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모 아니면 도인 세상에 고스펙 청년들은 '무직'을 택한다
[취재수첩] 모 아니면 도인 세상에 고스펙 청년들은 '무직'을 택한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11.20 0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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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청년층 70% 대학 진학..OECD 국가 중 가장 고학력
청년 대졸자 44.5%, 대학원 78.5% "일자리에 비해 학업수준 높다"
너도나도 대기업..중소 등 기업규모 작을수록 신입직원 근속년수 짧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우리나라는 고학력·고스펙일수록 소득이 높아진다. 그만큼 대기업이나 공기업에 취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정규직으로 채용될 수 있으며 승진도 4년제 대학 졸업 또는 학사 이상일 경우 더 쉽고 빠르기 때문이다.

당연히 더 학력이 좋고 더 많은 스펙이 있는 사람이 더 노력했다는 결과이니, 더 많이 벌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라고 말할지 모른다.

그또한 일리있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런 풍조가 우리 사회의 고스펙 무직자들을 대거 배출하고 있다는 사실은 차마 외면할 수 없다.

OECD에서 우리나라 청년 고용 문제를 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청년층의 70%는 대학에 진학하고, 대졸 이상의 학력을 가진 청년층 중 45%가 직업도 학업도 없는 상태를 유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OECD 모든 국가들 중에서 25세에서 34세 사이 청년층이 가장 고학력인 국가다. 공급되는 국내 일자리에 비해 학력 수준이 높다 보니 구직자와 기업의 눈높이가 다르고 일자리 미스매칭 현상이 유독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조사 결과 청년 대졸자의 44.5%, 대학원 졸업자의 78.5%가 현재 자신의 일자리에 비해 자신의 학업 수준이 과하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취업포털사이트 잡코리아가 지난 7월 발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대졸 구직자 중 올해 상반기 신입직 구직에 성공한 이는 37.7%에 불과했다.

취업자 중 자신의 전공 분야에 맞게 취업한 이는 42.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 중 다수는 자신의 전공이나 학력 수준에 만족스럽지 못한 기업에 취업하고 이직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의하면 기업 규모가 작을수록 신입사원 수의 근속연수는 짧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저임금 직종에 취업한 청년들이 더 좋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대기업, 공기업 등 이직을 준비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도 부지기수다. 일부 기업에만 구직자들이 대거 몰리며 취업 스펙 쌓기에 지친 청년들 또는 이미 대학 진학 단계에서부터 좋은 학위를 받지 못한 청년들 중 다수는 취업을 포기한지 오래다.

일부 기득권과 기성세대는 이런 청년층을 향해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말한다. 중소기업이라도 적은 임금 낮은 복지라도 일이 있으면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

기성세대의 손가락질에 청년세대는 반기를 든다. "못 배워서 한이다"라는 말과 "일단 대학은 나와야 된다"는 말로 어린 미성년들을 학업 전선의 연장으로 몰아붙인 것은 누구였던가.

우리나라의 고용은 '모' 아니면 '도'다. 개, 걸, 윷 등 다른 선택지가 없다. 대기업이 아니면, 정규직이 아니면, 고스펙이 아니면 모두 '도'가 되는 세상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모와 도가 나올 확률이 정확히 5:5라면 좋으련만, 모가 나올 가능성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다. 더구나 이 윷놀이 판은 첫 수로 도가 나온다면 두 번째 수도 세 번째 수도 도만 나올 확률이 높아지는 판이다. 이러니 윷을 던지는 일 자체를 망설일 수밖에.

경제성장기에 "못 먹어도 고!"라고 외칠 수 있던 기성세대의 시절은 끝이났다. 지금 청년들은 무조건 '모'가 나와야 하는 윷놀이 판의 주자로 섰다. 이 불안한 판에서 청년들은 구인구직 시장에 뛰어들기보다는 취업 포기를 선택하고 만다.

오늘날 청년들은 자신들이 학업과 스펙 쌓기에 투자한 비용과 시간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커녕 "왜 그 스펙에 그런 일을 하느냐"는 핀잔을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고스펙 무직자 증가 문제는 단순히 마이스터고에 지원을 강화하거나, 대기업·공기관 채용 시 일부 학력에 채용 우대를 준다고 해서 해결될 일은 아닌듯싶다.

이와 같은 방법은 '모'가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불과 몇 명 늘리는 수준에 그칠 것이므로,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절실한 것은 사회 전반의 인식 변화다. 이상론이라 하더라도 우리 사회는 모나 도가 아니어도 개,걸,윷 등 다양한 선택지가 있는 세상, '도'라 할지언정 각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종 지점에 도달할 수 있는 세상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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