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서울로 집중되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지방 인력 고갈 우려
[기획] 서울로 집중되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지방 인력 고갈 우려
  • 이윤희 기자
  • 승인 2019.12.23 08: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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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장년희망일자리 센터 13개 중 3곳이 '서울'
1000인 이상 대기업 시행? 서울 집중 인프라 우려
40세 이상 중장년 세대의 지역 이탈 부추겨
지역 경제·지자체와 연계한 재취업 서비스 필요
수많은 신중년이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찾았다.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재취업 지원은 정부가 해결해야할 필수 과제다.
수많은 신중년이 재취업을 위해 일자리 박람회를 찾았다. 신중년을 위한 일자리 창출 및 재취업 지원은 정부가 해결해야할 필수 과제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윤희 기자] 전 국민의 20%가 65세를 넘어서면 해당 사회를 '초고령 사회'라고 지칭한다. 우리나라는 현재 초고령 사회 진입이 늦어도 6년 후인 2026년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초고령 사회로의 진입은 노인 인구 부양을 위한 비용과 국민 건강의료비 증가 등의 문제를 수반함과 동시에 생산 가능인구의 감소로 국가 경쟁력 저하에 영향을 미친다. 학자들은 우리나라를 유래 없이 빠른 속도로 늙어가는 나라라고 말한다.

실로 그렇다. OECD 회원국 중 합계 출산율이 1명 미만, 정확히는 0.98명을 기록하고 있는 유일한 나라가 대한민국이다. '홀로족'을 외치는 젊은 비혼 주의자도 늘어나고 있다. 결혼을 한다 해도 아이는 안 낳겠다 외치는 신혼부부도 다수다. 미래의 일이 아니라 바로 현재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렇다.

지금부터 정책을 제대로 짜 출산장려·결혼장려를 추진한다 해도, 또 그러한 정책이 적중해 출산이나 결혼이 늘어난다 하더라도 지금의 암흑기로 인한 얼마간의 공백기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이미 있는' 노동력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할 필요성은 누구나 직감하고 있다.

이런 기조 속에서 최근 뜨겁게 화두에 오르고 있는 것이 중장년 고용 지원 방안이다. 국가로써도 5060세대의 퇴직이 '은퇴'로 이어지지 않도록 생산 가능 인구로 활용할 방안 모색이 절실해졌다. 이를 위해 내년부터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고, 이른바 '재취업지원서비스법'을 시행할 예정이다.

그런데, 당장 5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었던 재취업지원서비스법에 관한 시행령이 아직까지도 발표된 바가 없다. 시행령 및 시행규칙에 대한 발표가 지지부진하자 담겨야 할 내용에 대한 갑론을박만 높아지고 있다.

■'복지'는 서울에만 몰린다..재취업 지원 서비스(전직지원 서비스)도?
누리꾼 사이에서 우리나라를 두고 '서울공화국'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돈다. 그저 단순한 농담이 아니라 나름의 비판과 풍자를 담고 있다. 교통, 교육, 주거, 일자리, 문화 등 모든 인프라가 서울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다는 지적이다.

재취업지원서비스도 서울부터 본격적으로 지원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먼저, 이미 신중년을 대상으로 제공되고 있는 재취업지원서비스를 비롯한 각종 민간고용 서비스가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 그렇다.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희망일자리센터의 지역 별 위치
노사발전재단이 운영하는 중장년희망일자리센터의 지역별 위치

국가 주도로 운영되는 재취업지원서비스 제공 기관인 노사발전재단은 산하에 중장년일자리희망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전국 13개 시·도에 각 센터를 설치하고, 재취업을 희망하는 중장년에게 각종 교육과 경력 컨설팅 등을 지원한다.

이 중 서울과 인천, 경기도를 비롯한 센터는 총 5곳, 이 중 3곳이 서울에 위치하고 있다. 이외에는 대구, 울산, 부산, 광주, 전북, 충청, 강원, 제주 등에 각 1개씩 위치해있다.

