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대길의 CEO칼럼] 노서(老鼠)와 노원(老猿)
[전대길의 CEO칼럼] 노서(老鼠)와 노원(老猿)
  • 편집국
  • 승인 2020.01.22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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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경자년의 ‘경(庚)자는 흰색을’, ‘자(子​)자는 쥐를’ 의미한다. ‘경(庚)’자는 ‘밝고 큰 것’을 상징하며 ‘자(子​)’자는 ‘다시 돌아오다’라는 의미다. 따라서 ‘흰쥐(白鼠)의 해’인 2020년에는 ‘본래의 상태를 되찾는다는 회복(回復)’을 기대한다. 그리고 쥐는 ‘부(富)와 다산(多産)’을 의미한다.
 
역학(易學)에서 쥐는 ‘풍요와 부지런함과 영리함을 나타내는 동물’이다.  남들과의 원만한 관계, 밝은 성격, 뛰어난 이해력, 민첩한 행동과 저축을 뜻한다. 한마디로 흰 쥐는 남들과 관계가 좋으며 대처능력이 빠르다.   

조선 중기의 학자, ‘고 상안(高尙顔...1553~1623)’이 쓴 <효빈잡기(效嚬雜記)>에 나오는 ‘노서(老鼠) 이야기’가 현대인에게 시사(示唆)하는 바 있어 경자년 구정 원단(元旦)의 화제(話題)로 삼는다.   

옛날에 물건을 훔치는데 신통한 재주가 있는 쥐가 있었다. 나이가 들면서 눈은 침침해지고 기력도 떨어져서 더 이상 제 힘으로 훔치는 게 힘들었다. 그럴 즈음, 젊은 쥐들이 찾아와서 늙은 쥐에게 도둑질하는 기술을 전수받아서 훔친 음식물을 나누어 늙은 쥐를 부양했다. 

어느 날, 젊은 쥐들이 수군댔다. “이제는 저 늙은 쥐의 기술이 바닥났다. 우리에게 더 이상 가르쳐 줄 게 없다”면서 늙은 쥐에게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았다. 늙은 쥐는 몹시 서운하고 분했지만 어쩔 수 없어서 참았다. 

어느 저녁에 집주인 아주머니가 맛있는 음식을 조리해서 가마솥 안에 넣고는 무거운 돌로 솥뚜껑을 눌러 놓고 외출했다.  쥐들은 그 음식을 훔쳐 먹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러나 별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그때 “늙은 쥐에게 물어보자”고 한 쥐가 제안했다. “그게 좋겠다”며 쥐들이 찬동해서 늙은 쥐에게 좋은 방법을 물었다. 늙은 쥐는 화를 버럭 내며 “너희들은 내게 음식 훔치는 기술을 배워서 배불리 먹으며 잘 살면서 내게는 음식을 나누어 주지 않으니 가르쳐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에 젊은 쥐들은 “죽을죄를 졌습니다. 지난 일은 어쩔 수 없으니 앞으로는 잘 모시겠습니다. 원컨대 저 밥솥 음식을 훔치는 방법을 가르쳐 주십시오”라고 늙은 쥐에게 엎드려 빌며 간청했다. 그러자 늙은 쥐는 불같은 화(火)를 풀고 “가마솥에는 발이 세 개가 있다. 그 중에 부뚜막 위의 한 다리가 있는 곳을 모두가 힘을 합쳐 아래로 파 내거라. 

그렇게 파내려 가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가마솥이 파낸 방향으로 기울어져서 솥뚜껑이 열릴 것이다“라고 가르쳐 주었다. 그러자마자 쥐들은 부뚜막으로 달려가 가마솥의 한쪽 다리를 파내려 갔다. 늙은 쥐의 가르침대로 드디어 솥뚜껑이 열렸다. 배고픈 쥐들은 허겁지겁 밥을 먹고는 남은 음식을 늙은 쥐에게 갖다 바쳤다. 

이어서 그리스 우화 작가, 이솝(Aesop...B.C620~B.C560)의 <성(城)을 쌓는 원숭이>란 이솝 우화(Aesop’s Fable)다. 젊은 원숭이(少猿)들의 어리석음을 일깨워 준 늙은 원숭이, 노원(老猿)에 관한 이야기다. 

옛날 젊은 원숭이(少猿)들이 모여서 사람들처럼 높은 성(城)을 쌓아 외적(外敵)의 침입을 막아내고 평화롭게 살자고 합의했다. 그래서 원숭이들은 성(城)을 쌓는 책임자를 정하고 모든 원숭이들이 힘들여 성을 쌓았다. 그런데  성 쌓는 회의에 부득이한 사정으로 참석하지 못했던 한 늙은 원숭이(老猿)가 원숭이들 앞에 나와 연설했다.    

“여러분은 우리 원숭이들의 안전을 위해 땀 흘려 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는 땀 흘리며 하는 성쌓는 일이 우리 원숭이들을 위해 좋은 일이 아닙니다. 불행의 씨앗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이 성(城)을 쌓으면 그리 대수롭지 않은 짐승들을 막아낼 수는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 원숭이들 보다 영리한 인간의 침략을 막아낼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높은 성을 쌓고 그 안에서 집단적으로 모여 살면 인간이 큰 힘을 쓰지 않고 손쉽게 우리 원숭이들을 잡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일에 우리 원숭이들이 땀을 흘리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입니다”라고  큰 소리로 외쳤다. 

늙은 원숭이의 연설을 들은 젊은 원숭이들은 성 쌓는 일이 어리석다는 것을 깨닫고 성 쌓기를 포기했다. 

위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대인은 어떤 생각을 할까? 
우리 주변에는 사익(私益)을 위해 담장 위에서 납작 엎드려 상하좌우(上下左右) 눈치를 살피는 지식인들이 많다. 

노서(老鼠)와 노원(老猿)처럼  선각자(先覺者) 원로(元老)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어렵고 힘든 지난 시절, 민초(民草)들이 나아갈 길을 명쾌하게 일러주셨던 하늘나라의 김 수환 추기경이 그리워진다.    

끝으로 경자(庚子)년 원단(元旦) 아침에 국민이 평안하고 경제가 무한 성장하며 정치·사회적으로 국태민안(國泰民安)하길 두 손 모아 기도한다.    
    
전   대   길
(주)동양EMS 대표이사, 수필가
국제PEN 한국본부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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