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로봇이 서빙까지? 4차산업 속 설 곳 잃어가는 사람들
[취재수첩] 로봇이 서빙까지? 4차산업 속 설 곳 잃어가는 사람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11.0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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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빙로봇 상용화 초석 다져..단순노동 업무 대체 본격화 될 것
단순노동 분야 근로자 다수 고령층, 재취업해도 갈 곳 없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2017년부터 진행해왔다는 서빙 로봇 '딜리'를 본격 출시했다.

센서가 부착된 자율 주행 로봇으로 최대 50kg까지 적재가 가능하고 한 번에 4개의 서빙을 볼 수 있는 '딜리'는 풀무원푸드앤컬처의 업체 두 곳에 도입됐다.

앞으로는 무인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고, 로봇의 서빙을 받고, QR코드로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다. 그 사이의 과정에서 사라지는 것은 바로 사람과의 접촉이다.

무인 키오스크가 급속도로 전파되면서 요식업계에서는 주문을 받는 직원의 모습을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주문은 키오스크로 받고 요리에만 집중하거나, 직원의 역할이 오로지 서빙만으로 줄어들었다.

그만큼 역할이 줄어들다 보니 자연스럽게 채용되는 사람의 숫자도 줄었다. 주문을 받는 직원을 전담으로 둘 필요가 없어졌고, 서빙에만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에 두 명의 역할을 한 명이 소화할 수 있어졌기 때문이다.

근래 2년 사이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은 요식업계가 발 빠르게 키오스크를 도입하는 발판이 되기도 했다. 대다수 요식업계가 근로자 채용 시 최저임금 영향권 내에서 구인을 진행하는데, 인건비와 자제 가격 인상 등으로 매출보다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물론 요식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온전히 인건비뿐이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치솟는 임대료나 물가, 신용카드 수수료 등은 개인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 결국 가장 손쉽게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인력 감소부터 단행하게 되는 것.

작금의 이런 기조와 키오스크 도입이 빠르게 진행됐던 점을 감안해보면 서빙 로봇의 상용화도 막연히 먼 일은 아닌듯싶다. 아마 우리의 예상보다 더 빠르게 도심의 여느 가게에서든지 사람 대신 음식을 서빙하는 로봇을 만나볼 수 있을지 모른다.

더군다나 우리나라의 요식업은 프랜차이즈 형태의 매장이 다수 차지하고 있다. 한 번 상용화 바람을 타면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로봇 도입이 진척될 것이다.

기술의 발달과 기업의 효율성 확대는 분명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마냥 웃음만이 나지 않는 것은 왜일까. 아마 그 과정에서 도태되는 노동자들의 모습이 눈앞의 일처럼 선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리라.

요식업계 노동자는 다수가 아르바이트나 직업소개소·파출을 통한 일용직인 경우가 많다. 정부의 조사에 집계조차 제대로 되지 않는 이들 대다수가 일자리를 잃을 수 있는 셈이다.

물론 모든 요식업이 서빙 로봇을 도입하지는 않을 것이다. 보다 고급화된 서비스와 이미지를 중시하는 식당에서는 로봇보다 사람을 선호할 것이고 가게 구조상의 문제나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해서도 서빙 로봇을 도입하지 않는 업장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일자리의 개수 자체가 줄어드는 문제는 피할 수 없다. 일자리 수요보다 구직자 공급이 넘치게 되면 일자리의 질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떨어지는데 비해, 과도한 경쟁에 놓인 구직자들의 경험과 능력 등 스펙은 높은 기준점이 생기게 된다.

단순노동 일자리들은 시간이 흐를수록 자꾸만 사라지는데 이들을 위한 일자리는 당최 준비가 될 것 같지 않다. 많은 전문가들은 단순노동 일자리가 사라지는 만큼 전문성이 중요시되는 일자리가 생겨날 것이라고들 예측한다.

그러니까 일자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대체되는 것이라고들 말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내 단순노동 일자리 근로자 대다수가 고연령층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2021년이면 고령층 베이비부머들이 대다수 은퇴의 기로에 놓인다. 그리고 이들 중 다수는 경제적 이유로 재취업을 선택하고, 그렇게 재취업한 것은 지금 현재 로봇들로 대체되고 있는 단순노동 분야다.

이들이 재취업을 통해 단순노동을 선택하는 이유는 전문성 있는 무엇인가를 다시 배우고 도전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문성 있는 일자리가 생길 것이니까 전문성을 강화하라고? 말이야 쉽지, 어디 반백 살을 넘긴 이들에게 새로운 도전이 쉬운 일이던가. 또 하려 한다 해도 고령층의 새로운 전문성 강화를 위한 교육과 일자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새로운 미래 일자리와 전문성 있는 일자리를 준비하는 것은 당연히 가장 중요한 과제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는 당장 단순노동을 주 업으로 삼고 있는 이들이 실업과 구직난에 시름해야 하는 현실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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