시행령에 담기게 될 기업 규모의 제한도 서울 중심 재취업지원서비스가 이뤄지게 될 가능성을 제시한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시행령에서는 비자발적 퇴직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의 재취업 지원 서비스 의무화를 1000인 이상 기업 규모를 가진 곳부터 단계적으로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상용직 1000인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 다수가 본사를 서울에 둔 대기업이다. 물론 비율로 따졌을 때 인구나 일자리가 많은 서울과 수도권에 관련 기관이 숫자적으로 더 많을 수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초창기 도입이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면 향후 재취업과 관련한 다수의 인프라가 서울에 집중될 것이고,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 격차를 심화시키고 지역 인재 이탈과 지역 경제 저하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문한나 연구위원이 지난달 발표한 '생애경력개발을 위한 전직지원 거버넌스 현황과 과제' 내용에 따르면, 올해 9월 16일부터 10월 11일 동안 민간 기업의 퇴직예정자와 퇴직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직지원 서비스 프로그램 관련 상담이 제공되길 희망하는 지역으로 45%가 거주지 근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받을 위치로는 49%가 거주지 근처를 선택했으며, 취업 및 일자리 알선은 54%가 거주지를 선호했다.

신중년층의 전직지원 서비스 제공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본 그래프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문한나 연구위원의 생애경력개발을 위한 전직지원 거버는스 현황과 과제 발표 자료를 참고로 함)
신중년층의 전직지원 서비스 제공에 대한 선호도 설문조사 결과(본 그래프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문한나 연구위원의 생애경력개발을 위한 전직지원 거버넌스 현황과 과제 발표 자료 참고로 작성됨)

우리나라는 20세~39세 인구 비중이 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의 절반에 못 미치는 소멸 위험지역이 2018년 6월 기준 89곳에 이른다.(소멸 고위험 11곳, 소멸 위험 진입 78곳)

이런 가운데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중장년 재취업 교육의 정착은 39세 이상 40세~60세 인구의 지역 이탈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 지역 중심의 재취업 지원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지방대·지방 민간 위탁기업 등과 연계한 서비스 모색 필요
그렇다면 지역 중심 재취업지원 서비스가 제공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생애경력개발 관련 업무에 종사하는 한 관계자는 "단순히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을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으로 사람이 유입될 수 있는 인프라를 확보해야한다"고 지적한다.

지역 경제와 연계된 재취업 지원 서비스 프로그램을 제공해, 고령층의 지역 이탈을 막고 지역 활성화에 따라 청년 및 중년층의 인구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테면 지방 대학과 연계한 교육 커리큘럼을 내실화하는 방안이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노사발전재단과 유사한 오스트리아 정부의 노동재단 전직지원 모델을 살펴보면, 제공하는 재취업 지원 서비스 중 창업과 재취업 연계 외 고등 교육 훈련 서비스가 있다.

전문성을 확보한 재취업을 위해 커리어 향상에 도움이 되는 도제교육과 장년층의 대학 재입학을 지원하는 방안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라 입학생 미달로 학교 경영 위기에 놓인 여러 사립 지방대학에서 강구해볼 수 있을법한 방법이다.

중장년·고령층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전문 교육과정이 지방 대학에서 진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자연스럽게 유입된 인구를 활용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꾀할 수 있다.

수도권 외 지역에 위치한 민간 재취업 지원 서비스 우수 공급 기업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민간의 자발적인 교육 품질 개선도 고려해봐야 한다. 또는 민간기업과 지자체가 협업해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50+재단과 함께 진행한 사회공헌 사업 '굿잡5060'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 지역 단체 및 시도 관계처와 민간기업이 협력한 재취업지원서비스가 다양화되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서울50+재단과 함께 진행한 사회공헌 사업 '굿잡5060'에 참여한 이들의 모습. 지역 단체 및 시도 관계처와 민간기업이 협력한 재취업지원서비스가 다양화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민간 공급 기업을 활용하는 기업이 다수가 되기 위해 선제적으로 시행령에서 규정하는 시행 기업의 규모를 300명 이상 수준으로 낮출 필요가 있다. 1000인 이상 규모의 대기업은   내사 시스템이나 자회사를 통한 일부 교육으로 비자발적 퇴직자에 대한 재취업 교육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중소기업의 경우 개발비 및 인건비 등의 문제로 자체 프로그램을 만들거나 교육을 진행하기 어렵다. 이들은 이미 존재하는 거버넌스인 비영리법인, 위탁단체를 활용하게 될 것이다. 이 경우 시장 경제에 따라 유료직업소개사업을 하는 민간 위탁 법인은 우수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재취업 지원 서비스'는 단순히 기업에 규제를 가하거나 책임을 부여하기 위한 법이 아니라 근로자와 국민을 대상으로 한 복지다. 복지는 국민이라면 누구나 평등하게 제공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돼야 마땅하다. 발표될 재취업지원서비스법 시행령에는 서울 외 지역의 비자발적 중장년 퇴직자도 적절한 재취업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내용이 담겨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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