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33] 일과 여가의 조화
[신의수 박사의 직업이야기33] 일과 여가의 조화
  • 편집국
  • 승인 2020.01.21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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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
직업학박사 신의수
직업학박사 신의수

“살아간다는 것은 곧 나이 든다는 것이지만 자신이 나이 들어간다는 사실을 늘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은 아니다. 달릴 때는 모른다. 하지만 늘 달리기만 할 수는 없다. 멈추고 싶을 때도 있고, 멈추어야만 할 때도 있다. 그 때 비로소 내가 얼마만큼 와 있나 돌아보고 앞으로 또 어떻게 갈 길을 갈 것인가 내다보게 되는 것이다. 남들이 어떻다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가 그랬다는 말이다” 박혜란의 ‘나이 듦에 대하여’ 중에 나오는 글이다. 영국속담에 “놀지 않고 공부만 하는 아이는 바보가 된다”는 말이 있다

여가(Leisure)란 휴식을 겸한 다양한 취미활동이 포함되는 경제 활동 이외의 시간으로 개인이 처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시간이며 일에서 해방된 자유시간을 말한다. 라틴어의 licere(허가되어 있다)에서 유래되었다. 그리스어의 여가(schol), 영어의 학교(school)의 어원이며 그 시대의 레저란 여분의 시간, 즉 자유시간에 스스로의 능력을 발휘해 공부한다는 의미를 가졌다. 

비슷한 개념으로 사용하는 용어로는 일이나 공부 등으로 인하여 생긴 피로를 즐거움이나 기쁨에 의해서 풀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새로운 힘을 북돋우는 일(re-create: 재창조)로서 레크리에이션(recreations)이 있고, 여가경험의 기본 속성인 자기결정, 내재적 동기를 모두 포함하는 것으로  여가활동 중 규칙이 있는 모든 것을 의미하는 놀이(Play)가 있다. 

문화역사학자 요한 호이징하(J. Huizinga, 1933)는 “문화는 놀이로부터 시작되고 인간은 인생초기부터 이미 놀이화 되어있다”고 하였다. 또한 놀이의 한 종류로서 게임(game)이 있는데,  게임은 반드시 규칙이 포함된 승부가 존재하고 경쟁을 통하거나 운에 의해 결정되는 놀이과정이다. 

반면에 사람이 삶을 영위하기 위하여 행하는 모든 생계활동인 일(work)은 인간의 생존을 위한 필요조건이며 일반 동물과 구별 짓게 하는 인간 특유의 것이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지배세력 내지 국가를 형성하면서 일의 가치가 왜곡되었다. 일은 노예나 피지배층의 일이며, 지배층은 일을 하지 않고도 많은 부와 권력을 향유하였다. 

일을 한 사람은 자신의 노동으로부터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빼앗김으로써 자신의 일로부터 소외되었으며 주체적이지 못하여 그저 힘들고 고통스럽게만 느껴졌다. 그리하여 일하는 자는 지배층을 위해 일하는 도구적 존재일 뿐만 아니라 인격적 대우를 받지는 못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우리는 스스로 노동 가치를 인정하는 문화에 무척 인색하며 특히 단순노동은 평가절하 되곤 한다. 일의 가치를 후려치고, 서로가 서로의 가치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바로 요즘 인터넷을 달구는 호주 용접공이야기는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일 뿐이다.

그 근본적인 이유가 자신의 일의 가치를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 있지는 않을까? 유재석의 노동 힐링프로젝트 '일로 만난 사이'를 보고 있으면 너무나 힘들게 일하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지만 노동힐링프로젝트라는 이름에 걸맞게 일을 하고 난 그들을 보며 함께 보람을 느끼고 힐링도 느낀다. 

