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와 생산지연전략(Postponement Strategy)
[이상근박사의 물류이야기]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와 생산지연전략(Postponement Strategy)
  • 편집국
  • 승인 2019.11.25 09: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생산자가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소비자를 대응하는 문제는 점점 어려워짐
●판매예측, 유연생산(생산지연전략·모듈화)을 통해 수요와 공급의 리드타임 단축 필요
●지연전략은 차별화 시점의 연기로 특화된 고객화(customer-specific customization )필요
●모듈화는 제품개발시간 단축, 소비자 취향에 빠른 대응, 혼류생산통한 부품원가 절감 가능
이상근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

새벽배송, 당일배송을 넘어 이제는 시나 분 단위 총알배송까지 등장했다. 주문한 상품을 빨리 받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욕구와 이들 소비자를 꼭 잡아야 하는 판매자의 고뇌가 맞물려 물류혁신을 한 결과이다. 

상품이 고객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배송인 라스트마일 딜리버리(Last mile delivery) 건수는 택배회사에서 배달한 물량만 봐도 ‘12년 14억598만개에서 지난해 25억4278만개로 80.9% 늘었다. 올해 상반기 물량도 전년대비 8.9% 증가한 13억 3550만개를 기록했다. 여기에는 쿠팡 하루 200만건과 마켓커리 등 유통기업의 직접배달 물량이 제외된 것이다. 

최근 온라인쇼핑 시장에서는 서비스 차별화를 위해 물류의 마지막 접점인 라스트마일 배송서비스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배송 경쟁력이 구매 핵심 기준으로 떠오르면서 택배기업뿐 아니라 유통기업에서는 배송속도뿐 아니라 물류의 마지막 접점에서의 차별화된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업의 고심도 점점 깊어가고 있다. 

서울대 김난도교수는 지난 4일 대한상공회의소 “트랜드코리아 2020: 유통트랜드에의 함의” 제목의 강의에서 마지막 순간의 경험이 중요해 졌다고 전하면서, 마지막 순간의 만족을 최적화하려는 근거리 경제를 ‘라스트핏 이코노미(Last Fit Economy)’라고 명명했다.

김교수는 기존의 제품 중심의 동어반복적인 모방과 차별화 경쟁에서 한 걸음 나아가 고객과 접촉하는 내밀한 순간에 집중해야 하며, 그 마지막 순간을 잡는 자가 시장을 잡을 것으로 봤다.

이 라스트핏은 ① 고객의 마지막 접점까지 편리한 배송으로 쇼핑의 번거로움을 해소해주는 ‘배송의 라스트핏’, ② 가고자 하는 목표 지점까지 최대한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동의 라스트핏’, ③ 구매나 경험의 모든 여정의 대미를 만족스럽게 장식하는 ‘구매 여정의 라스트핏’으로 나눌 수 있다고 한다.

◆물류 측면에서 보는 세가지 라스트핏
먼저 라스트마일 딜리버리로 대표되는 ‘배송의 라스트핏’은 쿠팡의 로캣배송과 마켓커리의 새벽 배송으로 설명할 수 있다.

로켓배송은 주문하고 혹시 배달이 안오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을 완전히 없앴다. 오전에 받아도 되는 상품이 새벽에 이미 도착하여 당황하는 순간을 연출하고 있다.

쿠팡 고명주대표는 지난 21일 “쿠팡이 만드는 혁신과 일자리”라는 제목의 한국유통학회 조찬포럼에서 강연에서 ‘100배 더 나은 고객경험’을 강조했다. 고대표는 배송의 라스트핏은 ‘더 나은 고객경험’ 실현시킬 수 있으며, 이를 이끄는 것은 5천여명의 쿠팡맨, 42만평에 달하는 102개의 풀필먼트센터와 캠프 등 인프라와 1,000여명의 개발자가 AI와 소프트웨어 개발하는 ‘물류혁신’이 기반임을 강조했다.

마켓커리는 ‘샛별배송’을 통해 배송리드타임을 제로(0)로 만들었다. 잠자기 직전에 주문한 상품이 내가 자는 동안에 배달되어 실질적으로는 배달 리드타임을 제로(0)로 만들었다.

여기에 감성을 더하여 온라인이 가장 부족한 오프라인의 대면 서비스에서만 있을 법한 고객 경험을 실제로 느끼게 하여 오프라인 의 영역(벽)을 넘어섰다.

이제 대형마트부터 백화점·홈쇼핑까지 대기업들도 새벽배송 경쟁에 속속 가세해 판을 키웠다. 올해 6월 새벽배송을 시작한 이마트도 배송 권역을 확대하고 가능 상품수를 늘리는 등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새벽배송, 당일배송 같은 빠른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기업들이 수요를 예측해 제품을 미리 확보하고 주문 즉시 배송이 가능한 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이다. 

