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자회사 범람에 민간기업은 '휘청', 근로자는 여전히 '하청'
[취재수첩] 자회사 범람에 민간기업은 '휘청', 근로자는 여전히 '하청'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12.13 10: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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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자회사 통한 방식이 다수
중소민간기업, 대기업 자회사 이어 공공분야 자회사에 위기감 고조
노동계 "자회사 철폐" 외쳐도 정부는 칭찬으로 일관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정부가 노동 정책의 큰 기틀 중 하나로 '비정규직 제로화'를 외치며 공공기관 내 비정규직에 대한 정규직 전환을 추진한 지 어느덧 몇 해가 흘렀다.

해당 정책이 추진되는 동안 수많은 정규직 전환 뉴스가 쏟아졌고, 여러 공공기관에서는 해당 성과와 실적을 앞다투며 정규직 전환 합의를 도출해냈다. 그런데, 이런 일련의 소식들을 보다 보면 대다수의 뉴스에서 꼬리표처럼 붙어온 단어가 눈에 띈다. 바로 '자회사 설립'이다.

아마 많은 이들이 다수의 매체를 통해 '자회사를 통한 정규직 전환', '정규직 전환을 위한 자회사 설립' 등의 문구가 포함된 정규직 전환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고용부도 자회사 설립으로 정규직 전환을 이룬 공공기관 등을 우수 기관으로 그 공을 치하하기도 했다.

정부가 앞장서 자회사 설립이 아무 문제가 없다 공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공공기관과 거래를 진행하고 있던 다수의 민간기업은 설자리를 잃었다.

주 거래처가 공공기관, 지자체 등에 의존했던 민간기업은 그야말로 존폐 여부에 놓여있다. 그나마 민간 업체와 거래를 해온 기업들이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수준이다.

그런데 공공분야에서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이 민간 산업에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사실 민간 산업 부문에서도 이미 대기업에 뿌리를 둔 계열사, 자회사 등이 출현한 지 오래다.

문제는 공공에서 앞장서 자회사를 설립하는 모양새를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기업이 자회사 설립으로 시장을 독점한다는 손가락 질을 피해 갈 명분을 안겨주며, 더 이상 눈치 싸움할 필요가 없어진 것. 

중소기업은 민간에서는 대기업 자본을 바탕에 둔 기업에 치이고, 공공 분야에서 발생했던 수익마저 사라지며 유지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렇게 밀려난 기업들이 백기를 들며 사라진다면 그 빈자리의 주인은 누가 될까. 소수의 기업만이 그 자리를 모두 독식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은 괜한 우려일까.

그렇다면 자회사 설립을 통한 정규직 전환으로 근로자들의 근로 환경은 개선됐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정규직 전환의 대상자인 파견·용역 근로자가 앞장서 자회사 설립 반대를 외치고 있다.

이유는 간단하다. 정규직 전환이란 달콤한 단어를 한 꺼풀 벗겨보면 자회사로 인해 야기될 수 있는 위태로운 고용환경이 여실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동계는 파견 및 용역근로자를 고용한 주체가 민간 기업에서 공기업에서 출자된, 또는 파생된 기업으로 이관됐을 뿐이라고 주장한다.

즉, 원청과 하청 관계는 변함이 없다는 것. 노동계는 이와 같은 고용 방식이 이전 민간기업 소속으로 파견·용역 근로를 하거나 도급 업무를 임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공공기관에서 고용 인원을 줄이고자 할 때나 비용 감소가 필요할 때 가장 위태로운 위치에 있다고 말한다.

비치는 그대로 '고용안정'을 꾀하기 위한 방안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리감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규직 전환이라는 감투는 받은 탓에 일부에서는 노조의 자회사 반대 주장에 도 넘은 요구라며 비판하기도 한다.

근로자의 고용 환경 개선은 눈에 띄는 성과가 없고, 민간기업은 자꾸만 위축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 방식의 문제점을 되짚어보지 않을 수 없다.

'을'의 환경을 개선하겠다며 야심 차게 추진한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 속에서, '을'은 여전히 '을'로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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