그리고 일한 후 받은 소중한 일당을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일에 사용하는 것도 감사한 힐링이다. 우리는 일을 하면서 삶의 보람과 즐거움을 느낀다. 가정에서 하는 식사 준비나 청소 등의 일은 경제적인 보상이 없지만, 나와 가족을 위한 가치 있는 일이므로 뿌듯함을 느낄 수 있고, 회사에서 일을 하면 사람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인정받을 수 있고, 꿈을 실현할 수 있으며 국가와 사회의 발전에도 공헌할 수도 있다. 

특히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 소득을 얻을 수 있고, 이러한 소득으로 나와 가족은 여유롭고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자기 일과 직업을 소중히 여기고, 긍지를 갖고 생활한다면 행복하고 가치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하는 일을 창피하게 여기거나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을 무시하고 깔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진정 창피하게 생각할 것은 완벽하게 해낼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일 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일과 여가는 삶의 중요한 영역이다. 삶의 연속선상에서 일과 여가는 따로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노동이 인간의 물질적 생활의 문제를 해결하는 필연의 영역(The realm of necesity)이지만 여가는 노동에서 오는 피로를 해소하고 정신적 안녕을 제공하며 자유롭게 인간다운 삶을 가능케 하는 자유의 영역(The realm of freedom)으로 인간의 생존 문제에 있어서 필수불가결한 영역이다(조광익, 1996). 일과 여가는 시대에 따라 변화하면서 그시대 정신을 반영한다. 

일은 무엇인가를 하기 위하여 시간을 소비하고 육체와 정신적 에너지를 사용한다. 또한 지성과 신체를 활용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 인간은 일을 통해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유지하고 부양할 수 있는 재화를 획득하고 윤리적이고 상호적인 자아를 드러내고 개발하는 자기존재 실현 행위이다.

강요된 자유시간이 여가가 될 수 없듯이 만족스러운 여가, 여가의 완전한 즐거움을 위해서는 반드시 일이 선행되어야 한다. 공부를 하는 학생이나 일을 하는 직장인들의 꿈은 열심히 일을 하고 공부를 한 후 퇴직하면 마음껏 놀아야지 하는 생각들을 많이 갖는다. 

그러나 퇴직자들은 노는 것이 일과 공부를 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한마디로 인류의 역사는 여가와 노동의 영역 간 치열한 갈등과 경쟁의 연속으로 삶의 기본권 확대와 행복추구권 확대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 여가의 확장은 바로 자유영역의 확대로 규정지을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미래의 여가는 삶과 놀이의 균형적이며 조화로운 통합으로 발전할 것이다

현대사회는 자동화 기술의 발달로 생산구조의 변화가 이루어졌다. 수요보다는 공급이 많아졌고, 노동생산성 향상으로 소비자의 소득이 증대했으며 노동시간 단축으로 인하여 상대적 여가 시간의 증대를 가져왔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감성적이 되고, 즐거움을 추구하는 여가의 수요 또한 증가하게 되었다. 자동차 보급의 증가, 고속전철 등장, 국제선 항공기 증가, 고급선박 개발 등의 교통수단의 발달도 여가활용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였다. 

정규직 감소와 비정규직 증가, 주5일 근무제와 멀티 잡 세대,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 등과 같은 직업세계의 구조적 변화와 노동시장의 변화도 여가의 수요를 확대하는 기회가 되었다. PC게임, 채팅, 정보(여행 상품 등)검색 등 인터넷은 여가 활동 수단과  현대인의 주요 여가 활동 공간이 되었다. 

또한 신체적 기술, 지적 이해 능력, 지식, 경제적 능력 등에 따른 다양한 여가문화가 발달하게 되었다. 그러므로 보다 행복한 삶을 살기위해서는 일의가치와 여가의 가치를 깨닫고 좀 더 조화로운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이다. 

신의수(jbcom0501@hanmail.net)
- (주)제이비컴 대표이사 (현) 
- 경기대학교 직업학과 박사 
- 직업상담 NCS개발위원, 학습모듈 검토위원
- 직업상담사2급 과정평가형 자격증 개발위원
- NCS컨설턴트
- (사)직업상담협회 이사 및 공동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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