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9] 질병 극복의 바른 자세
[김근동 위원의 바이오산업 에세이9] 질병 극복의 바른 자세
  • 편집국
  • 승인 2019.11.27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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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동 위원
김근동 위원

최근 폐종양(암)에 걸린 환자가 구충제(펜벤다졸)를 복용했더니 종양세포의 크기가 축소되고 통증이 줄어 들었다는 내용의 유튜브 방송을 하였지만 결국 사망했다고 한다.

또다른 연예인이 구충제 복용을 시작했다고 난리다. 피해가 발생하지 않게 해야 한다고 판단한 정부 당국이 경고를 시작했다. 구충제가 폐종양의 치료에 좋다는 말은 아무런 입증의 근거 자료가 없으니 소문을 믿지 말고 자제해 달라고 했다. 

새로운 치료 기회를 요구하는 환자의 절박한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부작용과 후유증을 가져올 지도 모를 "질병 치료의 역설(치료가 오히려 수명을 단축한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잘못된 정보에 현혹되지 않게 정부가 지도에 나선 것이다. 

지금의 항암제나 구충제는 모두 독극물을 완화하거나 기반으로 만든 약물이다. 항암제가 인간을 상대로 하는 종양 치료제라면 구충제는 동물에 사용하기 위해 만든 약물이다. 

현재 바이오산업계는 온갖 종류의 항암제를 개발했지만 부작용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하물며 동물의 구충제를 인간의 종양 치료에 사용하면 그 결과는 가름하기 힘들게 될 수 있다. 

위와 같은 잘못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할 질병 치료에 임하는 바른 자세란 도대체 어떤 것을 말할까?

첫째 미래에 사용할 수 있는 치료 방법이나 약물에 관해 지나친 기대를 갖지 말아야 한다. 

일부 환자는 현재의 질병 치료가 효과를 내지 못하게 되자 새로운 치료 방법이나 약물을 찾으려고 한다. 하지만 새로운 질병 치료 방법이나 창약(신약)의 유효성 입증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위 말하는 줄기세포 치료나 식이 요법 및 왁진 요법과 같은 대체 요법이나 유사 약물 치료의 효과에 관해서도 입증자료를 찾기가 힘든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서 어떻게 만든 뭐가 좋다고 하더라" 라는 소문을 믿고서 질병 치료에 나섰다가 실망하기 쉽다. 

아무리 선진국의 의료 현장에서 새로 도입하고 있는 치료법 (iPS만능세포 치료 등)이나 약물의 명성이 있다 해도 실제 한국에 가져와 곧바로 사용하겠다고 접근할 때는 안전성과 유효성을 감안해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뜻이다.

둘째 현재의 치료법이나 약물에 대한 지나친 과신은 금물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한국의 의료바이오는 병원의 대형화 및 현대화를 통해 크게 성장해 왔다. 제약회사는 창약 개발 및 바이오 회사로의 변신을 통해 주목을 받게 되었다. 위생관리 등 보건바이오의 강화로 전염병 창굴을 저지해 왔다.

그렇다고 해도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지는 질병에 더 정교하게 대처할 의료기술의 발전이 요구된다. 창약 개발에 혼신을 다하고 있지만 약물의 오남용에 따른 내성균 창궐로 항상제가 듣지 않아 사회적인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 

"신의 손"이니 "꿈의 신약" 이라면서 병원 의사의 외과적인 기술 이나 첨단 의료기 및 약물 처방의 효과를 과신하며 과잉진료에 나설 경우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몸의 면역력을 약화시켜 질병 치료의 성과가 감소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셋째 인체가 보유한 자율 기능 면역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해 질병 극복에 나서야 한다. 

외부의 병원균이 인체에 들어와 발생하는 질병은 다소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몸의 자율 기능 면역시스템에 의해 대부분 물리치게 된다. 이 과정에서 열이 나거나 붓기도 한다. 

반면에 인체의 노화 과정이나 잘못에서 발생하는 면역세포의 폭주나 자가 장기세포의 기전으로 일어나는 불치병 난치병은 외과수술이나 약물 처방으로 병세를 완화할 수 있다고 해도 완치는 쉽지 않다. 

예방에 나선다며 잦은 건강검진과 정밀검사 등을 통해 과잉치료에 빠져들면 인체의 자율 기능 면역시스템을 약화시키거나 파괴할 우려가 있어 약물과 면역체제의 균형있고 효율적인 질병 치료를 어렵게 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질병 극복의 바른 자세를 살펴보았다. 인류의 오랜 질병 치료의 역사를 보면 인간의 수명연장은 생활환경 개선과 위생관리 강화로 가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질병 치료나 약물에 의한 수명연장은 일부 급한 외과수술을 제외하면 성과가 미미하다.

전염병 등 외부 여건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의 기전은 저지할 수 있으나 인체의 성장이 멈추는 20대 후반부터 장기세포가 서서히 노화되거나 약화되면서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질병을 인위적인 방법으로 완치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기인한다. 

오히려 완치가 힘든 질병 극복시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외과적인 방법이나 약물 처방 등 외적 방법에만 의존하지 말고 다소의 시간이 소요되더라도 질병을 스스로 극복하려는 자신의 노력이 앞서야 가능하다는 말이다. 

정부의 의료보험 적용 확대라는 획기적인 정책변화로 대형 병원과 약물에의 접근이 쉬워지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역설적이지만  인체의 자율 기능 면역체제를 최대한 존중해 질병을 극복하려는 바른 자세가 절실하게 요구된다. 

국가의 복리후생 확대에 따라 남발했던 약물의 오남용과 부작용에 관한 깊은 반성으로 생활습관의 개선과 가벼운 운동을 중시해온 결과 노인들이 건강해지고 있다는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김근동 박사
-현 국제협력포럼 위원
-전 산업연구원(KIET),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
-전 삼성그룹 회장비서실(도쿄 주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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