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편지의 ‘000 귀하(貴下)’는 바둑에서 왔나? 
[전대길의 CEO칼럼] 편지의 ‘000 귀하(貴下)’는 바둑에서 왔나? 
  • 편집국
  • 승인 2019.11.27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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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기사(棋士) 급수에 따른 호칭과 바둑이야기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바둑은 우주의 축소판’이다. 바둑판은 상하, 좌우로 19줄씩 361개의 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바둑에는 전투의 연속이다. 전술과 전략이 살아 숨 쉬며 오묘하기까지 하다.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한다.

상대방과 번갈아 한 수씩 두는 바둑 수(手)는 무궁무진하다. 

<361x360X359...300x299x...200x199x...100x99x...10x9x...1>처럼 ‘361!(팩토리얼, Factorial)’은 무한대(∞)에 가깝다. 이럴지니 ‘말을 하지 않고 손으로 말한다’고 해서 ‘수담(手談)’이라고 한다.      

인공지능(AI)과 싸워 유일하게 1승을 올린 사람, 이 세돌 9단이 세계 바둑 타이틀전과 한국 타이틀전에서 50번이나 왕좌에 오른 후  한국기원에서 은퇴를 선언했다. 이 세돌 9단에게 승리한 Google에서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인 ‘알파고(AlphaGo)’도 벌써 은퇴했다.  

바둑판

바둑의 기사(棋士)는 상수(上手)와 하수(下手)로 구별할 수 있다. 이들의 특성(11가지)을 살펴보았다. 

1. 상수(上手)는 두뇌로 두고, 하수(下手)는 눈(目)으로 둔다.

2. 상수는 충분히 생각하고 돌을 놓기에 절대로 무르지 않는다.

3. 상수는 싸우지 않고 이기려하나. 하수는 싸워 넘어지려고 한다. 

4. 상수는 지지 않으려 하며 하수는 잡는 것을 목표로 둔다. 

5. 상수는 늘 공수(攻守)를 겸한 수를 두며,    하수의 착수(着手)는 공수(攻守) 중 어느 한편에 치우친다. 

6 상수는 선수를 다투며 하수는 후수에 만족한다. 

7. 상수는 맥(脈)과 형태를 중시하나 하수는 자충수(自充手)를 둔다. 

8. 상수는 사석(死石)을 버리나 하수는 한 점 버리기를 꺼려한다.   

9. 상수는 패(覇)를 이용한다. 하수는 패(覇)를 두려워한다. 

10.상수는 적이 지치기를 기다리며 하수는 적이 잘못 두길 바란다. 

11.상수는 생각한 다음에 돌을 집으며 하수는 돌을 잡고 생각한다. 

바둑을 둘 줄 아는 유급자와 무급자는 신분이 다르다. 왕조시대 때 ‘제왕, 제후, 장수, 재상’의 통칭인 ‘왕후장상(王侯將相)’과 일반 백성의 차이 만큼이다. 바둑의 급수별 별칭은 궁궐이나 고대 건축물의 크기와 용도, 권위에 따른 명칭인 ‘전당합각제헌루정(殿堂闔閣齊軒樓亭)’의 순으로 불린다.  

‘큰 집 전(殿)’은 고대 건축물 가운데 가장 격이 높은 건물로서 왕과 왕비가 쓰는 건물이다. 왕의 공적인 활동 공간이다. ‘전하(殿下)’란 신하가 ‘왕의 집무처인 큰 집 전(殿) 아래에서 아뢰옵니다’ 라는 뜻이다. “전하(殿下)~!, 성은(聖恩)이 하해(河海)와 같아옵니다. 또는 “전하(殿下)~!, 망극(罔極)하나이다”라고 쓴다. 

‘집 당(堂)’은 전(殿)보다 한 단계 아래의 건물로 왕의 일상적인 활동 공간이다. ‘문짝 합(闔)’, ‘문설주 각(閣)’은 전이나 당의 부속건물이다. 사극(史劇)‘에서 대원군에게 ’대원이 합하’라고 부르는 것을 볼 수 있다. 예전에 ‘대통령 각하(閣下)’ 등으로 쓴 적도 있다. 

‘가지런할 제(齊)’와 ‘추녀 헌(軒)’은 왕실가족이나 궁궐에서 기거하는 사람들의 활동공간이다. 숙식 등 일상적인 주거용, 독서용, 사색공간이 제(齊)다. 여러 문인, 작가들이 새로운 책을 낼 때 서문에 ‘00제(齊)’에서 쓴다. 이는 문인, 작가들이 독서하고 창작하며 사색하는 공간으로 본다. 문인, 작가들이 왕실가족은 아니라도 말이다. 

헌(軒)은 대청마루가 발달되어 있는 집이다. ‘다락 루(樓)’는 ‘바닥이 지면 보다 높은 마루’로 지어진 집이다. 건축물의 맨 아래 단계인 ‘정자 정(亭)’은 휴식이나 연회 공간으로 쓰이는 작은 집이다. 

바둑 기사(棋士)의 급수에 따른 호칭도 궁궐이나 고대 건축물 이름과 연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1급은 ‘섬돌 폐(陛)’자의 陛下(폐하)다.  

높은 섬돌 위의 거룩한 황제나 왕께 땅바닥에 엎드려서 신하가 주상(奏上)할 때 황제나 왕을 부르는 호칭이다. ‘아뢸 주(奏)’자다.  

2급은 殿下(전하), 대궐 뜰에 엎드려 아뢴다.    

3급은 邸下(저하), 저택 앞에 엎드려 아뢴다. 

4급은 閣下(각하), 보통 집 앞에 엎드려 아뢴다.  

5급은 閤下(합하), 작은 집 앞에 엎드려 아뢴다. 

6급은 机下(궤하), 책상 아래에서 엎드려 아뢴다. 

7급은 座下(좌하), 상대의 앉은 자리에서 아뢴다.   

8급은 足下(족하), 상대의 발 앞에서 아뢴다. 

9급은 貴下(귀하), 귀하신 분 아래에서 부른다. 

더 나아가 바둑의 프로 기사(棋士)를 ‘성하(聖下)’ ‘예하(猊下)’로 부르는 것도 존경과 예우에서 우러나온 것으로 보인다.   

편지나 편지봉투에 수신인 이름 아래에 ‘000 귀하(貴下)’ 또는 ‘000 좌하(座下)’라고 써 온 우리네 전통이 바둑에서 유래했지 싶다. 우리들이 전통적으로 편지를 쓸 적에 별 생각 없이 ‘000 귀하’라고 써 온 연유를 알 것만 같다. 

분당 코오롱스포렉스에서 매일 만나서 함께 운동하는 바둑 프로 9단, 백 성호 입신(入神)에게 “편지에서 ‘000 귀하’란 표현이 바둑에서 유래했는지요?”라고 여쭈어 보았다.  “세심하게 알아보고 답변을 주겠다”며 빙그레 미소를 짓는다.     

     

전   대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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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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