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3] 장수사회와 리스크 대응전략(2)
[최승훈 소장의 생애설계 이야기3] 장수사회와 리스크 대응전략(2)
  • 편집국
  • 승인 2019.10.29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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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와 재앙 vs 축복
최승훈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

인간의 역사는 테크놀로지와 환경의 변화로 가속화 현상(acceleration)을 보이며 수명의 역사도 지난 2세기 동안 25년에서 32년으로 연장되었고 금세기 평균수명 연장 추이를 보면 1980년  65.8세, 1990년 71.6세, 2000년 75.9세, 2020년 84.1세로 2030년이 지나면 120이 도래 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노인문제는 곧 전 사회계층의 현실로 드러나게 되었다. 그러나 이를 대비한 보건·복지의 제도적 미비와 인프라 부족으로 노인들의 욕구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어떤 생명공학 교수는 인간 수명이 지속적으로 연장되어 150세 시대가 올 것이라는 예측마저 하고 있어 장수사회의 꿈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낳고 있다.  

인간은 모든 동물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꾸준히 수명을 늘려왔다. 그렇게 염원하던 장수의 꿈이 거의 이루어지고, 지속적으로 수명연장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데, 사람들은 오래 살게 된 것에 대해 축복과 재앙사이를 교차하고 있다. 

은퇴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를까? 우리나라 국민 중에서 자유, 행복, 만족이라고 답한 비율은 30%대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서구는 60%가 넘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국민은 여전히 은퇴하면 궁핍, 외로움, 두려움, 공포 등 부정적 이미지를 먼저 떠올린다. 

왜 그럴까? 가장 큰 이유는 아무래도 노후 생활과 관련된 불안감일 것이고, 그 불안감은 경제적인 문제와 건강 등 일상의 여러 문제가 원인일 가능성이 높다.  

하루 중 다섯 시간 이상을 운동하며 지방 섭취를 줄이고 식이섬유의 섭취를 늘리기 위해 하루 한 끼를 고구마로 끼니를 때운다는 어떤 선배의 모습이나 새벽 다섯 시면 어김없이 마을공원에 나가 걷기운동을 한다는 주변 노인의 모습이 뭔가에 쫓기는 것처럼 불안해 보이는 것이 노후의 단상으로 다가온다.

이제 인간은 그토록 오랫동안 꿈꾸어왔던 ‘오래 살기’가 단순히 수명을 늘리는 것만으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행복하고 즐겁게 아무 고통 없이 사랑하는 사람들과 오랫동안 함께하는 것’이 소박한 희망은 인간에게 얼마나 가당찮은 꿈이 되었는지 모른다. 

고통은 꼼꼼하게 박음질한 바늘땀처럼 촘촘히 기억되고 기쁨은 별똥별이 떨어지는 순간만큼 찰나에 스쳐지나간다. 그래서 인간은 아직 오지 않은 모든 가능성에 대해 불안과 두려움을 먼저 경험한다. 하지만 삶이 얼마쯤 가벼워지는지 삶에 대해 적당히 너그러워지는 것만으로도 위안을 얻을 수 있다면 그것은 뜻밖에 가까운 곳에서 발견되기도 한다. 

그러나 앞서 장수 리스크 네 가지를 언급한바 있으나 재무 비 재무적인 준비를 잘해 놓은 사람에게도 예상치 못하는 돌발 사태가 닥치는 것을 간과 할 수 없게 되었다.

2014년 9월 NHK가 '노인들이 표류하는 사회'라는 제목으로 이 문제를 다룬 이후 '노후 파산'을 당하여 이로 인해 빈곤층이 된 '하류(下流) 노인'이 유행어가 되어 버렸다. 2016년에는 일본 주간지 현대 비즈니스에서 "평균 수명이 길어진 현대 사회에선 오래 사는 것이 오히려 리스크가 됐다"고 하였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며 장수사회가 다가온 현실 앞에 수 십 년간 성실하게 일해서 중산층 반열에 들어선 후 노후에 갑자기 빈곤 계층으로 전락해 버리고 마는 이른바 '노후 파산(老後破産)'은 초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일본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노후 파산을 맞이하는 노인 대다수는 착실하게 일하며 노후 준비를 해온 평범한 소시민들이다. 문제는 고령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되는 바람에 이런 현상은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 잡지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 남성의 30%는 90세 이상 생존할 것으로 예상 되는데 의료 기술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발달하면 머지않아 65세 이상 고령 인구 가운데 남성 40%, 여성 60%가 최소 100세 이상 생존하는 '100세 시대'가 도래하게 된다. 

