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오답노트 만들지 말라는 무책임한 선생들
[취재수첩] 오답노트 만들지 말라는 무책임한 선생들
  • 손영남 기자
  • 승인 2019.11.28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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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찰 내역 공개 않는 아웃소싱 관련 입찰 차고 넘쳐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문화 조성 위해서라도 필요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아이들의 가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던 것이 바로 오답 노트다. 공부와는 담 쌓고 지내던 친구들은 도대체 틀린 문제를 왜 굳이 오답노트까지 만들어서 다시 보냐고 의아해했지만 말이다.

살다 보면 알게 된다. 어차피 틀린 문제, 이제 와서 다시 보면 뭐하냐는 심정으로 방치해둔다면 영원히 그 문제는 틀린 채로 살게 된다는 사실을. 

오답노트는 그래서 필요하다. 

단지 공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일을 할 때 더 필요한 게 오답노트다. 대부분의 일은 무한반복의 형태를 띠는 경우가 잦다. 기자라면 글을 쓰고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런 것처럼.

아웃소싱업계에서 일하는 이들도 별다를 바 없다. 얼마 전 페이롤서비스 기업의 모 이사를 만난 적이 있다. 오랜만에 만난 그는 지난 입찰에서의 패배를 곱씹고 있었다.

어차피 때론 이기고 또 때론 지는 것이 그를 비롯한 입찰 담당자들의 숙명이다. 진다는 것이 즐거울 리는 없겠지만 매번 이길 수는 없는 일이라고 위로 아닌 위로를 건넸다.

그러나 정작 그가 아쉬워하는 것은 패배의 쓰라림이 아니라 왜 실패했는지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 회사에 오기 전 건설업에서 일을 했던 그는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 했다.

건설 입찰의 경우, 탈락하더라도 입찰 응시 기업들의 입찰 내역이 공개되기에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달을 수 있었지만 아웃소싱 관련 입찰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더란 것이 그의 말이다.

이기고 지는 거야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어떤 부분이 모자라 탈락했는지를 알아야 다음번 입찰에서는 그런 실수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었다. 또한 입찰 내역 공개를 해야 패배를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했다. 자신들이 모자라서 졌다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축하를 해주겠다는 그의 말. 그건 뒤집어 말하면 투명하지 못한 입찰 과정에 대한 불만일 수도 있겠다 싶어졌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아웃소싱 관련 입찰 과정에 참가한 모든 기업의 개별 입찰 내역이 공개되어야 할 것이다. 그를 통해 투명하고 공정한 입찰 문화 조성에 앞장 설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각각의 기업들도 자신들의 부족한 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결국 아웃소싱 서비스의 질적 향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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