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주52시간제 포기? ‘경영상 사유’ 있으면 얼마든 일하라
[이슈분석]주52시간제 포기? ‘경영상 사유’ 있으면 얼마든 일하라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11.19 09: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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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의적 해석 가능한 경영상 사유는 심각한 독소조항
정부, 주52시간 근무제 보완책 발표,, 사실상 연기 선언
처벌 유예 기간 특정하지 않았지만 최소 1년 이상 될 것으로 보여
노사 누구도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 급한 불만 끄면 그만인가
정부가 18일 내놓은 주52시간제 보완책은 사실상의 포기 선언에 다를 바 없다는 비판이 제기될 정도로 후퇴된 내용을 담고 있다.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40일 앞으로 다가온 중소기업(50∼299인 사업장) 주52시간제 적용이 사실상 연기로 가닥지어졌다. 노동시간을 준수하지 않더라도 처벌을 유예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처벌이 유예된만큼 중소기업들은 굳이 이에 얽매일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일종의 위법을 묵과하겠다는 것인데, 그게 아니더라도 주 52시간 이상 일할 수 있게 됐다. 주52시간을 초과해 일할 수 있도록 규정한 특별연장근로 조건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시켰기 때문. 자의적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라 악용하더라고 딱히 이의를 제기하기 힘든 부분이다.

노동계가 발끈하고 나선 것은 당연하다. 민주노총은 특별연장근로 사유를 최대한 확대하겠다는 것은 마음만 먹으면 모든 사업장에 특별연장근로를 허가해주겠다는 말이라며 즉각적인 반발을 표명했다. 이번 보완책은 사실상 주52시간제를 포기하겠다는 것이어서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월 18일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주 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 대책 추진 방향’을 발표했다. 큰 골자는 주52시간제의 위반 시 처벌 유예와 특별연장 근로 인가 사유에 기업의 경영상 사유를 포함시킨 부분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50인 이상 299인 이하 중소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준비하는데 혼선을 빚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지만 실질적으로 보면 주52시간제의 사실상 연기 내지는 후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장 1년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되는 계도기간은 기간을 특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제대로 된 시행이 요원해질 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전체 50~299인 기업에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하겠다고 밝혔지만 기간을 정하지는 않았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계도기간 중에는 얼마든지 주52시간을 초과해 근무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셈이다. 계도기간 중에는 주52시간제를 위반해도 처벌되지 않는다. 처벌은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다. 정부의 발표는 사실상 제도 시행을 연기한다는 의미로 해석되어진다.

■ 주52시간 근간 뒤흔드는 무책임한 땜질 처방
계도기간의 설정은 연기라는 해석이 가능하지만 함께 발표한 특별연장근로 사유에 경영상 사유를 포함시킨 점은 더 심각한 부분이다. ‘경영상 사유’는 해석에 따라 어떤 것이든 가능한 부분이다. 마음만 먹는다면 기업 활동의 상당 부분이 경영상 사유의 굴레로 옭아맬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계가 이를 가리켜 심각한 독소조항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합리적 의심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정부는 주52시간제의 연착륙을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사실상 주52시간제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직면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기본적으로 특별연장근로는 자연 대해 등의 예측 불가능한 상황에 대비한 제도다. 여기에 경영상 사유를 집어넣는 것은 논리적으로 어울리지 않는다. 경영상 예측 불가능한 일은 기업을 운영하다 보면 수시로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경영상의 사유로 연장 근로를 진행한다면 애당초 주52시간 근무를 하지 않겠다는 것과 크게 다를바가 없다. 

이번 발표로 중소기업은 물론 이미 주52시간제를 시행 중인 대기업도 '경영상 사유'라는 모호한 이유를 근거로 주 52시간 규제를 다 피해갈 수 있도록 해놓은 것에 불과하다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특별연장근로 인가 요건 완하는 모든 사업장을 대상으로 적용하기 때문에 지난해부터 제도의 적용을 받던 300인이상 사업장도 해당되는 것이다.

경영계는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일정 부분 반영했다고 평가하며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지만 노동계는 즉각적인 반발과 함께 강경한 투쟁 의지를 내비쳤다. 

한국노총은 “정부는 노동시간단축 정책과 관련해 스스로 무능함을 인정했다”고 지적하며 어조를 높였다.

민주노총도 “최저임금 1만원 정책 포기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 노동절망 정책에 분노한다”며 “정부와 국회의 개악 시도에 맞서 노동인권 보호를 위한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히며 강경한 대응에 나설 것을 선언했다.

한편 이번 발표에는 구인난이 심각한 기업에 대해선 현장지원단 확인을 통해 사업장별 외국인 고용 허용 한도(E-9)를 한시적으로 상향 조정키로 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또 인력 부족이 심각하고 내국인이 취업을 기피하는 일부 서비스 업종에 대해서는 동포(H-2) 취업 허용 업종 확대도 추진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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