그러나 100세 시대를 앞둔 일본 노인들의 표정은 밝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일반 직장인이 60세 전후 은퇴해 100세 이상 산다면 별도 수입 없이 모아 놓은 돈에 의존해 살아가야 할 세월이 40여년이나 된다. 

퇴직 후 안락한 노후 대신 빚에 쫓기다 파산에 이르는 '노후파산'이 우리나라에서도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통계가 나왔다. 노후파산은 수명이 길어진 노인들이 불안정한 소득과 병치레 등으로 경제적 곤궁에 시달리다 파산(법적 파산)하는 현상이다.

서울중앙지법은 2016년 1월∼2월 법원이 파산 선고를 내린 1천727명을 분석한 결과, 60대 이상이 전체의 24.8%인 428명에 달했다고 밝혔다.

최대 경제활동 계층인 50대(37.2%)보다는 적지만 40대(28.2%)와 비슷하고 30대(8.9%)를 웃도는 수치이다. 특히 노년층의 수는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라고 법원은 설명했다. 법원은 "젊은 사람들은 빚을 져도 근로 능력이 있어 벌어서 갚을 수 있지만, 노인 계층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이 소득이 있다 해도 생계비 등을 제외하면 채무를 변제할 수 있는 수준이 못 돼 파산에 이르는 사례가 많다고 법원은 전했다.

노년층 파산이 전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 추세에 더해 과도한 자녀 사교육비 결혼지원 등으로 노후 대비에 실패한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에 따르면 2012년 기준 한국의 65세 이상 노인의 빈곤율은 49.6%로 회원국 중 1위이다. OECD 평균 12.6%의 4배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노인의 28.9%가 경제활동에 뛰어들어 생활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3명 중 1명이 단순노무직에 종사하는 등 대부분 충분한 벌이가 못되며 심지어 박스나 폐지를 주어 근근히 생활해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나마 질병이 없고 건강하다면 운이 좋은 편이다. 암이나 치매 등 치명적인 중대질병이 발병하게 되면 노후 자금을 무서운 속도로 바닥을 드러내게 하는 주범이기 되기 때문이다. 

과거에 잘나가던 고소득층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다. 오히려 직장 생활을 할 때 몸에 밴 씀씀이가 있기 때문에 은퇴 이후 일정 수준 이상 생활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강하고, 그러다 보면 '장수(長壽)의 덫'에 걸리기 일쑤이다.

전문가들은 자식이 있어도 노후 파산의 해결책이 될 것이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한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과거처럼 자식에게 노후를 부탁하기도 힘들뿐더러 경제난으로 취업하지 못하는 자식들이 부모의 경제력에 의지해 오히려 노후 파산을 부추기는 경우도 종종 발생되는데 자녀 리스크를 간과할 수 없는 현실이 한국 사회 에도 공포영화보다 더 으스스한 노후파산이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OECD 국가 중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 1위를 차지하는 대한민국에서 노인들이 믿고 기댈 곳은 거의 없다. 오랫동안 든든한 울타리 역할을 해왔던 가족은 파편처럼 흩어져 버렸고 경제적으로도 더 이상 넉넉하지 하지 못한 현실에 국가가 나서서 최소한의 삶에 필요한 비용을 준다고 하지만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는 수준이다.
 
결국 노인들은 일부를 제외하고 다시 일자리를 찾아야 한다. 용돈벌이의 수준이 아니라 생계를 이어나가기 위함이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하지 않다. 지금 우리 사회는 청년들의 일자리마저 부족한 상태이지 않은가.

