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20년 이상 무분규 11개 기업 노사문화 분석
대립과 갈등 반복되는 국내 노사관계 변화 이끌 단초
[아웃소싱타임스 손영남 기자] 오랜 기간 노사분규를 경험하지 않은 기업들엔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특징이 있다는 흥미로운 분석 결과가 나왔다. BTS가 그것으로 신뢰와 소통, 상생을 통해 노사분규를 극복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최근 5개년 간 노사문화 우수기업으로 선정된 대기업 85개사 중 20년 이상 노사 분규가 없었던 11개 기업의 노사문화를 분석한 끝에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19일 밝혔다.
한경연이 노사분규 청정기업의 공통점으로 진단한 건 BTS로 통칭되는 특징이다. 투명 경영과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한 노사간 ‘신뢰(Believe)’와 다양한 노사협력 프로그램을 통한 ‘소통(Talk)’, 노사가 한 뜻으로 위기를 극복하고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상생(Share)’까지 이 세 조건의 머릿글자를 따 BTS라고 정의했다.
한경연은 장기 무분규의 첫 비결로 경영계획, 실적과 노무 현안 등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한 것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노사간 신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세아FS는 노조에 경영계획·전략·매출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경영계획 발표회’를, 유한킴벌리에서는 CEO가 직접 진행하는 ‘경영현황 설명회’를 개최하고 있다. 또한 유한양행은 매 분기 경영 실적과 향후 계획을 노조에 설명하고 있으며, 한국제지도 경영 실적 및 주요 현안 관련 정보를 공유해 투명 경영을 실천하고 있었다.
두 번째 특징으로 언급된 소통을 위해 기업들은 다양한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CEO가 직접 직원들과 대화하거나 특색 있는 노사 협력 프로그램을 통해 오해는 풀고 이해는 넓힐 수 있는 다양한 소통의 장 마련이 그렇다.
롯데칠성음료의 ‘CEO Open Talk’와 에스엘의 ‘토크콘서트’가 대표적 사례다. 노조원들이 CEO와 경영 비전을 공유하고, 자유롭게 토론하며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계기로 작용한다는 것이 한경연의 진단이다.
상생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무분규 비결이다. 노사가 상생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협력사와 지역사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화합을 이뤘다는 점이다.
에스엘은 IMF와 국제금융위기로 경영난을 겪을 당시, 노조의 자발적 임금동결과 상여금 350% 반납, 관리직의 자발적 임금삭감으로 회사를 지키고, 경영위기에서 빠르게 벗어날 수 있었는가 하면 롯데칠성음료는 IMF 당시 노조가 임금을 동결하고, 상여금 200%를 반납해 인건비를 줄임으로써 경영난을 함께 극복한 것을 예로 들었다.
추광호 한경연 일자리전략실장은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와 글로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적 노사문화가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 노사협력 순위가 141개국 중 130위로 최하위 수준인 지금, 20년 이상 장기 무분규 전통을 이어온 기업들의 신뢰와 소통, 상생의 노사문화 사례들은 대립과 갈등이 반복되는 국내 노사관계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