. 개념도 잡혀있지 않은 학문을 배우고 익힌다는 것이 쉬울 리가 있겠는가. 더구나 그를 가정일과 병행해야 하니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변명 같지만 나와 비슷한 시기에 학업을 시작한 주부들 중 나만큼 빠른 기간 안에 졸업학점을 따낸 이도 거의 없었다. 그건 그만큼 노력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게 힘들게 공부를 했으면 이젠 지겨워질만도 하겠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였다. 방통대를 졸업하기가 무섭게 난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학사 졸업장을 받았으니 다음 목표는 석사 졸업장이었다.

내가 고른 학교는 한양대 경영대학원이었다. 경영대학원에 진학한 나는 쉴 새도 없이 다시 학업과 가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석사 과정은 학사 과정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훨씬 복잡해진 커리큘럼과 심화된 학습을 요구하는 일이었던 까닭이다. 방통대 시절보다 더 몸은 고달파졌지만 대신 머리는 더 맑아졌다.

당시 담당 교수셨던 한양대 박정대 교수님은 그 늦은 나이에 공부하는 만학도가 기특했던지 많은 지도 편달을 아끼지 않으셨다. 때론 야단을, 또 때론 칭찬을 아끼지 않으시며 나를 이끌어주셨던 그 가르침은 내가 중도에 나가 떨어지지 않는 원동력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그렇게 공부에 공부를 이어간 끝에 졸업을 눈앞에 두게 되었고 교수님은 졸업 논문 주제를 무엇으로 할 지에 대해서 고민해보라는 조언을 남겨주셨다.

사실 졸업 논문에 대해선 이미 생각한 바가 있었다. 당시 대기업을 다니던 남편이 퇴직 후 운영하던 회사가 용역 회사였다. 바로 ‘정방 시스템’이다. 그러고 보면 남편이 나보다 이 바닥 선배인 셈이다. 나중에 말하겠지만 선배라는 이유로 나를 얼마나 닦달했는지 모른다. 하긴 그때의 설움이 지금의 J&B를 있게 만든 발단인지도 모르니 굳이 남편을 원망할 필요는 없지만 그땐 얼마나 서운했는지 모른다.

각설하고 굳이 논문을 써야 한다면 남편의 회사에 도움이 될 만한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차였고, 그래서 선택한 주제가 ‘근로자 파견 발전 전망’이었다. 사실 이 주제로 졸업 논문을 쓸 때만 해도 내가 이 사업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로 이를 통해 남편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는 순수한(?) 의지의 발로였으니 말이다.

이때가 내 인생 중에 가장 머리를 혹사시킨 때가 아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자료와 많은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러 다니던 때였다. 논문을 쓰면서 이 산업의 발전 가능성을 몸소 깨달았고 결국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내가 J&B를 만들게 된 원인이 되었다.

그 정도로 발품을 팔고 노력을 기울였으니 파견 사업이 무엇인지 대충 이해를 하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 때마침 근로자파견법이 제정된 것이 우연이었을까. 1998년 7월 1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근로자파견법)’이 시행됐다. 

당시 기업들은 불법적으로 파견근로자 등 임시직고용을 크게 늘리고 있는 와중이었다. 이에 정부가 파견 근로자들의 권리를 지켜주기 위해 만든 이 법은 아웃소싱 산업에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주는 계기가 되었다.

이는 내가 졸업 논문으로 쓴 내용과 거의 유사한 것으로 이 법의 제정이 이 산업이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시켜 주는 방증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왠지 하늘이 나를 등 떠민다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용역 회사를 운영하게 된 것도 그렇고 내가 졸업 논문을 쓴 것도 그렇다. 거기에다 때맞춰 관련 법률이 제정된 것까지 모든 상황들이 나를 부추기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물론 평생 집안일만 해온 여자가 논문 하나 썼다고 현장 생리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하다.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면서 관련 회사를 차린다는 것은 무모함을 넘어 어리석은 일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내겐 특유의 무대포 정신이 있지 않은가. 일단은 저지르는 것, 그리고 수습하는 것. 그게 지금까지 내가 살아온 방식이었다. 서울 상경도 그랬고 고교진학, 방통대 그리고 대학원까지 항상 그런 식이었다.

그를 통해 깨달은 것이 있다. 열정이 있다면, 노력이 뒤따른다면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것. 그렇게 J&B는 세상에 태어났다. 

이수연
-제이앤비컨설팅 대표이사(현)
-한국HR서비스산업협회 부회장(현)
-영등포구청 중소기업 창업지원센터 위원(현)
-호서대학교 벤처전문대학원 경영학 박사
-여성가족부 가족친화우수기업 표창
-고용노동부 남녀고용평등 우수기업 표창
-제45회 상공의 날 모범 상공인 표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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