우리시대의 노인 문제가 현재 얼마나 심각한지 그 처참한 현실을 일본 NHK 스페셜 제작팀이 쓴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이라는 책에서 상세하게 기술하고 있다.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은 얼마 남지 않은 우리의 미래임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실 우리 사회에서 노인 문제가 심각해진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앞서 언급한 노인빈곤율과 노인자살률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자주 거론 되었고, 가끔 언론에서 조명하는 폐지를 주어서 가난하게 사는 노인들의 모습이 먼 나라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의현실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인문제는 우리 사회의 중심 이슈가 아니다. 아직 사회가 본격적으로 고령사회로 들어서지 않은 만큼 그 심각성이 간과되고 있으며, 또한 많은 이들이 노인문제를 사회문제가 아닌 가족의 문제로 치환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당장 다음해인 2020년이면 노인 인구가 천만 명을 넘어 선다는데 우리의 노인문제는 사회적으로 거의 무방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장수의 악몽 노후파산>은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이 책에서는 초 고령사회로 들어선 일본이 노인문제와 관련하여 어떤 심각한 상황을 겪고 있는지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는데, 그것은 결국 우리의 20년, 아니 10년도 안 되는 미래 모습이기도 한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일본보다 더 급속도로 노령화되고 있지 않은가? "젊었을 때는 자신의 노후 같은 건 생각을 안 하지 않습니까? 매일이 바쁘고 매일이 즐거웠지요. 그래서 열심히 일해 왔는데 설마 이런 노후를 맞이할 줄은 생각도 못했습니다." "오랫동안 정말 열심히 일해 왔는데 이렇게 살게 되다니, 지금까지 내 인생은 뭐였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허무해집니다."는 노인들의 회고에 가슴이 먹먹해 지기도 한다.

젊었을 때 열심히 돈을 벌어 집을 사고, 연금을 붓고, 저축을 하면 늙어서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살 수 있을 것이라는 평범한 믿음이 있었다. 

저자는 우리 사회에도 널리 퍼져있는 그 믿음이 우리를 어떻게 배신하는지, 그리고 그 신화가 얼마나 불안정한지 수많은 인터뷰를 통해 여실히 보여준다. 평균적으로 20~30대에 취업하고 50~60대 정년퇴직하여 80~100세 까지 노후를 보내야 하는 보통 사람들이 나이가 들어 아무 대책 없이 거리에 나앉을 수도 있음을 충고하고 있는 것이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바로 이와 같은 문제가 다름 아닌 선진국인 일본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이 어떤 나라인가. 우리보다 훨씬 더 고도화된 자본주의 국가로서 종신고용제 등의 사회 시스템을 도입하여 사회를 안정화시켰으며, 보험 등의 금융시스템도 월등히 앞서가는 나라가 아니었던가. 게다가 일본 국민들은 전 세계에서 저축을 가장 많이 하는 사람들로 유명하지 않은가?

그런데 이런 일본마저도 노후파산이라는 현상 앞에 백약이 무효라고 하니 놀랄 수밖에 없다. 2014년 현재 일본의 독거노인 수는 600여 만 정도고, 그 중 약 200만 명이 노후파산에 이르러 고독 사 하거나 아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65세 이상 인구의 70%가 노후파산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는 어떨까. 우리나라에도 65세 이상 독거노인이 140여만이나 된다고 한다. 일본의 노인 빈곤 율이 19%임을 감안한다면 노인빈곤 율이 50%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의 노후파산은 상상 이상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통계청이 발표한  '2016 고령자통계'에 따르면 노인 중 53.1%가 '노후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답하면서 그 이유로 '노후준비능력이 없다'(56.3%)를 제일 큰 원인으로 꼽았다. 아직 본격적으로 이슈만 되지 않았을 뿐, 노후파산은 우리들의 현실이 되어 버린 것이다.

노후파산의 비극은 그것이 노인들의 삶의 의지를 빼앗는다는 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이전 시대에는 삶의 경험을 인생의 지혜로 여겼던 만큼 공경의 대상이었던 노인이 이제는 잉여의 존재가 되어 각자도생을 고민하는 시대로 바뀌어 버린 것이다.

<장수의 악몽의 노후 파산> 리스크에서 벗어나기 어려운 대표적인 세 가지가 있다. 

       하이에나
       하이에나

■ 첫째 노년사기 이다.
퇴직을 하고나면  퇴직자를 노리는 '하이에나'(사기꾼)들이 들끓기 시작 한다. 경계경보가 발령되는 셈이다. 퇴직 후 조급해진 심리를 교묘하게 파고들며 은퇴자의 재산을 노리는 ‘하이에나’가 득시글거린다. 자칫하면 순식간에 은퇴 빈곤층의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젊어서는 설령 사기를 당했다 하더라도 회복하거나 재기할 가능성이 높지만 나이 든 퇴직자가 사기를 당하면 만회할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몇 년 전 어떤 개그 프로그램에서 “고객님 당황하셨죠. 저도 당황했어요.” 금융사기를 패러디한 TV오락프로 에서 사기꾼 일당이 던진 멘트다. 큰 웃음을 자아내면서 유행어가 됐지만, 개그의 소재가 될 만큼 금융사기는 생활 깊숙이 파고들고 있음을 말해준다. 매일 매일 뉴스에서 투자사기 창업사기 보이스 피싱등 사기에 관련된 뉴스가 난무하고 있지만 멈출 줄 모른다.