기존 택배 배송체계에서 배송지역 터미널까지 물품이 수송되는 6단계를 재고를 보유한 물류센터에서 배달될 지역의 배송센터(Camp), 배송기사의 3단계로 줄여 배송하는 구조다.

‘배송의 라스트핏’은 유통업계의 공통의 전략으로 감성적 측면에서 고객만족과 감동과 서비스 측면에서 안전과 편의성이 높은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기술적 측면에서 물류와 IT기술의 만남 등을 추구한다.

배달시간 지정과 배달예정시간을 미리 통보하는 것, 부재중 배달 상황을 문자나 카톡을 통해 알려주는 것, 배송 박스에 손편지나 포스트잇 등을 넣는 것, 배송기사의 배송건수와 근무시간을 줄여 배송 품질을 높이는 것, 편의점을 통한 택배수령 서비스,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무인택배함 서비스 등이 모두 배송 라스트핏을 통해 고객 경험을 이에 해당한다.

두번째 “이동의 라스트핏’은 전통적인 화물차만의 화물배달은 이미 그 수명을 다했다. 고객은 화물차, 오토바이, 자전거, 전기자전거, 전동킥보드, 드론, 로봇, 택시, 플랙서 등 어떤 배달 수단으로 배달하던 그 수단에는 관심이 없다. 편의점을 통한 택배수령, 공공 인프라를 활용한 무인택배함 등 간접수령이든 내가 편하게 받으면 된다. 

법적으로 그것이 합법인지, 비법인지, 불법인지는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사업자가 불법, 비법, 적법인지는 의미가 없다. 국가가 내가 필요하고 편리한 서비스를 사용하는것을 규제나 방해할 권리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국가는 국민이 편하고, 편리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야지, 불법, 비법이라 국민이 편리하고 편한 서비스를 포기하라고 권리를 제한할 권한은 없다.

셋째, ‘구매 여정의 라스트핏’은 나를 나보다 더 잘아는 인공지능(AI)가 나의 기분과 분위기, 현재 상태에 맞는 상품, 서비스, 문화생활 등을 권유할 수 있다. 천의 가면을 쓴 나를 가장 잘아는 것은 내가 아니라 나의 현재 니즈를 스몰데이터를 통해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대응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 (ICT)이다.

◆생산(공급)자가 일인십색(一人十色)의 소비자를 대응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천의 가면을 쓴 소비자가 지금 이 순간 필요한 것을 생산하여 공급해야하는 생산자의 대응 문제는 그리 간단치 않다. 판매예측에 따른 예측 배송 모델을 통한 사전 운송(Middle mile)이 필요하고, 그 이전에는 이를 예측하여 생산하는 생산이 필요하다.

생산방식에는 주문을 받은 후 생산 공급하느냐? (Make to order), 판매예측량 분석을 통해 상품을 만들어 놓고 파느냐? (Make to stock)의 2가지 타입으로 나눌 수 있다.

주문접수 후 제품을 생산 공급하는 방식으로 Make to order은 생산자에게는 재고의 부담이 적다는 장점은 있지만 구매자에게는 생산 리드타임이 적용되어 제품공급이 늦어지는 단점이 있다. 점점 제품의 life cycle 이 짧아지고, 유행이 쉽사리 변하는 풍조로 인해 유행에 민감하거나 고가의 제품은 이 방식을 많이 이용한다.

대부분 기업에서 많이 이용하는 Make to stock은 마케팅에서 시장조사를 통해 판매예측량을 분석하여 이를 근거로 생산하여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방식이다.

이 방식의 가장 큰 약점은 고객의 수요를 100% 정확히 예측할 수 없어 팔지 못하는 재고가 발생한다. 제품의 원가 구성상 재고도 소비자가격에 반영된다. 결국은 제품을 다 못 팔아도 그 부담은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가 비용을 지불한다.

◆판매예측, 유연생산시스템(생산지연, 모듈화) 통해 수요와 공급의 리드타임 단축 필요
4차산업혁명시대 직전까지 기업은 글로벌 시장과 소비자의 상황을 반영하여 팔릴 상품을 적정량 생산하여 악성재고를 최소화하는 유연생산시스템을 최고로 여겼다. 공급자는 빅데이터 분석 등을 통한 정확도 높은 판매예측과 생산지연전략(Postponement Strategy), 모듈화전략 등의 유연생산시스템을 통해 수요와 공급(생산)의 리드타임을 단축이 과제다.

먼저, 공급자는 지연전략이 필요하다. 지연전략(Postponement)은 차별화 지연(Delayed differentiation)이라고 하며, 이것은 고객의 욕구가 정확히 알려질 때까지는 되도록 생산을 연기하다가 고객의 욕구가 확실해졌을 때 생산하는 것으로 제품의 설계부터 고객에 인도되기까지의 총비용을 최소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품생산 지연방식이다. 이 전략은 상품이 독특한 개성을 가지는 단계인 차별화 시점의 연기로 특화된 고객화(customer-specific customization )달성할 수 있다.

