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허목, 송시열의 갈등과 신뢰
[전대길의 CEO칼럼] 허목, 송시열의 갈등과 신뢰
  • 편집국
  • 승인 2019.12.11 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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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닌 '우리'로 이기심을 버리고 이타심으로 살아가야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갈등(葛藤)’은 ‘칡 갈(葛)’자와 ‘등나무 등(藤)’자를 조합한 말이다. 원래 칡(葛)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반대로 등(藤)나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덩굴을 감으며 올라간다.

그래서 칡과 등나무가 얽히게 되면 풀기가 어렵다. 게다가 칡이나 등나무는 무척 질겨서 절단하기 힘들다. 톱이나 칼로 잘라야 한다.   

따라서 ‘갈등관계(葛藤關係)’란 ‘칡과 등나무가 서로 얽히는 것과 같이 개인이나 집단 사이에 목표와 이해관계가 달라 적대시하거나 불화(不和)하여 타협하지 못하고 극한 대립을 하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 정치계는 ‘갈등관계(葛藤關係)의 연속’ 뿐이다. ‘달을 보라는데 손가락 끝만 본다’는 ‘견월망지(見月忘指)’가 아닌 ‘손가락 끝을 보라는데 달만 본다’는 ‘견지망월(見指忘月)’ 격이다.  

조선 24대왕 헌종(憲宗) 때 명의(名醫)로서 우의정을 지낸 남인(南人)의 영수(領袖), ‘허목(許穆..1595~1682)’과 서인(西人)의 영수(領袖)인 ‘송시열(宋時烈..1607~1689)’ 사이의 갈등관계에 얽힌 비화(秘話)다. 

허목과 송시열 이미지
허목과 송시열 이미지

두 사람은 당파로 인해 서로 원수처럼 반목(反目)하며 지냈다. 그러던 중에 송시열이 중병을 얻었다. 좋다는 약을 다 써 보았으나 차도가 없었다. 송시열은 명의(名醫), 허목 만이 자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믿어서 허 목에게 자기 아들을 보내 약 처방을 정중하게 부탁했다. 

그런데 허목의 처방전에는 약재 중에 독약(毒藥)을 함께 달여 먹으라는 것이다. 이런 소문이 돌자 사람들은 허목을 욕했으나 송시열은 허 목을 의심하지 않고 처방전대로 약을 달여 먹었다. 약을 복용한 후에 송시열의 병(病)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씻은 듯이 나았다. 

서인(西人) 송시열과 남인(南人) 허목은 조정에서 만나면 이견(異見)으로 다툼과 대립이 극심했으나 개인적으로는 상대의 훌륭함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아량과 덕목을 지녔다. 조선시대 4색 당파싸움 이야기는 우리를 부끄럽게 한다. 

우리 사회는 사람들의 얼굴 생김새가 각기 다르듯이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어울려 산다. 내 생각과 다르다고 무조건 배척한다면 곤란하다. 경쟁자일지라도 상대의 능력을 인정하고 신뢰하는 열린 마음이 세상을 바꾼다. 이에 대한 해법은 “나 아닌 우리”로 이기심(利己心)을 버리고 이타심(利他心)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대만(臺灣)의 장영발(張榮發/Chang Yung-Fa) Ever-Group회장에게서  기업경영의 갈등관계 해법을 찾을 수 있다. 

장영발(張榮發/Chang Yung-Fa)회장
장영발(張榮發/Chang Yung-Fa)회장

그는 만인을 이롭게 하는 ‘이타경영(利他經營)’을 실천하면서 세계 최대 해운회사인 ‘Evergreen’과 ‘Ever 항공사’를 설립, 경영하고 있다. 

대만이 일본의 지배받던 시절에 일본인 직장상사와의 신뢰와 변치 않는 인간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상 힘들고 어려울 때 일본인 상사로부터 사업 재기에 큰 도움을 받았다.  

    장영발의 책, 이타경영  
    장영발의 책, 이타경영  

‘너 죽고 나 사는 사업이란 없다’고 단언하는 장영발은 “나의 이익을 키우기 위해 상대의 손실을 최대화할 필요가 결코 없다”고 역설한다. 창의적인 방법으로 양측이 모두 만족할 만한 방법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상대’란 거래처뿐 아니라, 직원, 고객, 업계 전체, 나아가 사회 자체를 가리킨다. 

그는 ‘이타(利他)’의 마음이, 본업에 더 치열하게 매진하도록 하는 원동력이라 말한다. “한쪽을 얻는 대신 한쪽을 잃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열매가 커질수록 다른 한쪽도 풍성한 토대를 공유하게 된다”. 

하늘과 바다 모두에서 꿈을 이루고, 전 세계가 주목할 업적을 일구어 낸 장영발 회장의 성공방정식이다. 많은 기업 경영자들과 사회 지도층의 이기적 행태로 ‘을’이 신음하고, 고객들이 고통 받으며, 사회 전체가 병드는 현 세태를 우리 모두는 성찰(省察)해야 한다. 

“비즈니스에서 거래처가 부자(富者)가 되는 방법만을 생각하고 실행하면 고객사와의 갈등은 생겨날 수가 없다”. “이기(利己)가 아닌 이타(利他) 정신이 사업을 성공시키는 열쇠다”, “나쁜 사람”의 어원은 “나(혼자) 뿐인 사람”임도 알아두자. 

끝으로 “돈은 버는 게 아니다. 좋은 일을 하면 돈은 저절로 따라 온다”는 장 영발 회장의 경영철학은 기업인들에게 시사(示唆)하는 바 크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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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호필 2019-12-11 19:20:41
효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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