‘하이에나’나 다름없는 사기꾼들은 보통 미취업자나 고령자의 불안한 심리를 교묘하게 이용하여 돈을 뜯어낸다. 그들에게 잘 못 걸려들어 한순간에 알토란같은 재산을 날려버린 피해자는 원통함으로 속병까지 얻어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게 되거나 심하면 가정해체의 불운마저 겪게 된다.  

노후자금을 노리는 금융사기가 기승을 부리면서 고령자와 은퇴자의 불안감이 날로 커지고 있다. 한국투자자보호재단이 전국 만 24~64세 25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21%가 금융사기와 관련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적이 있다. 

특히 50대와 60대 가운데 금융사기 관련 경험이 있다는 응답이 각각 25.4, 25.0%로 나타나 20대에 비해 1.5배 높은 것으로 조사되었으며 50~60대 네 명 중 한 명이 금융사기를 당했다고 한다. 이들 금융사기 피해자들이 입은 사기피해액은 평균 3.825만원이었지만 60대의 피해금액은 평균 8.250만원으로 전체 평균의 2.15배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누가 사기를 치는가. 의외로 낯선 사람보다는 평소 잘 알고 지내던 사람에게 더 많이 당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응답자에게 금융사기를 치거나 치려고 했던 주체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 56.2%로 절반 이상이었고 지인 23%, 직장동료 20.8%, 학교동창 11.9%, 친척 8.9% 순으로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금융사기를 당했다는 응답자만 보면 아는 사람에게 당한 비율이 75.6%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당했다는 비율 인 42.2%를 훨씬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떤 사람들이 사기를 많이 당하는가?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의외로 공공기관 퇴직자가 사기를 당할 확률이 아주 높다고 한다. 공공조직에서 ‘갑’의 위치에 있다가 퇴직하게 되면 세상 물정에 어둡기 때문에 사기꾼의 교묘한 꼬임에 쉽게 넘어간다는 것이다. 

퇴직자 사기의 1순위 대상자는 군인이고, 2위는 교사, 3위는 경찰 출신, 4위는 시·군 공무원이라는 설문조사 자료도 있다고 한다. 공공기관 퇴직자 중에는 생소한 분야에서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프리카 야생 초원에서 태어난 누우(소과 포유류)의 경우와 별 차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퇴직자의 주변에는 늘 ‘하이에나’들이 서성거린다. 사기꾼을 비롯해 은퇴 조급증을 이용하려는 자들이다. 보이지 않는 내부의 ‘하이에나’도 경계의 대상이다. 나이 들수록 의심하는 마음이 약해지면서 이 얘기 저 얘기에 흔들리는 팔랑 귀가되기 쉽다. 

외로움도 많이 타게 되는데 누군가가 살갑게 접근해 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 없고 다정한 한마디에 쉽게 넘어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자기아집이나 달리 말해서 자기 확신까지 강해져서 어지간해선 주변의 충고나 만류가 전혀 먹혀들지 않게 된다.

일단 ‘하이에나’에 걸려들어 재산을 털리고 나면 빈곤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순식간이 되어 버린다. 어떻게 대응해야 사기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을 수 있을까. 수십 % 이상의 고 수익을 올려주겠다는 감언이설은 일단 의심부터 하여야 한다. 

지나치게 높은 수익률의 투자권유를 받는 경우 “그렇게 좋으면 당신이나 하시죠”라며 단호하게 관심이 없음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결정 단계에서는 금융 당국이나 금융회사의 관련 자료나 정보를 통해 투자의 합법성을 확인하고 모든 계약 내용은 반드시 문서화해 놓고 주도 면밀 하게 검토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 이런 말을 특히 조심해야 한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입니다’ ‘선생님께 특별히 제공하는 기회입니다’라고 들쑤셔대는 말을 경계해야 한다. 이런 저런 식의 충동질을 해대며 정신을 쏙 빼놓으려 한다면 그건 마감 효과를 노린 ‘하이에나’로 보면 틀림이 없다. 