고객의 서로 다른 취향과 고객 요구를 정확히 판단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판매의 불확실성이 크게 증가하게 되고, 이 과정에서 대량생산을 통한 대량재고는 유동성이나 수익에 대한 큰 위험일 수 있다. 

최종 완성 시점의 고객과 시장 상황을 반영하여 잘 판매될 상품을 팔릴 만큼만 생산하기 위한 완제품 지연화는 표준화의 이점과 고객만족을 동시 추구하는 점에서 델(Dell Computer), 베네통(Benetton), National Bicycle, Yamaha Motorcycle 등이 대표적으로 구사한 전략이다.

이 전략은 의류업체나 자동차 브랜드가 색상 등에 대한 소비자 요구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 기본색으로 생산을 완료하고 소비자의 요구나 주문에 따라 생산의 마지막 단계에서 염색하거나 도색해서 유통시키는 경우가 해당한다.

베네통은 염색 전 공정은 밀기식 대량생산방식으로, 염색 공정부터는 끌기식 맞춤 생산방식의 후염방식(後染方式)을 채택하였다. 밀기ㆍ끌기 혼합 전략으로 베네통은 고객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키면서 대량 생산의 장점도 취할 수 있었다.

또한 델(Dell)의 소비자의 주문에 의해 생산하고 유통시키는 직판모델(Direct Model)도 일종의 생산지연전략 (Postponement Strategy)이라 할 수 있다.델은 고객이 인터넷 점포에서 주문을 하면 바로 공장으로 연결하여 생산하여 공급사슬내의 중간유통단계 제거한 인터넷 판매방식으로 판매했다. 배송은 Fedex와의 물류연계로 새로운 공급망(SCM) 시스템을 가동했다.

고객과 델사와 부품공급회사의 정보가 실시간 연계되는 델의 직판 모델의 효과는 고객의 다양한 욕구에 신속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부품회사의 재고에 대한 부담 감소시켰다.

델의 재고수준은 부품과 재공품을 포함하여 7~8일 정도로 경쟁사 대비 1/7 수준이며, Cash Conversion Cycle(매출금 회수일 + 재고일수 – 매입금 지불일수)도 지불보다 입금이 빠른 -8일 정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두번째, 개별화된 소비 추세에 공급자의 대응은 모듈화전략(Modular Strategy)을 들 수 있다.
이 모듈화 전락은 장난감 블록으로 여러 형태의 모형을 만들듯이 부품과 모듈, 플랫폼을 공용화하는 것이다. 모듈화의 예로써 현대와 기아의 AVANTE와 FORTE 이다. 두 차종은 판매회사와 차량의 외관이 완전히 다르나 그 기본(엔진, 샤시, 브레이크 등)은 모두 동일하다.(김진회, ‘모듈화전략’)

모듈화는 조합되는 여러 부품을 개발해서 사용하게 되면서 제품개발 시간을 단축하고, 빠르게 변하는 소비자 취향에 빠르게 대응하여 상품을 생산할 수 있으며, 여러 부품의 혼류생산(混流生産)이 가능하기에 생산원가 절감이 가능하다. 

◆아이폰 38만 6천Km 여정의 마지막 순간 라스트마일 딜리버리
아이폰 한 대를 만들기 위한 모든 부품들의 이동거리를 합치면 38만 6천Km나 된다. 이 엄청나게 복잡하고, 믿을 수 없이 광대한 공급사슬망(Supply Chain)은 스티브 잡스(Steve Jobs)가 물류 전문가인 팀 쿡(Tim Cook)을 영입해서 애플의 CEO 자리까지 물려준 이유이다.

그가 컴퓨터의 천재라서가 아니라 공급사슬의 전문가로서 물류를 관리하는 능력이 탁월했기 때문이다. 흔히 말하는 아이폰의 혁신은 제품 자체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물류에서 완성되는 것이다. (에드워드 흄스, ’배송 추적: Door to Door’)  

38만 6천 Km 여정의 마지막 순간인 라스트마일 서비스가 구매의 핵심기준으로 부각되고 있다. 기업은 까다로워지는 고객에 맞추기 위한 제조와 유통, 미들마일(Middle mile)물류 전과정과 더불어 마지막 접점인 라스트마일에서의 차별화된 물류서비스를 위한 고민이 점점 깊어가고 있다.

이상근(ceo@sylogis.co.kr)
-산업경영공학박사 
-삼영물류(주) 대표이사(현)
-국토교통부 물류산업 공생발전협의체 위원 (현)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  (현)
-인천지역 인적자원개발위원회 위원(물류분과위원장) (현)
-대한상공회의소 물류위원회 부위원장(겸 실무위원장) (현)
-국립 인천대학교 전문교수(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