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일자리 부재가 불러온 청년구직자들의 하향 취업
[분석] 일자리 부재가 불러온 청년구직자들의 하향 취업
  • 이삭 뉴스리포터
  • 승인 2020.01.23 0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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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졸업자 10명 중 3명, 본인 학력이나 기술수준에 비해 하향취업
하향취업으로 인한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노동시장의 생산성 둔화 초래
한국사회의 과잉된 고학력화 현상 대책 시급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대졸취업자 중 30%의 비율이 하향취업을 한다고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대졸취업자 중 30%의 비율이 하향취업을 한다고 나타났다.

[아웃소싱타임스 이삭 뉴스리포터] 본인이 가진 능력하에 최고의 성과를 얻고싶은건 누구에게나 같은 마음일 것이다. 하지만 상황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모두 무용지물이 될 수밖에 없다. 지금의 한국노동시장이 그렇다. 높은 목표를 향한 마음과는 다르게, '어쩔 수 없는' 취업을 하는 청년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보고서 '하향취업의 현황과 특징'에 따르면 대졸취업자 중 30%의 비율이 하향취업을 한다고 나타났다. 다시말해, 대학졸업자 10명 중 3명이 본인이 갖춘 학력이나 기술수준에 비해 하향지원하여 취직을 하고있는 것이다. 그들도 자발적으로 그런 길을 택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배경에는 사회의 과잉된 '고학력화'를 꼽을 수 있다. 현재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70%로, OECD 국가 청년층(25~34세) 중 가장 고학력이다. 청년층의 고학력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고학력 노동의 공급은 대폭 늘어났지만 그에 맞는 일자리는 증가하지 않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2018년 중 대졸자가 연평균 4.3% 증가한 반면, 적정 일자리는 2.8% 증가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넘치는 공급을 노동시장이 제대로 흡수하지 못하게 되었고, 흡수되지 못한 인력들은 어쩔 수 없이 본인의 학력에 적정하지 않은 일자리에 하향취업할 수 밖에 없었다.

어쩔 수 없지만 우선 하향취업을 한 후, 나중에 적정한 일자리로 전환한다면 문제될게 없지 않느냐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큰 오산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하향취업자 가운데 1년 후 적정취업으로 전환하는 비율은 4.6%로 나타났으며 2년 및 3년 후에도 8.0%, 11.1%에 불과해 하향취업이 더 좋은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디딤돌이 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하향취업 유지 확률
하향취업 유지 확률

또한 위의 그래프를 살펴보면 하향취업 상태를 계속 유지할 확률이 지난 20여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며 하향취업 고착화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빠른 취업을 위해 하향취업을 선택한다면, 당장의 취업난은 해결 할 수 있지만 좀처럼 그 악순환을 깨버리기 쉽지않다. 이러한 악순환은 인적자본 활용의 비효율성, 생산성 둔화 등을 초래한다. 

그렇다고 해서 하향취업을 선택하는 청년들이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눈높이를 높여 취업할 때는 중소기업과의 불균형이 나타난다며 낮춰 지원하라고 말하더니, 이젠 인적자본이 비효율적으로 이용되니 하향취업을 지양하라니 정말 모순적인 사회라고 밖에 볼 수 없다. 고졸 학력만으로도 충분한 일자리에도 대학졸업자들이 몰려 경쟁하는 것이 현실이다. 적정취업을 위해 버텨내기에는 지금의 취업난은 너무 길고 춥다.  

이젠 개개인의 책임을 따지는 것보다는 거시적인 원인 해결에 나설 때이다.

이를 위해 노동공급 측면에서는 직업교육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위해 계속해서 힘써야한다. 또한 하향취업에 따른 낙인효과를 줄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 제도개선을 통해 직업 간 원활한 노동이동을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필요 이상의 고학력화 현상의 완화가 핵심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사회에서의 대학진학은 이미 당연한 수순으로 여겨지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단기간 내의 해결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이를 방치한다면 지금보다 나은 사회는 결코 꿈꿀 수 없게 될 것이다.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강구와 정책적 유도가 시급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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