만약 하이에나의 유혹에 판단이 흐려진다면 잠시 호흡을 가다듬고 냉정을 되찾아 친구나 가족들과 의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퇴직자에게는 하이에나의 집요하고 거센 공세를 어떻게 물리 칠 것인가에 따라 안정되고 기대되는 노후생활로 넘어가는 첫 계기가 될 것이다.

■ 둘째 은퇴 창업이다
은퇴 창업을 해서 성공한 사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창업 후 대개 3년 이내에 70 ~ 80%가 실패의 나락으로 떨어진다는 사례와 보고는 차고 넘치는 게 우리를 우울하게 하는 것이 현실이다.

퇴직을 눈앞에 두고 있거나 막 퇴직한 경우라면 대개 심리적인 조급증이 밀려들기 시작한다. 우선 명함이 없으니 뭔가는 내 세워야 하겠다는 조급증도 생긴다. 아직 젊은데 인생 2모작을 위해 뭐라도 해야겠다고 서두르는 경향이 아주 강하게 나타난다. 

퇴직 후 고정 수입이 없는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도 자영업이나 프랜차이즈 등 투자로 방향을 잡는 경우가 많아진다. 더러는 이참에 나도 사장이 되어 보자는 희망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어리석은 선택도 있다고 한다. 

더구나 해당 분야에 대한 충분한 준비나 지식이 별로 없고 유사한 경험도 없으면서도 무모하게 도전하고 보는 경우가 많이 발견 된다. 초보 창업의 대부분 3C업종에 매달리게 된다. 대한민국 창업 시장을 한 단어로 요약하면 ‘3C 공화국’이라 할 정도이다.

‘3C’란 치킨(Chicken), 커피(Coffee), 그리고 편의점(Convenience store)을 말한다. 이들 업종은 대한민국 창업 시장의 70 ~ 8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다. 조기 퇴직이 늘면서 창업에 대한 관심은 높아졌지만, 아이템이 ‘3C’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인 것이다. 

이 시장이 이미‘포화 상태’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는 것이다. 한집 건너 커피숍이고, 또 한집 건너 한집이 치킨집인 것이 지금의 시장 상황이다. 또한 전봇대 전등불 대신 편의점 불빛이 밤새 어두움을 밝히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창업 시장의 현주소라 할 수 있다. 창업을 만만하게 보고 덤볐다가 실패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다. 

고수익을 추구하며 ‘한방’을 노리는 어리석은 투자를 선택하는 창업자도 허다하다고 한다. 필자도 무모한 창업을 두 번이나 하였으나 두 번다 쓰디쓴 고배를 마셔야 했던 기억이 가끔씩 떠올라 가슴을 아리게 한다.

그렇다고 창업을 하지 말라는 뜻은 아니다. 창업을 하려면 적어도 자신에 맞는 업종이 어떤 것인지 적성부터 확인하고 철저하고 치밀하게 준비한 연후에 도전하는 상식을 지켜야 한다. 더해서 동종업종에서 무보수라도 경험을 1~2년 정도 충분히 쌓고 관련분야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접근하는 것이 마땅하다 할 수 있다.
 
청년과 장년이 동행하는 세상을 꿈꾸는 사단법인 시니어벤쳐협회의 도움을 받아서 창업을 하게 되면 상대적인 위험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고 성공적인 창업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변을 둘러보면 창업을 지원하고 도와주는 기관 단체도 많이 있다.

몇 년 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들의 은퇴 실태에 관한 조사 보고서를 내 놓은 적이 있다.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 남성의 실질 은퇴연령이 71.1세로 멕시코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2위를 차지했다. 퇴직 후에도 부실한 노후 대비 때문에 쉬지도 못하고 돈벌이에 나서야 하는 현실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실질 은퇴연령이란 어떤 식이든 돈을 받는 일에서 손을 떼고 완전히 경제활동에서 물러나는 나이를 뜻한다. 

그러나 조급함에 밀려 시작한 일이 잘 될 리 없다. 돈이란 불안정한 삶 속에선 싹을 틔우지 않는다. 오히려 자칫하다간 퇴직금은 물론 안 쓰고 한 푼 두 푼 모은 쌈짓돈까지 날려버릴 수 있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 셋째, 자녀 리스크이다.
자녀 리스크라는 말이 등장한 것은 가족관계가 사랑과 애정에 기초한 관계에 더해 경제적 관계까지 고려하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농촌기반 사회에서 다 출산(多出産)은 생산력을 의미했고, 고성장·산업기반 사회에서 교육은 소득 증가로 연결 되었다. 

