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5] 우리는 건강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5] 우리는 건강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 편집국
  • 승인 2019.10.30 08: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근동 위원
김근동 위원

주변에서는 몸의 컨디션이 조금만 좋지 않다고 해도 빨리 병원에 가서 건강검진(진단)을 받아 보라고 한다. 직장에서는 단체로 정기 건강검진을 실시한다. 지자체는 지역 주민들에게 수시로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연락을 보낸다. 

비교적 일찍부터 한국의 직장에 건강검진 제도가 도입되었다. 외국에서는 이런 한국의 직장 건강검진을 가르켜 질병을 사전에 예방하여 국가 차원의 의료보험료를 줄일 수 있는 비법이 되고 있다면서 극찬한 적이 있다.

이 뿐만 아니라 최근에 들어와 간단하게 건강 상태를 체크할 수 있는 시약이나 진단기 및 마커 등을 비롯해 고가의 의료기 개발과 출시가 줄을 잇고 있다. 

건강검진의 방법도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피 한방울로 암과 약간의 소변으로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을 비롯해 종합검진과 정밀검진(ningen dock) 등 다양한 방법으로 몸의 건강 상태를 진단할 수 있다.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발달하고 있는 건강검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간단히 말해 건강검진의 결과를 활용하는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인 점이 있는 반면에 과잉 진료 등을 부르는 부정적인 점도 있다는 것이다. 

건강검진의 결과를 자기 몸의 현재 상태를 표시하는 나침판으로 생각하고서 건강의 척도나 가이드라인과 비교해 자기 스스로 자기 건강을 지켜 나갈 수 있게 알려 준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건강검진의 결과에 지나치게 의존해 필요하지 않거나 자연 회복이 가능한 것이라도 쉽게 치료에 나서게 하는 부정적인 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건강진단의 장단점과 활용시 심득할 사항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첫째 건강검진의 해석에 유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건강검진의 결과는 어떤 특정 시점에서의 건강 상태를 나타내 줄 뿐이다. 이에 비해 인체의 건강 상태는 하루에도 낮과 밤이 다르고 계절이나 연령에 따라서도 변한다. 

예를 들면 건강한 사람의 정상혈압이란 수축기 120mmHg에서 이완기 80mmHg인데 수치가 140~90mmHg을 넘게 되면 고혈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혈관이 노화되어 인체의 먼 곳에 있는 장기세포에 혈액을 보내기 위해서는 혈압이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을 감안해야 한다. 

그런데도 획일적인 기준을 정해 고혈압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당뇨병, 심근경색, 암 등의 판단 기준도 마찬가지이다. 정기 암검진에서 발견된 80~90%가 가짜암이라는 말도 있다. 이렇게 인위적으로 정한 기준에다 건강검진 결과를 비교해 질병 치료 여부를 결정하면 오판의 위험이 나올 수 있다.

둘째 과잉 진료를 조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앞에서 본 바와 같이 인체의 건강 상태는 컨디션이나 나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설렁 질병 여부가 의심된다는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다고 해도 경과 관찰이나 2차 진단(second opinion)을 할 필요가 있다. 

인체는 탄생해 성장하면서 강해졌다가 나이가 들면서 노화되는 과정을 거친다. 장기세포가 건강해 졌다가 노화되면서 곳곳에 상처가 나기도 한다. 건강검진을 통해 작은 상처를 발견했다면서 무리한 치료에 나서게 되어 과잉진료가 발생할 수 있다. 

건강한 수명연장을 위해 실시한 건강진단 결과가 멀쩡한 사람을 환자로 만들기 쉬운 이유이다. 젊은이, 중년, 노인에 필요한 혈압과 당분이 서로 다른 데도 건강진단 결과에다 위와 같은 획일적인 비교 기준을 적용하면 과잉진료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이다.

셋째 자율 회복 기능을 간과하기 쉽다는 점이다. 인체는 건강하게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자율적인 회복 기능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건강검진 결과는 인체의 중요한 역할인 자율 기능에 기반하는 장기세포 면역관문 시스템을 무시하기 쉽다는 것이다. 

뇌의 신경세포는 90세까지 재생되어 노화된 세포와 자율적으로 교체된다. 외부에서 침입해온 병원균을 인체의 전신에 퍼져있는 면역세포가 싸워 물리쳐 질병을 자율적으로 극복한다. 

건강진단의 결과를 무리하게 적용해 과로를 피하고서 리프레쉬 하거나 균형있는 식사 그리고 적당한 운동 등을 통해 자율적으로 질병이 악화되는 것을 저지할 수 있는데도 이를 간과하여 위험에 노출되기도 한다는 뜻이다. 

지금까지 건강검진의 긍정적인 점 못지 않게 결과를 잘못 해석하여 과잉진료에 빠지거나 장기세포의 자율 회복 기능을 간과하여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점을 지적했다. 

일본의 국립암센타가 발표한 데이타에 의하면 건강검진을 확대 실시하면서 췌장암이나 전립선암의 발견이 가파르게 증가하여 적극적인 암치료에 나섰더니 사망률이 줄어 들어야 하는 데도 오히려 암의 발견률에 비례해 증가하였다는 것이다. 

미국의 어떤 대형 병원에 파업이 발생해 장기간 진료공백 상태가 발생하자 사망자수 크게 감소하였다. 일본에 있는 유바리시는 과다한 부채로 파산하여 의료기관이 대거 폐쇄되자 주민들의 평균수명이 오히려 늘어났다. 인구에 비해 의료기관수가 적은 나가노현의 주민 평균수명이 일본에서 가장 길다는 것이다. 

위와 같은 사실은 현대 의료계의 치료 및 약물의 오남용에 따른 부작용이 얼마나 심각한가를 역설적으로 말해 준다. 이러한 현상 뒤에는 많이 늘어난 건강검진이 과잉진료를 유발한 점도 있다. 

결국 자기 건강은 옳바른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긍정적 사고 등을 통한 자가 장기세포의 자율기능 활성화로 지키겠다는 각오하에 건강검진의 결과에 신중하게 접근해 과잉진료를 피하거나 약물 오남용에 빠지는 것을 자제하고 경계해야 장수시대를 열어갈 수 있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