그러나 저성장·지식기반 사회에서는 과거 같은 방정식을 적용하기 어렵게 되어 버렸다. 따라서 새로운 사회 환경과 사회적 맥락에 맞는 가족관계 정립이 요구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은퇴 시점이 되면 자산을 연금화해 돈을 자녀로부터 분리하는 것도 고려할 해야 한다. 

현금성 자산이나 부동산만으로 자산을 소유하면 자녀의 경제 사정에 따라 자금을 지원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발생할 여지가 많아진다. 따라서 보유 자산을 연금화해두면 이런 문제를 사전에 차단 할 수 있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성인이 된 미혼 자녀와 함께 살고 있는 50대 가구는 31.7%에 달한다. 60대까지 합쳐도 28.6%다. 문제는 다 큰 뒤 독립하지 못한 자녀의 상당수가 생활비를 대지 못한다는 점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부모들은 함께 사는 성인 자녀 한 명에 월 평균 90만1000원의 생활비를 지출하고 있다. 이들이 독립한다 해도 문제다. 

미혼 자녀와 동거는 은퇴자의 생활비 증가 요인으로 크게 작용한다. 수도, 광열비 등 가족 공동 비용에서 18세 이상 자녀 한 명이 차지하는 몫과 식료품비, 보건 의료비 등을 고려하면 월 90만 원이 성인 자녀의 생활비라고 한다(보건사회연구원, 2013년). 다 성장한 자녀와 같이 살게 되면 생활비가 자녀 1인당 90만 원이 증가하게 된다는 것이다.

여기에 은퇴 이후에 자녀가 결혼을 하게 되면 그 비용의 상당부분을 부담해야 할 수 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평균 결혼 자금은 남성 7546만 원, 여성 5227만 원이라는 통계가 있다. 

이 중 부모가 지원하는 금액은 각각 4631만 원, 3058만 원이다(보건사회연구원, 2012년). 우스개 소리 같지만 ‘아들 낳으면 평생 고생’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것도 결혼 자금에 드는 남녀 간의 차이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분수에 맞지 않는 사교육과 결혼을 시키고 사업을 한다고 하면 자금을 지원하느라 부모는 부모대로 노후가 망가지고, 자녀들은 자녀들대로 독립심을 잃어버리게 된다. 부모가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내지 못하면 결국 자녀들이 불행해진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특히 본격적으로 사교육 시장에 뛰어들지 않은 40대는 부부가 힘을 합쳐 자녀 리스크에 대비해야 한다. 부부가 함께 자녀 뒷바라지를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고 충분히 검토하고 대화해서 ‘적당한 지원’의 선을 찾아야 할 것이다. 부부가 삶에 대한 가치관을 공유하고 미리 조율해야 황혼 이혼이라는 또 하나의 패밀리 리스크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자녀가 가정에서 비용 요인으로 등장한 데는 사회적 부양 시스템의 변화도 한 몫 한 것이 사실이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처럼 과거에는 가족, 이웃, 마을이 양육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했었다. 

이제 아이 양육은 온전히 부모 몫이자 비용이 되어 버렸다. 한 마을이 할 일을 국가 차원의 양육 인프라로 구축해놓지 않은 나라에 살수록 부모가 감당해야 할 비용은 커질 수밖에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우리나라가 그 전형적인 예라 하면 맞을 듯하다. 

서글픈 이야기이지만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라도 물질적 관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진 것이 오늘의 현실이 되었다. 오히려 경제적 재무적 문제와 관련해서 부모 자식 사이에도 제대로 된 기준과 합의가 없어 생겨나는 문제가 더 많이 발생하게 되었다. 

효도 계약서를 쓰지 않고 재산을 물려준 부모가 길거리로 나서는 것이 실상이 되었고 비일비재하게 벌어지는 부모 자식 간의 소송전이 우리 모두를 서글프게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사랑과 애정을 근간으로 하는 가족이고 부모 자식 지간이라도 경제적으로 독립된 관계가 될 수 있도록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되었다. 

최승훈(kopax88 @hanmail.net)
•한국생애설계포럼 대표(18- )
•사)시니어벤처협회 부회장(18- )
•한국생애설계연구소장(16- )
•한국산업교육협회 회장(17-18)
•생명보험협회 노후설계 전문강사(18- )
•평생교육사(91) •경영지도사(인사, 조직)(91)
•연세대 교육대학원 인적자원개발 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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